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선 아직까지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는 크지 않은 편이다. 소비자물가상승률도 미국 등에 비해 낮은 편이고 성장률 둔화 우려도 크지 않다. 하지만 한국이 원자재 대부분을 수입해 오는 데다 수출 비중이 높아 주요국에서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나면 전이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대로 미국의 5%대보다는 낮다. 하지만 정부와 한국은행의 목표치인 2%를 5개월 연속 웃돌고 있다. 가장 최근인 8월의 물가는 전년 동월보다 2.6% 올랐다. 9월 상승률도 2%를 넘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 달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사용자물가가 8월 7.3%(전년 대비 기준)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를 2.1%로 제시했다. 2012년(2.2%) 이후 9년 만에 2%대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8월엔 농축수산물 상승폭(7.8%)이 유독 컸다. 국제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고공행진하면서 공업제품 상승률(3.2%)도 상당폭 뛰었다. 정부가 억제하고는 있지만 도시가스요금 교통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 필요성도 높다.

인플레이션이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로 확산될 조짐도 포착된다. 제품 가격이 뛰면서 실질구매력이 줄어든 근로자가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기업이 올라간 인건비를 제품값에 반영하는 등 ‘물가 상승→임금 상승→물가 상승’이라는 악순환 고리가 형성될 수 있어서다. 생산비 부담이 커진 기업은 고용·생산을 줄이고 그만큼 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전체 근로자의 7월 월평균 임금 총액은 376만9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9% 불었다.

실물경제 회복 동력도 약화되면서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은 점차 커지고 있다. 한은은 코로나 충격에 따라 2021~2022년 잠재성장률을 사상 최저인 2.0%로 전망했다. 헝다 사태와 전력난을 겪는 중국의 성장세가 꺾일 것이라는 분석도 한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변수로 꼽힌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