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에서 여성들이 방뇨하는 모습을 몰래 촬영해 유포한 행위가 범죄가 아니라는 법원의 결정이 나왔다.

1일(현지시간) BBC 방송 등에 따르면 스페인 법원은 노상 방뇨하는 여성과 미성년자 80명 이상을 몰래 촬영해 성인사이트에 유포한 사건에 대해 무혐의 처리했다.

피해 여성들은 2019년 북서부 세르보 마을에서 열린 지역축제 당시 화장실이 부족해 골목에서 소변을 봤고, 이 모습을 신원미상의 가해자가 몰래카메라로 촬영해 성인사이트에 유포했다.

영상 상당수가 피해자들의 얼굴과 성기 등을 근접 촬영해 일부 영상은 성인사이트에 게재돼 상업적으로 이용됐다. 피해자 규모는 100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피해자들은 지난해 '사생활 침해'를 이유로 법적 조치에 나섰지만 법원은 "사적공간이 아닌 공공장소에서 이뤄진 촬영으로 사생활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피해자들의 동의가 없더라도 공공장소 내 촬영은 형법상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아 민사로 접근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후 법원의 이 같은 결정에 반대하는 시위와 온라인 캠페인이 확산되고 있다.

한편, 스페인에서 여성 범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8년 남성 5명이 10대 여성을 성폭행한 일명 '늑대무리 사건'에서도 법원은 강간이 아닌 성적 학대로 판결했고, 대규모 항의 시위로 번졌다. 이후 대법원에서 1·2심을 뒤집고 강간죄를 적용해 가해자들의 형량은 기존 9년에서 15년으로 늘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