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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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국회 국정감사가 시작됐습니다. 첫 날부터 7개 상임위가 대장동 특혜 의혹을 둘러싼 논란으로 인해 파행을 거듭했습니다. 대선을 앞두고 대장동 의혹이 정국을 집어삼킨 분위기입니다. 대장동 개발 의혹을 두고 검찰 수사도 본격화하면서 실체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검찰 수사와 여야 공방 등의 과정에서 여러가지 의혹과 의문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 중 세 가지 의문점을 정리해봤습니다.

1. 던져진 휴대전화, 찾고 있나

검찰이 지난 1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체포한 뒤 조사를 진행 중입니다.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로 지목되는 인물입니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은 유 전 본부장을 상대로 대장동 개발사업 추진과정을 상세히 물었습니다. △2015년 화천대유가 참여한 하나은행컨소시엄이 사업계획서 제출 하루 만에 우선사업자로 선정된 경위와 △시행사 ‘성남의뜰’의 주주 구성 방식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우선 수익을 배당하고 민간 사업자에게 잔여 이익이 돌아가게 설계한 이유 등입니다.
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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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정영학 회계사가 제출한 녹취 파일에 등장하는 여러 의혹도 질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파일들엔 유 전 본부장이 경기관광공사 사장을 그만두기 전 화천대유 측에 배당 수익을 나눠달라고 요구했고, 이에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700억원을 주는 방안을 논의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젼해졌습니다. 이에 대해 유 전 본부장은 “동업 관계인 정민용 변호사에게 사업 자금 등을 빌린 얘기가 와전됐다”며 배당 이익을 요구한 적 없다는 취지로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각에서 제기된 ‘700억원 약정설’도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입니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을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를 적용해 구속 영장을 청구할 방침으로 알려졌습니다.

문제는 검찰이 앞서 지난달 29일 유 전 본부장 자택에 압수수색을 나갔을 때 확보하지 못한 휴대폰입니다. 유 전 본부장은 압수수색 전 휴대전화를 창밖으로 던졌다고 말했습니다. 검찰은 이날 결국 휴대전화는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이 휴대전화에는 이번 사건의 핵심적인 내용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개발 사업에 깊숙이 개입한 인물로, 사업 시행을 맡은 '성남의뜰' 주주 구성과 수익금 배당방식을 설계해 화천대유 측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대장동 개발 수익이 흘러간 것으로 의심받는 유원홀딩스의 소유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이재명 지사가 경기지사에 당선된 뒤 경기관광공사 사장을 지내 이 지사의 측근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데 휴대전화 확보가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죠. 검찰이 휴대전화를 찾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유 전 본부장의 말대로 휴대전화를 압수수색 직전 창밖으로 던졌다면 건물 주변 CCTV 등을 통해 휴대전화의 행방을 찾아볼 수 있을 것입니다. 검찰이 끝내 휴대전화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증거증발을 둘러싼 의심의 눈초리 역시 걷히지 않을 수 있습니다.

2. ‘국민의힘 게이트’ 주장하는 여당, 특검 왜 반대하나

특검을 둘러싼 논란도 있습니다. 야당에선 대장동 특혜 의혹과 관련해 특검 도입을 촉구하고 있지만 여당은 ‘수용 불가’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여당은 2일 사퇴 의사를 밝힌 곽상도 의원 아들의 ‘화천대유 퇴직금 50억원’ 논란을 기점으로 대장동 의혹을 ‘야당 게이트’로 규정 짓고 역공에 나섰습니다. 또 화천대유 고문단에 포함된 김수남 전 검찰총장, 이창재 전 법무부 차관, 이경재 변호사 등을 언급하며 "화천대유 관련 인물들이 대부분 야권 인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런 주장에도 불구하고 특검을 수용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권에선 야당 측의 특검 요구에 대해 대장동을 정쟁의 수단으로 삼으려 한다는 의구심을 갖고 있습니다. 내년 3월9일 대선까지 5개월을 앞둔 상황에서 ‘대장동 특검’을 도입하면 특검 임명과 수사범위, 기간 등을 두고 여야 간 정치공방이 불가피합니다. 국민의힘 측에서 대장동 의혹의 정점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있다고 주장하는 만큼 특검을 통해 대선까지 국민적 관심을 대장동 의혹에 집중시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드루킹 트라무아’ 때문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검찰과 달리 특검은 수사방향이 어떻게 진행될지 예상하기 어렵습니다. 법무부 장관의 권한 밖에 있어 제어하기도 쉽지 않죠. 앞서 민주당은 2018년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과 관련해 특검을 수용했지만 결국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던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유죄로 결론 났습니다. 이번에도 특검을 수용한 뒤 수사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할 경우 민주당 지도부의 부담은 더 커지게 됩니다.

현재 검찰 수사팀이 친정권 인사들로 구성돼 있다는 점도 굳이 특검을 수용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요인 중 하나일 수 있습니다.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의혹 사건 전담수사팀의 팀장인 김태훈 차장검사는 법무부 검찰국 과장 시절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징계실무를 담당했습니다. 당시 검찰국장이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입니다. 이 지검장은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고교 후배입니다. 수사를 담당하는 유경필 경제범죄형사부장은 이정수 지검장의 측근으로 꼽힙니다. 또 김영준 부부장검사는 송철호 울산시장의 사위로 2019년 당시 조국 법무장관 청문회준비단 신상팀에 몸담기도 했습니다.

경찰도 분위기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경찰은 지난 4월 전 화천대유 계좌에서 수상한 자금 흐름이 포착됐다는 금융정보분석원(FIU) 통보를 받았지만, 최근에야 일선 경찰서에서 경기남부청으로 사건을 보냈습니다. 경기남부청은 신성식 수원지검장 관할인데, 신 지검장도 친정권 인사로 분류됩니다.

3. 권순일 전 대법관은 왜

권순일 전 대법관을 둘러싼 의혹도 풀어야 할 과제입니다. 권 전 대법관은 퇴임 후 화천대유의 고문으로 영입됐습니다. 문제는 권 전 대법관이 이재명 지사의 선거법 위반 사건 무죄 판결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것입니다.

지난 1일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도 이 부분을 두고 여야가 충돌했습니다. 국민의힘은 권 전 대법관이 대법원 전원합의체(전합) 무죄 판결을 주도한 점 등을 근거로 “이 지사를 구하기 위한 재판 거래가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논리적 비약”이라고 맞섰습니다.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이 제시한 대법원 출입기록에 따르면 화천대유의 대주주인 김만배 씨는 2019년 7월부터 2020년 8월까지 모두 8차례 권순일 전 대법관실을 방문했습니다. 8번 방문 중 7번은 이 지사 사건이 대법원에 접수된 후의 일입니다. 특히 지난해 6월 15일 이 지사 사건이 대법원 전합에 회부된 다음 날 김 씨가 권 전 대법관실을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은 이를 두고 “김 씨는 이 지사 사건의 이해관계인이기도 하다. 만남이 부적절하지 않냐”고 질의했고, 이에 대해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은 “이해관계인이라면 만남이 부적절하다”고 답변했습니다.

권 전 대법관 방문 사실에 대해 김씨는 “단골로 이용하던 대법원 구내 이발소를 방문하거나 후배 출입기자를 만나러 온 것인데 편의상 ‘권순일 대법관 방문’이라고 적은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이에 대해 전 의원은 “권 전 대법관이 퇴임한 9월 이후에는 (김 씨는) 한 번도 대법원에 찾아가지 않았다”면서 “김 씨의 방문 시기를 볼 때 이 지사 사건과 관련해 권 전 대법관을 찾아갔다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여당 의원들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 논리적 비약이라고 맞섰습니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씨가 권 전 대법관을 만났더라도 개인적 친분으로 만났을 가능성이 크지 이재명 지사 재판과 연관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의원은 이 지사 사건이 대법원에 접수된 후 4~5개월간 김씨가 대법원을 찾아오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김 의원은 “이 지사가 성남시장직을 그만둔 뒤로는 대장동 관련 모든 권한을 내려놓았고, 대법원 판결 시점에는 영향력 행사는 아예 불가능했는데 김씨가 이 지사를 위한 로비를 할 동기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법조계에 따르면 권순일 전 대법관은 법관들 중에서도 똑똑하기로 유명했다 합니다. 또 정치성향을 뚜렷하게 드러내지도 않고 본인 처사에도 신중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합니다. 때문에 퇴임 후 화천대유 고문직을 수락한 것을 두고 이해하기 힘들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당연히 본인의 판결과 관련있는 인물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됨으로써 추후 구설수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상식적이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서 “월 1500만원원의 고문료 외에 뭔가 더 있는 것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하는 이유입니다. 이런 지적은 법사위 국정감사에서도 나오기도 했습니다.

대장동 특혜 의혹을 둘러싼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입니다. 다른 많은 규명해야 할 사실들도 많지만 핵심적인 의문점을 중심으로 해소해나간다면 사건의 실체에 다가가는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반대로 이런 부분들이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는다면 수사기관에 대한 신뢰는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오를 것입니다. 시험은 시작됐습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