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코로나19로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은 곳은 중국 시장이다. 최대 명절 춘제 연휴에도 베이징 도심에선 지나다니는 사람을 보기 어려웠다. 이런 분위기와 달리 풀무원 중국법인은 숨가쁘게 돌아갔다. 외출이 어려워지자 온라인 매출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간편식 스파게티와 두부 등 주요 제품이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했다.

풀무원은 지난해 1분기 처음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진출 10년 만이었다. 매년 적자를 냈는데도 신제품 개발에 투자하고, 온라인 판매망을 구축해 놓은 게 주효했다. 해외시장에 발을 들여 안착하기까지 인내와 노력이 얼마나 필요한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中 포기 못해" 풀무원, 인고의 10년…기어이 흑자 일궜다

10년 투자 결실 맺은 풀무원 중국법인


국내외 기업들에 코로나19는 예상치 못한 시련이었다. 글로벌 경기는 얼어붙었고, 감염병 확산은 물류비 상승, 원자재값 급등과 같은 예기치 못한 변수를 낳기도 했다. 소비 유통 생산 등과 관련한 기존 방식이 격변하자 미래에 선제적으로 투자한 기업들이 기회를 잡았다.

지난해 매출 605억원, 영업이익 58억원으로 2010년 법인 설립 이후 10년 만에 흑자를 달성한 풀무원 중국법인이 대표적이다. 영업이익률은 9.6%에 달했다. 식품업계의 평균 이익률(5~6%)의 두 배에 육박했다.

10년에 걸친 인고의 시간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드라마틱한 반전이었다. 박태준 풀무원 중국법인 상무는 “2009년 처음 진출할 때만 해도 우리는 보따리상 수준이었다”고 회고했다. 당시 임직원들은 시장 조사를 위해 길거리에 노상을 차려놓고 간편식 스파게티를 쉼없이 만들었다. 거래처와 만날 때마다 휴대용 가스레인지를 들고 다니며 제품을 조리했고, 화장실에서 그릇을 씻다가 건물 청소부에게 들켜 쫓겨나기도 했다. 이때부터 공을 들인 간편식 스파게티는 현재 풀무원 중국법인의 최고 인기 제품이 됐다. 스파게티 매출은 5년 전에 비해 20배나 늘었다.

두부 본고장에서 두부로 ‘대박’


제품 개발에도 공을 들였다. 두부의 본고장인 중국에 두부를 팔기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팔지 못하고 유통기한이 지난 두부 제품을 눈물을 머금고 가축사료로 헐값에 팔아야 했다.

적자에도 풀무원은 투자를 이어갔다.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었기 때문이다. 중국 소비자들의 의견을 꼼꼼하게 확인해 제품에 반영했다. 거리에서 시식한 소비자들이 “소스량이 부족하다”고 평가하자 이를 반영한 신제품을 내놔 ‘대박’ 수준의 성과를 거뒀다. 두부 포장지를 쉽게 뜯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제품에 적극 반영했다. 풀무원은 현재 베이징 두부시장에서 점유율 2~3위를 오르내리고 있다.

품질과는 타협하지 않았다. 중국 진출 초기 칼국수 제품에 작은 문제가 생기자 매장에 공급한 물건까지 모두 회수해 총 60만 개 제품을 폐기 처분한 적도 있다.

눈앞 이익보다 거래처에 믿음을


눈앞의 이익보다 오랜 기간 거래처와의 신뢰를 강조해온 기업들도 위기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현대건설기계는 브라질 최대 건설장비 렌털업체인 아르막과 작년 11월, 올 8월 두 차례에 걸쳐 굴착기 공급계약을 맺었다. 볼보, 존디어, JCB 등 글로벌 경쟁사를 모두 제쳤다.

성과 뒤에는 현지 법인 직원들의 오랜 노력이 있었다. 강정원 법인장을 비롯한 직원들은 2015년부터 브라질 주요 거래처와 접촉을 시작했다. 단순히 자사 제품을 사달라고 홍보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거래처가 어떻게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지 비전을 제시하고, 현대건설기계가 도움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줬다.

포스코인터내셔널 우즈베키스탄 면방법인도 코로나19 이후 발 빠른 대처로 현지 면방업계 최대 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성공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 7700만달러, 영업이익 1800만달러를 올려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세계 5대 목화 생산국 우즈베키스탄에서 달성한 성과로 1996년 법인 설립 이후 25년 만의 쾌거였다.

이 법인은 작년 3월 우즈베키스탄에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4000명에 달하는 전 직원에 대한 코로나19 검사와 위생키트 배포, 시간대별 발열검사를 해 방역을 강화했다. ‘직장이 가장 안전하다’는 인식을 직원들에게 심어줬다.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우즈베키스탄 전역에 지역봉쇄가 내려지는 상황에도 면방법인 공장은 돌아갔다. 조승현 포스코인터내셔널 우즈베키스탄 면방법인장(상무)은 “현지 직원들과 끈끈한 신뢰를 구축해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종관/강경민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