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판 된 민간임대 '청약게임'에 참여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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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임대 아파트, 시행사 맘대로 모집공고
계약자 중 확정분양가 대상자 정하는 추첨까지 등장
당첨자 지역 배분도 사전에 몰라
당첨권에 웃돈 4억원까지 붙어
계약자 중 확정분양가 대상자 정하는 추첨까지 등장
당첨자 지역 배분도 사전에 몰라
당첨권에 웃돈 4억원까지 붙어
"이건 완전히 '오징어게임'이나 다름없네요. 일단 계약하고 나서 추첨이라니요", "어디는 해당지역만 되고 어디는 전국에서 다 가능하네요", "모집공고에도 없는 추첨을 어떻게 알 수 있는거죠?" (부동산 커뮤니티 및 단체채팅방)
민간 임대아파트가 '내 맘대로' 아파트가 됐다. 시행사와 지방자치단체들의 인허가에 따라 모집공고 내용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시행사는 높은 분양가를 받지 못하면서 분양 대신 '민간 임대'로 사업을 돌리면서 각종 꼼수를 쓰고 있다. 지자체들은 제대로 살피지 못하고 인허가를 내줬다가 민원에 시달리고 있다. 심지어 계약자 중에서 추첨으로 일부만 확정분양가를 주겠다는 아파트까지 나타났다.
민간임대아파트는 청약통장과 당첨이력, 주택 소유 여부(일부는 아닌 경우도 있음) 등 자격 제한 없이 만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청약할 수 있다. 가점이 아닌 추첨제로 대부분 당첨자를 선정한다. 임대여서 주택수에도 포함되지 않다보니 취득세를 비롯한 각종 세금에서도 자유롭다. 최근 집값과 전셋값이 동반 급등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주목보다 높은만큼 과열양상도 보이고 있다. 애초의 의도와는 다르게 '전매'나 '전대' 등도 횡횡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내용이 지난 30일 공개된 '임차인 모집공고'에 나와있는 않다는 점이다. 모델하우스에 전화로 문의하거나 사전에 관심고객으로 등록한 수요자들을 대상으로 '매매예약제'가 알려지기 시작한건 청약을 시작한 지난 1일부터였다. 때문에 안성시청 민원실을 비롯해 모델하우스와 분양현장에는 전화문의가 빗발쳤다. 시행사와 분양대행사 등 관계자들은 급히 안성시청을 방문해 진화에 애를 먹었다는 후문이다. 안성 금호어울림 더프라임은 일요일인 오는 3일까지 홈페이를 통해 청약을 받는다. 청약금은 없고 당첨과 무관하게 당첨시 계약을 포기하면 불이익은 없다. 공급물량의 50%는 안성시 거주자에게 우선공급하고 나머지는 전국지역 거주자에게 제공한다. 전용면적별 임대보증금과 월임대료는 ▲59㎡ 1억8300만원-12만원 ▲74㎡ 2억1600만원-15만원 ▲84㎡2억4300만원-18만원이다.
청약을 이미 넣었다는 김모씨는 "청약자 입장에서는 황당하다"며 "70%에 들어가면 웃돈이 붙을 것으로 보이는 반면, 30%에 해당되면 계약을 포기하고 싶을 것 같은데 그렇게 되면 계약금을 날리게 되니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시행사 측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민간임대 아파트의 100% 분양전환이 의무가 아닌데다 형식에 대해서도 특별히 규정된 것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계약을 했다가 추첨 후 취소하게 되면 '계약금을 전액 돌려주겠다'고 이날 변경된 입장을 설명했다.
입주자가 원하면 최소 8년간 주거가 가능하고 임대료도 주변시세 대비 저렴한 수준이며 임대료 상승률도 1년 5% 이내로 제한돼 있다. 전세형과 월세형을 선택할 수도 있다. 8년간 내 집처럼 편안하게 살다가 분양가로 분양전환이 가능하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전국적으로 수요자들이 관심이 높았다. 하지만 모집공고에서는 공급에 차등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전이나 충남 등 다른 지역에서 신청을 대기했다고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오송역 파라곤 센트럴시티2차는 우선공급으로 45%, 일반공급으로 55%를 선정한다. 우선공급은 산업단지 종사자, 신혼부부, 다자녀 등이 해당되는데 유형별 자격 조건이 충족한 청주시 거주자만 청약신청이 가능하다. 일반공급에서 70%는 청주지역 1년 이상 거주자가 해당되고 나머지 30%는 청주 거주 1년 미만 및 세종·충북 거주자에게 기회가 있다. 임대아파트에 웃돈도 붙어 거래되기도 한다. 가장 최근에 공급된 '수지구청역 롯데캐슬 하이브엘'은 10년 장기일반 민간임대아파트였다. 용인시 거주자에 50%, 나머지 수도권 거주자에 50%가 배정됐다. 입주자 모집공고에는 9억원 가까이 되는 임대보증금과 100만원의 월임대료가 안내되어 있다. 전매와 전대가 불가능하고, 거주중인 임차인은 우선분양전환 권리가 없다고도 명시되어 있다.
풍덕천동의 A공인중개사는 "떠도는 소문으로만 어디서 계약이 나왔다고는 하는데, 정확한 사실파악은 어렵다"며 "10년 후에 분양전환되면 집값이 훨씬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하다보니, 선점하려는 수요를 중심으로 웃돈이 계속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간임대 아파트는 전국적으로 열풍이다. 지난 8월 서울 양원지구에서 공급된 ‘양원역 금호어울림 포레스트’는 331가구 모집에 1만5845명이 몰려 평균 4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 5월 경기 평택시 안중읍에 위치한 '안중역 지엔하임스테이'는 민간임대 사상 최고인 286대 1의 청약경쟁률을 보였다. 지난 3월에는 충남 아산시에 분양된 신아산 모아엘가 비스타2차는 평균 18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처럼 청약자들이 몰리는 반면, 신청을 받는 홈페이지는 시행사나 건설사가 자체 관리하고 있다. 때문에 서버가 일시적으로 정지되거나 청약접수를 조기에 마감하는 등 시스템에서도 오류가 자주발생하고 있다. 일부 아파트에서는 총 청약자수가 몇명인지를 공식적으로 밝히지고 않고 당첨자만 발표해 신청자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민간임대 아파트가 늘어나고 있는 이유로 관련업계에서는 집값은 상승하는데 아파트 분양가는 그만큼 반영되지 않아서라고 보고 있다. 시행사는 민간임대 아파트를 통해 늦더라도 '제 값을 받겠다'라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기업형 민간임대를 제외하고 비교적 여유있는(?) 시행사들만이 이러한 민간임대 형태를 선택할 수 있다. 건설사에 시공비는 임대사업 종료가 아닌 준공을 기준으로 지급하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행사들은 현재 부동산 상황에 대해 땅 확보도 어렵고 분양가를 충분히 받기도 어렵다고 보고 있다"며 "자금의 여유가 있는 시행사들은 늦더라도 사업성을 챙기기 위해 민간임대로 틀어버리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민간 임대아파트가 '내 맘대로' 아파트가 됐다. 시행사와 지방자치단체들의 인허가에 따라 모집공고 내용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시행사는 높은 분양가를 받지 못하면서 분양 대신 '민간 임대'로 사업을 돌리면서 각종 꼼수를 쓰고 있다. 지자체들은 제대로 살피지 못하고 인허가를 내줬다가 민원에 시달리고 있다. 심지어 계약자 중에서 추첨으로 일부만 확정분양가를 주겠다는 아파트까지 나타났다.
민간임대아파트는 청약통장과 당첨이력, 주택 소유 여부(일부는 아닌 경우도 있음) 등 자격 제한 없이 만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청약할 수 있다. 가점이 아닌 추첨제로 대부분 당첨자를 선정한다. 임대여서 주택수에도 포함되지 않다보니 취득세를 비롯한 각종 세금에서도 자유롭다. 최근 집값과 전셋값이 동반 급등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주목보다 높은만큼 과열양상도 보이고 있다. 애초의 의도와는 다르게 '전매'나 '전대' 등도 횡횡하고 있다.
"계약자 중에 70%만 확정분양가 추첨"
2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안성시가 인허가한 10년 민간임대 아파트 '안성 금호어울림 더프라임'(1240가구)이 계약자를 대상으로 2차 추첨을 실시할 예정이다. 임대를 분양으로 전환시에 '확정 분양가'를 할지 '임대로만 종료' 할지 추첨을 통해 미리 정한다는 얘기다. 확정분양가를 받을 수 있는 '매매예약제' 가구는 전체의 70%만 해당된다.문제는 이러한 내용이 지난 30일 공개된 '임차인 모집공고'에 나와있는 않다는 점이다. 모델하우스에 전화로 문의하거나 사전에 관심고객으로 등록한 수요자들을 대상으로 '매매예약제'가 알려지기 시작한건 청약을 시작한 지난 1일부터였다. 때문에 안성시청 민원실을 비롯해 모델하우스와 분양현장에는 전화문의가 빗발쳤다. 시행사와 분양대행사 등 관계자들은 급히 안성시청을 방문해 진화에 애를 먹었다는 후문이다. 안성 금호어울림 더프라임은 일요일인 오는 3일까지 홈페이를 통해 청약을 받는다. 청약금은 없고 당첨과 무관하게 당첨시 계약을 포기하면 불이익은 없다. 공급물량의 50%는 안성시 거주자에게 우선공급하고 나머지는 전국지역 거주자에게 제공한다. 전용면적별 임대보증금과 월임대료는 ▲59㎡ 1억8300만원-12만원 ▲74㎡ 2억1600만원-15만원 ▲84㎡2억4300만원-18만원이다.
청약을 이미 넣었다는 김모씨는 "청약자 입장에서는 황당하다"며 "70%에 들어가면 웃돈이 붙을 것으로 보이는 반면, 30%에 해당되면 계약을 포기하고 싶을 것 같은데 그렇게 되면 계약금을 날리게 되니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시행사 측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민간임대 아파트의 100% 분양전환이 의무가 아닌데다 형식에 대해서도 특별히 규정된 것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계약을 했다가 추첨 후 취소하게 되면 '계약금을 전액 돌려주겠다'고 이날 변경된 입장을 설명했다.
추첨으로 100% 뽑는다더니 '우선공급' 있다고?
동양건설산업이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바이오폴리스 B-3블록에서 ‘오송역 파라곤 센트럴시티2차’(1673가구)도 임차인 모집공고를 냈다. 기업형 임대아파트로 청약일은 2~3일 이틀간 받는다.입주자가 원하면 최소 8년간 주거가 가능하고 임대료도 주변시세 대비 저렴한 수준이며 임대료 상승률도 1년 5% 이내로 제한돼 있다. 전세형과 월세형을 선택할 수도 있다. 8년간 내 집처럼 편안하게 살다가 분양가로 분양전환이 가능하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전국적으로 수요자들이 관심이 높았다. 하지만 모집공고에서는 공급에 차등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전이나 충남 등 다른 지역에서 신청을 대기했다고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오송역 파라곤 센트럴시티2차는 우선공급으로 45%, 일반공급으로 55%를 선정한다. 우선공급은 산업단지 종사자, 신혼부부, 다자녀 등이 해당되는데 유형별 자격 조건이 충족한 청주시 거주자만 청약신청이 가능하다. 일반공급에서 70%는 청주지역 1년 이상 거주자가 해당되고 나머지 30%는 청주 거주 1년 미만 및 세종·충북 거주자에게 기회가 있다. 임대아파트에 웃돈도 붙어 거래되기도 한다. 가장 최근에 공급된 '수지구청역 롯데캐슬 하이브엘'은 10년 장기일반 민간임대아파트였다. 용인시 거주자에 50%, 나머지 수도권 거주자에 50%가 배정됐다. 입주자 모집공고에는 9억원 가까이 되는 임대보증금과 100만원의 월임대료가 안내되어 있다. 전매와 전대가 불가능하고, 거주중인 임차인은 우선분양전환 권리가 없다고도 명시되어 있다.
모집공고에는 없는 비밀…"시행사 맘대로"
하지만 계약자들에게는 전세형 계약자들에게는 분양전환 우선권이 있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세형의 임대보증금은 13억원 중후반대다. 사실상 명의변경이 가능하다보니 분양권같이 웃돈이 붙어 있다. 지난달초 당첨자 발표날에만 1억원 이상이던 웃돈은 최근 4억원까지 올랐다.풍덕천동의 A공인중개사는 "떠도는 소문으로만 어디서 계약이 나왔다고는 하는데, 정확한 사실파악은 어렵다"며 "10년 후에 분양전환되면 집값이 훨씬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하다보니, 선점하려는 수요를 중심으로 웃돈이 계속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간임대 아파트는 전국적으로 열풍이다. 지난 8월 서울 양원지구에서 공급된 ‘양원역 금호어울림 포레스트’는 331가구 모집에 1만5845명이 몰려 평균 4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 5월 경기 평택시 안중읍에 위치한 '안중역 지엔하임스테이'는 민간임대 사상 최고인 286대 1의 청약경쟁률을 보였다. 지난 3월에는 충남 아산시에 분양된 신아산 모아엘가 비스타2차는 평균 18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처럼 청약자들이 몰리는 반면, 신청을 받는 홈페이지는 시행사나 건설사가 자체 관리하고 있다. 때문에 서버가 일시적으로 정지되거나 청약접수를 조기에 마감하는 등 시스템에서도 오류가 자주발생하고 있다. 일부 아파트에서는 총 청약자수가 몇명인지를 공식적으로 밝히지고 않고 당첨자만 발표해 신청자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민간임대 아파트가 늘어나고 있는 이유로 관련업계에서는 집값은 상승하는데 아파트 분양가는 그만큼 반영되지 않아서라고 보고 있다. 시행사는 민간임대 아파트를 통해 늦더라도 '제 값을 받겠다'라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기업형 민간임대를 제외하고 비교적 여유있는(?) 시행사들만이 이러한 민간임대 형태를 선택할 수 있다. 건설사에 시공비는 임대사업 종료가 아닌 준공을 기준으로 지급하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행사들은 현재 부동산 상황에 대해 땅 확보도 어렵고 분양가를 충분히 받기도 어렵다고 보고 있다"며 "자금의 여유가 있는 시행사들은 늦더라도 사업성을 챙기기 위해 민간임대로 틀어버리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