네이버 파워링크 광고를 등록하면 특정 키워드를 검색했을 때 자신의 사이트가 위에 뜨게 할 수 있다. 해당 이미지는 '목걸이'를 검색할 때 나오는 파워링크.
네이버 파워링크 광고를 등록하면 특정 키워드를 검색했을 때 자신의 사이트가 위에 뜨게 할 수 있다. 해당 이미지는 '목걸이'를 검색할 때 나오는 파워링크.
“월 5만5000원만 내세요. 네이버 검색 제일 위쪽에 대표님 상품을 바로 고정시켜 드릴게요”

직장인 배모씨(33)는 부업으로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액세서리를 판매한다. 지난 7월 스토어를 개설한지 이틀 만에 배씨는 네이버의 협력사라는 광고대행업체의 전화를 받았다. 네이버에서 특정 키워드를 검색할 때 배씨의 스토어가 최상단에 뜰 수 있도록 ‘파워링크’ 광고를 해주겠다는 제안이었다.

개설한 스토어에 고객 유입이 적어 고민이던 배씨는 업체에 66만원을 지불하고 12개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3개월이 지나도 광고는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배씨 스토어에 손님도 늘지 않았다.

아무도 검색 않는 키워드만 광고

스마트스토어를 운영하는 ‘초보 개인 사장’을 겨냥한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네이버 광고를 해주겠다며 접근해 돈을 챙긴 뒤 상식적으로 전혀 효과가 없는 광고만 제공하는 식이다. 온라인광고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분쟁조정은 7054건으로 전년도에 비해 25% 증가했다. 접수건 중 58.9%가 ‘검색광고 복합계약’으로 가장 많았다.

배씨에게 접근한 광고대행사는 ‘싼 키워드’에 대한 광고만 제공했다. 네이버에서 검색이 많이 되는 키워드일수록 광고단가가 비싸고, 검색이 적게 되면 저렴하기 때문이었다. 예를 들어 ‘액세서리’, ‘목걸이’, ‘반지’와 같은 단어는 검색이 많이 되는 핵심 키워드다. 네이버에서 이 키워드를 검색했을 때 자신의 스토어가 상단에 뜨게 하려면 내야 하는 광고비도 비싸다.
[단독] "월 5만원에 네이버 최상단 고정"…초짜 사장만 등쳤다
반면 검색량이 적은 키워드는 싸다. 업체는 ‘예쁜손가락반지’, ‘반짝반지’, ‘커다란목걸이’와 같이 일반적으로 상품을 찾을 때 잘 검색하지 않는 키워드에 대해서만 광고를 넣었다. 배씨는 “상식적으로 내가 반지를 사려는 소비자여도 저런 키워드로 검색하지 않을텐데, 업체는 그런것만 골라서 광고를 넣었다”고 호소했다.

업체는 이 광고마저 제대로 올려놓지 않았다. 평소에는 광고를 올려놓지 않다가, 배씨가 확인할 때만 잠깐 올려놓는 식이었다. 배씨는 “정해진 키워드로 네이버에서 검색했는데도 내 스토어의 광고가 뜨지 않아 업체에 항의했다”며 “업체에서는 그럴 때만 잠깐 광고를 올려놓고, ‘이제 보이시죠’라고 답하는 식이었다”고 했다.

네이버·정부 사칭 모두 기망 행위 인정돼

이런 업체들은 주로 판매를 갓 시작해 광고시장을 잘 모르는 개인들을 노린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로 자본금 없이 누구나 온라인 쇼핑몰을 시작할 수 있게 되면서 초보 자영업자들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네이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스마트스토어 개수는 46만개로, 1년 사이 11만개(31%)가 늘었다.

대형 플랫폼인 네이버는 물론 정부를 사칭하기도 한다. 네이버와 제휴를 맺은 광고 대행사라고 속이거나, 정부에서 코로나로 인한 자영업자 지원금이 나와 특별히 소수 인원만 뽑아 저렴한 가격에 광고해준다는 식이다.

온라인광고분쟁조정위에 따르면 이런 행위는 모두 기망행위로 인정된다. 조정위가 지난해 발간한 사례집은 “광고 대행사가 네이버 협력업체로 소개하거나, 정부 지원금으로 인한 특별한 혜택이 있는 것처럼 설명하면 상대방을 기망해 착오를 유발했다고 인정되며, 계약금을 환급받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또 계약을 해지하려 할 때 업체가 의무사용기간을 이유로 들어 위약금을 물도록 요구하는 것은 해지권을 지나치게 제약하는 조건이므로 인정되지 않는다.

피해가 늘어나자 네이버도 피해 사례를 소개하고 주의를 주고 있다. 네이버는 스마트스토어를 새로 차린 가입자에게 발송하는 문자에서 “네이버를 사칭한 일부 업체들이 부당한 광고계약을 맺도록 유도하고 있다”며 “월 정액제, 1년 이상의 계약기간, 광고비 면제 프로모션, 검색결과 상위 노출 보장 등에 관한 계약을 각별히 주의하라”고 강조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