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폭락세로 마감한 9월…걱정 가득한 10월
9월의 마지막 날인 30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또다시 폭락했습니다. 다우는 1.59%, S&P500 지수는 1.19% 급락했고 나스닥은 0.44% 내렸습니다. S&P500 지수는 이제 최고점에서 5.24% 떨어졌습니다. 작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5% 하락이 나타났습니다. 4307.54로 거래를 마쳐 기술적으로도 50일은 물론 100일 이동평균선(4330)까지도 힘없이 깨고 내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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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미 중앙은행(Fed)이 '매파'적 모습을 보인 뒤 23일부터 나흘간 폭등하면서 시장을 짓눌렀던 금리는 이날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습니다. 이틀째 침묵을 지키면서 소폭 하락한 1.51% 수준에서 마감됐습니다. 나스닥이 다우, S&P500 지수보다는 선방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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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는 9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9.6에 그치면서 지난해 2월 이후 처음으로 위축 국면에 빠졌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또 개장 전 발표된 전주 실업급여 청구 건수도 전주보다 1만1000건 증가한 36만2000건으로 집계됐습니다. 7주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며 예상치 33만 건을 크게 웃돌았습니다. 피터 부크바 블리클리 어드바이저리 그룹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자동차 등 여러 산업에서 공급망 혼란으로 부품 부족 등으로 생산이 어려워지자 다시 인력 해고에 나서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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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장 초반 지수는 꿋꿋하게 0.5% 수준의 상승세로 출발했습니다. 다우 지수는 한때 167포인트까지 올랐습니다.

그러나 얼마 가지 못했습니다. 워싱턴에서 들려온 소식에 시장은 급락세를 타기 시작했고 결국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오전 11시 반께 민주당의 대표적 중도파인 조 맨친 상원 의원이 민주당이 추진하는 3조5000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예산안에 대해 "1조5000억 달러가 자신이 찬성할 수 있는 최상한"이라고 밝힌 겁니다. 증세 규모를 고려하면 그 이상은 국가 채무만 불릴 것이란 얘기였습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잠정 결정한 법인세율 26.5%를 25%로 내릴 것을 주장했습니다. 이는 민주당 진보파가 밀어붙이는 사회복지 패키지에서 2조 달러 이상을 걷어내겠다는 얘기입니다. 당연히 진보파는 받아들일 수가 없을 겁니다.

특히 이날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1조2000억 달러 규모의 초당파 인프라 법안(BIF)을 하원 표결에 부치기로 한 날입니다. 약 100여 명으로 구성된 민주당 진보파의 좌장인 프라밀라 자야팔 하원 의원은 "사회복지 패키지 통과 없이는 초당파 인프라 법안에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다시 한번 밝혔습니다. 그는 "민주당은 1조2000억 달러 규모 인프라 법안을 통과시킬 충분한 표가 없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공화당 하원 의원들 일부가 찬성표를 던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화당 하원의 원내 대표인 케빈 매카시 의원은 "우리가 지원하는 법안이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사실 초당파 법안이 협상될 때부터 그는 전혀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초당파 인프라 법안이 하원 통과에 실패하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우선 인프라 법안 두 개 모두 통과가 불발될 수 있습니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합의해 상원을 통과시킨 초당적 인프라 법안이 법제화에 실패한다면, 공화당뿐 아니라 민주당 중도파도 사회복지 패키지를 지지할 리가 없습니다. 즉 바이든 행정부의 핵심 공약인 인프라딜 전체가 실패로 돌아가는 겁니다. 모건스탠리는 그동안 두 법안 모두가 통과되던지, 아니면 둘 다 안될 것이라고 관측해왔습니다. 둘 다 실패할 확률이 커지는 것이죠.

월가 관계자는 "인프라 법안이 실패한다면 더 이상의 재정부양책은 없다는 뜻"이라며 "향후 미국 경제의 성장률이 떨어질 것이란 얘기"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S&P500 업종별 지수에서 산업주, 소재주 등이 폭락하면서 다우를 끌어내린 배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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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상승세가 주춤해진 것도 그런 배경이 작용했습니다. 인프라 법안이 없다면 채권 발행량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조금 전 10년물 금리는 1.48%까지 다시 떨어졌습니다.

민주당 내부의 분열은 부채한도 이슈를 해결하는 데도 큰 걸림돌이 될 겁니다. 부채한도 이슈 해결의 열쇠는 공화당 상원 의원들이 쥐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들이 합의해준 초당파 인프라 법안이 실패로 돌아간다면 더 협조하지 않을 겁니다. 공화당의 미치 맥코널 상원 원내 대표는 "부채한도는 백악관과 상원, 하원을 차지하는 민주당이 알아서 해결하라"라는 입장입니다.

셧다운 문제는 일단 해결이 됐습니다. 12월3일까지 예산지출을 연장하는 임시예산안은 이날 상하원을 통과했습니다. 두 당 모두 연방정부 셧다운은 원하지 않습니다.

다만 연방정부 폐쇄는 애초 시장의 관심사가 아니었습니다. 별다른 영향이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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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부채한도 문제는 다릅니다. 모닝스타에 따르면 1980년부터 부채한도 이슈 및 연방정부 폐쇄와 관련해 아홉 번의 치킨게임이 있었습니다. 대부분은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습니다. 한 사례로 2013년 부채한도 상향을 둘러싼 싸움은 16일간의 연방정부 폐쇄를 불렀습니다. 지금과 상황은 비슷했습니다. 10월 중순이면 정부 자금이 바닥날 것으로 예상된 가운데 10월 1일 연방정부는 부분 폐쇄에 들어갔습니다. 뉴욕 증시는 10월4일부터 8일까지 2% 내렸지만, 협상 가능성이 커지던 9일부터는 오히려 상승했습니다. 양당이 예산안과 부채한도 상향 법안을 통과시키던 10월 16일엔 오히려 9월 중순보다 더 많이 오른 상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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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 번의 예외가 있습니다. 2011년입니다. 연방정부 디폴트가 예상되던 8월 2일 직전 일주일간 뉴욕 증시는 6% 떨어졌습니다. 8월 2일 부채한도를 높이는 법안이 극적으로 의회를 통과됐지만 8월 5일 S&P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AAA 등급에서 AA 등급으로 강등하면서 뉴욕 증시는 11% 추가 폭락했습니다. 총 18%나 내린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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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스타는 "10년이 지났지만 정당 간 갈등이 더욱 심각해졌고 재정적자는 엄청나게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오싹하다. 일반적으로 부채한도를 둘러싼 대결은 별것 아닌 것으로 판명됐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라고 경고했습니다.

찰스 슈왑은 "디폴트 발생을 막으려면 결국 민주당이 시간이 많이 걸리는 번거로운 예산조정 절차를 거쳐야 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라면서 "지금 교착 상태가 계속되고 있고 사상 초유의 디폴트로 향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월가 관계자는 "결국은 민주당이 예산조정 절차를 거쳐 디폴트 사태를 막을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습니다. 인프라 법안에 대해서도 "지금은 민주당내 중도파와 진보파간 이견이 첨예하지만 11월 말까지 시간을 두고 차분히 협의하면 사회복지 패키지 규모를 2조~2조5000억 달러 내외에서 합의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예상했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폭락세로 마감한 9월…걱정 가득한 10월
연일 치솟는 에너지 문제도 투자자들의 골칫거리입니다. 에너지 가격이 이렇게 치솟다가는 겨우 팬데믹에서 회복되고 있는 세계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습니다. 인플레이션 우려도 커집니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정부가 국영에너지 기업들에 석탄에서 전기, 석유에 이르기까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올겨울을 넘기기 위한 물량을 확보할 것을 명령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에너지 부문을 관리하는 한정(韓正) 부총리가 이번 주 초 긴급회의를 하고 이런 명령을 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소식이 나오자 뉴욕 상품시장에서 하락하고 있던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 가격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 20센트(0.3%)가량 오른 배럴당 75.03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백악관의 젠 사키 대변인은 이날 "유가가 미국의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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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무차별 에너지 확보에 나선다면 세계적인 에너지 가격 상승세가 가속화될 수 있습니다. 안 그래도 천연가스 가격이 유럽, 아시아에서 계속 치솟고 있습니다. 영국의 천연가스 가격은 또다시 급등해 100만 BTU 당 32달러까지 치솟았습니다. 이는 원유로 환산하면 배럴당 180달러에 해당하는 가격입니다. 또 한국/일본향 아시아 LNG 가격은 34.47달러로 폭등했습니다. 이는 원유로는 배럴당 200달러에 달하는 수준입니다. 이런 가운데 10월 1일로 겨울 난방시즌이 시작됩니다. BCA리서치의 로버트 라이언 상품에너지 수석 전략가는 "아시아와 유럽 간 가스 확보 경쟁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씨티그룹은 최근 올겨울 한파가 닥치면 가스 가격이 100달러에 달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높은 에너지 가격은 전력난과 공장 가동 중단 등으로 이어져 세계 경기를 둔화시킬 수 있다"라며 "소비자들도 에너지 가격 지출이 많아지면서 소비를 줄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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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는 "미국의 천연가스 가격은 2014년 이후 볼 수 없었던 수준에 접근하고 있다. 100만 BTU 당 5달러를 넘어선 것은 2014년 이후 처음이다. 우리는 올겨울 미국인들이 부담해야 할 겨울난방비가 더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의 평균 난방비는 한 달에 약 60달러이며 그중 40%가 가스 비용이다. 가스 비용이 50% 증가하면 요금이 20% 증가한다. 이는 미국 가계가 소득의 더 많은 부분을 가스 요금에 쓰게 된다는 뜻"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폭락세로 마감한 9월…걱정 가득한 10월
9월은 2차 대전 이후 절반 이상 내림세를 보였습니다. 그리고 역시 이달도 큰 폭의 하락세로 마감했습니다. S&P500지수는 한 달간 4.8% 하락해 지난해 3월 이후 최악의 하락률을 기록했고 다우는 4.3%, 나스닥은 5.4% 떨어졌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폭락세로 마감한 9월…걱정 가득한 10월
10월은 어떨까요? 월가 관계자는 "10월에 블랙먼데이 등 폭락한 날들이 몰려있지만, 평균 수익률은 9월보다 훨씬 좋다. 특히 주식이 계절적으로 오르기 시작하는 첫 달"이라고 말했습니다. 과연 10월은 어떨까요?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