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밥 계란'이 뭐길래…CJ도 꽂힌 대체 단백질
영화 ‘설국열차’에서 꼬리 칸에 탄 하층민들은 양갱처럼 생긴 거무튀튀한 단백질 블록으로 식사를 한다. 극 중반 단백질 블록의 원료가 바퀴벌레였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영화 속 주인공은 분노한다. 영화 속 소재라고만 여겨졌던 ‘곤충으로 만든 식품’이 실제로 나오기 시작했다. 소, 돼지 등 가축을 기르는 과정에서 온실가스와 암모니아 배출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하다는 우려가 커지자 곤충 등을 활용해 친환경 대체 단백질을 개발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연못의 불청객으로 불리는 개구리밥을 이용해 대체 단백질을 만드는 스타트업도 등장했다.

‘친환경 식재료’ 곤충


육가공 전문기업 에쓰푸드는 지난달 말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를 통해 곤충으로 만든 단백질바를 선보였다. 반응은 폭발적이다. 열흘 만에 목표치의 300%에 달하는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 단백질바는 식용 곤충 ‘갈색거저리’를 말린 뒤 갈아 분말 형태로 만들어 재료로 사용했다. 생김새는 일반 단백질바와 크게 다르지 않다. 맛도 초코와 베리, 넛츠 등으로 다양하다. 곤충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말해주지 않으면 알아차리기 어렵다.
'개구리밥 계란'이 뭐길래…CJ도 꽂힌 대체 단백질
에쓰푸드는 지난해 초 경상북도와 손잡고 식용 곤충을 이용한 식품 개발에 뛰어들었다. 곤충은 영양학적으로 뛰어난 식재료다. 김경대 에쓰푸드 식품연구소장은 “갈색거저리는 소고기에 비해 단백질 함유량이 두 배 이상 높고, 동물성 단백질에는 없는 식이섬유와 필수 아미노산 등을 함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곤충은 친환경 식재료이기도 하다. 소고기와 비교할 때 같은 양의 단백질을 얻는 데 필요한 물은 8분의 1, 사료는 13분의 1 수준이다. 식용 곤충을 기를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양도 소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다만 곤충을 식재료로 쓰는 것에 대한 소비자들의 혐오감이 여전히 크다는 점은 걸림돌이다.

동물 대신 식물과 곤충, 해조류, 미생물 등을 이용해 만드는 대체 단백질 시장은 친환경 바람을 타고 가파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대체 단백질 시장 규모는 2017년 89억8900만달러(약 10조7000억원)에서 2019년 103억4600만달러(약 12조3000억원)로 15.1% 커졌다. 2025년에는 178억5900만달러(약 21조2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몸값 뛰는 ‘개구리밥’


국내 식품 대기업들도 대체 단백질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보고 선제 투자에 나섰다. CJ제일제당은 최근 글로벌 식품기업인 켈로그 등과 함께 미국 식물성 대체 단백질 스타트업 플랜티블푸즈의 시리즈A 투자에 참여했다. 2018년 설립된 플랜티블푸즈는 연못 등 물 위에 떠서 자라는 개구리밥을 이용해 계란과 유제품, 육류 등을 대체할 단백질을 개발하고 있다.

개구리밥은 그간 식재료로서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지만 최근 대체 단백질 공급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개구리밥의 가장 큰 장점은 엄청난 번식력이다. 48시간이면 두 배 이상 몸집이 커질 정도로 성장 속도도 빠르다. 작황 주기가 있는 다른 식물과 달리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단백질 생산 효율도 높다. 대체 단백질을 만드는 재료로 널리 쓰이는 콩보다 면적당 단백질 생산량이 10배 이상 많으면서도 작물을 기르는 데 필요한 물 소비량은 10분의 1 수준이다. 플랜티블푸즈는 이르면 내년 개구리밥으로 만든 대체 단백질 상품을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대체 단백질을 이용한 식품은 이미 일상 속으로 스며들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지난달 초 식물성 대체 계란인 ‘저스트 에그’를 활용한 샌드위치와 머핀 등을 선보였다. 저스트 에그는 미국 식품기업인 잇저스트가 개발한 대체 계란이다. 녹두에서 추출한 단백질에 강황을 더해 계란의 형태와 식감을 재현했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최근 귀리로 만든 식물성 대체 우유인 ‘오트 밀크’를 기본 선택 옵션으로 도입했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건강에 대한 관심과 친환경, 가치소비 트렌드가 맞물려 식물성 단백질 등 대체 단백질 수요가 늘면서 관련 투자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 개구리밥

연못이나 논 등 물 위에 떠서 사는 부유성 수생식물. 부평초라고도 불린다. 개구리가 사는 곳에서 자라고, 올챙이가 먹는 풀이라 개구리밥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번식력이 좋은 게 특징이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