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원이 꽃보직? 코로나 뒤 공장서 텐트 생활"
베트남 박닌성에서 근무하는 삼성전자 주재원의 상당수는 지난 4개월간 집에 들어가지 못했다. 베트남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성 간 이동을 금지하면서 공장에서 숙식을 해결해야 했다. 공장 인근에 거주하는 베트남 직원들과 달리 한국 임직원은 대부분 하노이 등 다른 지역에서 출퇴근해왔다. 회사 관계자는 “기숙사 내 공간이 부족해 공장 바닥에 침낭을 깔거나 텐트를 치고 생활하는 직원들도 있다”고 했다.

3일 기업들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해외 주재원의 삶은 180도 달라졌다. 우선 근무 강도가 훨씬 세졌다는 게 해외 주재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한 대기업 주재원은 “코로나19에 따른 리스크를 수시로 파악해 본사와 소통하고 해결해야 한다”며 “이곳의 업무 시간은 물론 한국 업무 시간에도 일을 손에서 놓지 못한다”고 말했다.

"주재원이 꽃보직? 코로나 뒤 공장서 텐트 생활"
본사가 있는 국내에서 주 52시간 근로제가 본격 시행된 것도 해외 주재원의 업무를 가중시키고 있다. 엄격하게 주 52시간을 지키는 국내 직원들의 업무 처리량이 줄어들면서 상대적으로 통제가 느슨한 해외법인 주재원들의 일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한 대기업의 미국 주재원은 “본사 해외사업부에서 처리했던 각종 업무를 해외법인이 맡다 보니 야근이 일상화돼 버렸다”며 “한국 내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의 불똥이 이쪽으로 튄 셈”이라고 했다.

‘혜택’으로 여겨졌던 주재원의 삶이 팍팍해지면서 주재원에 대한 인식도 바뀌었다. 최근 직장인 앱 ‘블라인드’에는 코로나19 확산에도 해외 주재원을 지원해야 할지 고민하는 글이 자주 올라온다. “어떻게 하면 주재원이 될 수 있느냐”고 묻던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

선호하는 지역에도 변화가 생겼다. 가장 경쟁률이 높았던 미국을 기피하는 분위기도 없지 않다. 미국은 중요한 전략시장이기에 어떤 악조건에서도 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고강도 근무와 스트레스를 각오해야만 미국 사무소에 지원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이런 상황을 극복하고 실적을 내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이수빈/박신영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