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연이어 터져나온 한국 외교수장의 北·中 옹호발언 [송영찬의 디플로마티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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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향해 "北에 줄 구체적 인센티브 제시해야"
中 '공세외교'에 대해선 "당연한 것"
백악관·국무부 이례적 같은날 반박
中 '공세외교'에 대해선 "당연한 것"
백악관·국무부 이례적 같은날 반박
“미국은 북한에 협상을 위한 구체적인 제안을 했지만 북한이 응답하지 않았다.”
미국 백악관이 지난 1일 언론 브리핑에서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내놓은 답변입니다. 공교롭게도 백악관이 이같은 입장을 내놓은 날 아침, 워싱턴포스트(WP) 신문에는 “미국이 북한에 제공할 수 있는 구체적 인센티브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정의용 외교부 장관 인터뷰 기사가 실렸습니다.
이 인터뷰 기사에는 불쾌한 듯한 미국의 입장이 그대로 묻어납니다. WP는 정 장관과의 인터뷰에서 “협상을 위한 구체적인 제안을 했지만 북한이 응답하지 않았다”며 정 장관 발언을 반박하는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의 발언을 함께 보도합니다. 이날 백악관이 내놓은 공식 입장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 말입니다.
이 인터뷰는 한·미·일 외교장관회의 하루 뒤 진행됐습니다. 북한 미사일 발사에 3국의 외교수장이 머리를 맞대고 후속 대응 논의를 진행한 다음날 한국 외교수장은 북한을 옹호하는 듯한 말을 한 것입니다. 백악관과 같은 날 미국 국무부도 정 장관을 겨냥한 듯한 입장을 내놓습니다. “국제사회가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의무를 준수하고 미국과 협상에 임해야 한다는데 ‘통일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논평입니다. 이는 직접적으로 한국 정부의 ‘대북제재 완화 주장’에 대한 입장을 묻는 미국의소리(VOA) 방송 질문의 답변이었습니다.
정 장관은 지난달 22일 미국외교협회(CFR) 초청 대담회에서 “미국은 특히 제재 완화나 해제에 준비가 안 돼 있지만 우리로써는 이제 이를 검토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며 대북 제재를 완화를 주장했습니다. 지난 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 국정감사에서도 “제재 완화를 검토할 때가 됐다”고 이같은 입장을 재차 확인했습니다.
진행자가 한국, 일본, 호주 등을 중국에 맞서는 하나의 블록으로 구분하자 “그것(반중 블록)은 중국 사람들이 말하듯이 냉전시대 사고”라고 반박하기도 합니다. 마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유엔 총회 연설에서 미국을 겨냥해 “냉전식 제로섬 게임을 하고 있다”고 말한 다음날이었습니다.
상대국을 윽박질러 원하는 것을 얻어낸다는 중국의 ‘늑대 외교’를 적극 옹호했다는 지적에 정 장관은 지난 1일 국정감사에서 적극 해명에 나섭니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미국에서는 중국의 해외 팽창적인 외교 흐름을 ‘공세적 외교(assertive diplomacy)’라고 정리했다”며 “(표현에 대한) 장관의 생각을 물어본 게 아니라 이같은 공세외교의 최첨단에 있는 국가의 장관으로서 어떤 감이 있냐는 질문에 왜 중국 얘기만 하고 왔냐”고 정 장관을 질타합니다. 이에 정 장관은 “어느 나라든 자국의 입장을 강하게 ‘assert(주장)’ 할 수 있지만 자국의 입장을 ‘coerce(강압)’해선 안 된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고 맞섰습니다. 이어 “최근 중국에 대해서는 ‘assertive’(공세적)보다는 ‘coercive(강압적)’라는 표현을 쓴다”고 덧붙입니다. 마치 이 간담회에서 사회자가 중국에 대해 ‘공세적’이 아닌 ‘강압적’이라는 표현을 썼다면 동의했을 수 있다는 뉘앙스지만, 당시 사회자는 “호주는 중국이 더욱 공세적으로 변했다고 하는데, 한국의 경험은 호주와 다른 것이냐”고 되묻기까지 했습니다.
정 장관의 해명은 별안간 새로운 논란까지 낳습니다. “(주장이라는) 의미로 얘기한다면, 우리도 일본한테 강하게 입장을 개진하다는 점에서 ‘assertive(공세적)’”라며 돌연 일본을 언급한 것입니다. 이쯤 되면 한국 외교의 ‘예측 가능성’을 가장 떨어뜨리는 요소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상황이 아닌 외교수장의 연이은 돌발 발언은 아닌지 우려스럽습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미국 백악관이 지난 1일 언론 브리핑에서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내놓은 답변입니다. 공교롭게도 백악관이 이같은 입장을 내놓은 날 아침, 워싱턴포스트(WP) 신문에는 “미국이 북한에 제공할 수 있는 구체적 인센티브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정의용 외교부 장관 인터뷰 기사가 실렸습니다.
美, '대북 제재 완화' 주장에 "통일된 메시지 중요"
정 장관은 지난달 23일 진행된 이 인터뷰에서 “현 상황을 방치하면 북한의 미사일 능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기사의 맥락상 정 장관이 언급한 ‘현 상황’은 ‘미국이 북한에 구체적인 인센티브를 제시하지 않는 상황’을 말합니다. 북한이 지난달 한 달 동안에만 네 차례의 미사일 도발에 나섰는데 그 원인을 미국에 돌리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입니다.이 인터뷰 기사에는 불쾌한 듯한 미국의 입장이 그대로 묻어납니다. WP는 정 장관과의 인터뷰에서 “협상을 위한 구체적인 제안을 했지만 북한이 응답하지 않았다”며 정 장관 발언을 반박하는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의 발언을 함께 보도합니다. 이날 백악관이 내놓은 공식 입장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 말입니다.
이 인터뷰는 한·미·일 외교장관회의 하루 뒤 진행됐습니다. 북한 미사일 발사에 3국의 외교수장이 머리를 맞대고 후속 대응 논의를 진행한 다음날 한국 외교수장은 북한을 옹호하는 듯한 말을 한 것입니다. 백악관과 같은 날 미국 국무부도 정 장관을 겨냥한 듯한 입장을 내놓습니다. “국제사회가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의무를 준수하고 미국과 협상에 임해야 한다는데 ‘통일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논평입니다. 이는 직접적으로 한국 정부의 ‘대북제재 완화 주장’에 대한 입장을 묻는 미국의소리(VOA) 방송 질문의 답변이었습니다.
정 장관은 지난달 22일 미국외교협회(CFR) 초청 대담회에서 “미국은 특히 제재 완화나 해제에 준비가 안 돼 있지만 우리로써는 이제 이를 검토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며 대북 제재를 완화를 주장했습니다. 지난 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 국정감사에서도 “제재 완화를 검토할 때가 됐다”고 이같은 입장을 재차 확인했습니다.
中 '공세적 외교'는 두둔, 해명하면서는 日 언급
애석하게도 정 장관이 4박5일 간의 미국 순방 일정에서 적극적으로 입장을 두둔한 국가는 북한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정 장관은 대북 제재 완화를 역설한 CFR 대담회에서는 중국의 대외정책이 ‘공세적(assertive)’이라고 보냐는 질문에 대해 “경제적으로 강해지고 있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라며 중국을 두둔한다는 논란을 낳았습니다.진행자가 한국, 일본, 호주 등을 중국에 맞서는 하나의 블록으로 구분하자 “그것(반중 블록)은 중국 사람들이 말하듯이 냉전시대 사고”라고 반박하기도 합니다. 마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유엔 총회 연설에서 미국을 겨냥해 “냉전식 제로섬 게임을 하고 있다”고 말한 다음날이었습니다.
상대국을 윽박질러 원하는 것을 얻어낸다는 중국의 ‘늑대 외교’를 적극 옹호했다는 지적에 정 장관은 지난 1일 국정감사에서 적극 해명에 나섭니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미국에서는 중국의 해외 팽창적인 외교 흐름을 ‘공세적 외교(assertive diplomacy)’라고 정리했다”며 “(표현에 대한) 장관의 생각을 물어본 게 아니라 이같은 공세외교의 최첨단에 있는 국가의 장관으로서 어떤 감이 있냐는 질문에 왜 중국 얘기만 하고 왔냐”고 정 장관을 질타합니다. 이에 정 장관은 “어느 나라든 자국의 입장을 강하게 ‘assert(주장)’ 할 수 있지만 자국의 입장을 ‘coerce(강압)’해선 안 된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고 맞섰습니다. 이어 “최근 중국에 대해서는 ‘assertive’(공세적)보다는 ‘coercive(강압적)’라는 표현을 쓴다”고 덧붙입니다. 마치 이 간담회에서 사회자가 중국에 대해 ‘공세적’이 아닌 ‘강압적’이라는 표현을 썼다면 동의했을 수 있다는 뉘앙스지만, 당시 사회자는 “호주는 중국이 더욱 공세적으로 변했다고 하는데, 한국의 경험은 호주와 다른 것이냐”고 되묻기까지 했습니다.
정 장관의 해명은 별안간 새로운 논란까지 낳습니다. “(주장이라는) 의미로 얘기한다면, 우리도 일본한테 강하게 입장을 개진하다는 점에서 ‘assertive(공세적)’”라며 돌연 일본을 언급한 것입니다. 이쯤 되면 한국 외교의 ‘예측 가능성’을 가장 떨어뜨리는 요소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상황이 아닌 외교수장의 연이은 돌발 발언은 아닌지 우려스럽습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