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김숙희 씨와 러브스토리부터
대선 경선후보 출마 속내까지
"국민께 정치 인생 맡기겠다는 절절한 호소"
"선진국 대한민국, 노련한 리더십 필요"
SBS '집사부일체'는 3일 대선주자 빅 3 특집 마지막 주자로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이야기를 공개했다.
이 전 총리의 집에는 미술 교사였던 아내 김숙희 씨가 그린 그림으로 가득 차 있었다. 김 씨는 "남편이 해외 주재원으로 갈 때 미술 교사를 그만뒀다. 주로 꽃, 자연을 좋아한다"고 했다. 이 전 총리는 "그림을 그리진 못하고 논평을 한다"고 했다.
거실에는 대형 프린터기가 두 대나 있었다. 이 전 총리는 "굉장히 일을 많이 한다. 하나 가지고는 고장이 날 정도다. 원고를 고쳐 쓰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 전 총리는 이날 셔츠 차림으로 멤버들을 맞이했다. 아내 김 씨는 "집에만 오면 파자마 차림이다"라고 언급했다. 안방 옷장에서도 수많은 파자마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승기는 "파자마가 빨간색은 없다. 다 파란색"이라고 언급하자 김 씨는 "다 민주당 색깔"이라며 웃었다.
김숙희 씨는 멤버들을 위해 남도한정식을 준비했다. 그는 이 전 총리가 전남도지사였을 당시 배운 요리라며 게장, 홍어전, 영광 보리굴비, 담양 죽순나물 등을 직접 만들었다. 이 전 총리 부부는 결혼 스토리도 공개했다. 아내 김 씨는 "처음에 중매로 만났다. 제가 26살, 남편이 30살에 만났다"고 했다. 양세형 "그때 당시 서른은 좀 늦은 나이 아니냐", 유수빈은 "첫사랑 이시냐"고 물었다.
김 씨는 "첫사랑은 아니다"라며 "신문사 13층 스카이라운지에서 처음 만났다. 어떤 남자가 양복 입고 샌님처럼 앉아있었다. 꾸벅 인사하고 10분~15분 앉아있다가 가겠다고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제가 무례했던 거다. 첫인상이고 뭐고 아무것도 생각이 안 난다. 가겠다고 하니까 이 사람이 '가보셔야죠' 하더라. 명함을 줘서 받아서 집에 와서 잤다"고 설명했다.
양세형은 "이 정도 들으면 중매 실패한거다"라고 언급했다. 김 씨도 "이 사람과 결혼을 할 거라고 1도 생각 못했다"고 귀띔했다. 중매 후 김 씨는 이 전 총리에 대한 미안함을 느끼고 연락을 먼저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다방으로 나오라고 해서 나갔더니 친구를 데리고 왔더라. 두 사람이 옛날이야기를 하는 데 내가 낄 틈이 없었다. 가만히 관찰을 했더니 이 남자가 아는 것도 많고 그런 면을 객관적으로 보겠더라"라고 말했다.
통행금지 시간이 있던 시절임에도 이 전 총리는 아내 김 씨를 데려다주고 집으로 향했다고. 김 씨는 "차문을 닫아줄 줄 알았는 데 따라 들어왔다. 집에 데려다주고 다시 돌아갔다. 이 남자가 책임감은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결혼을 결심한 계기에 대해 이낙연 전 총리는 "양가 사이에 진도 차이가 컸다. 저는 마음의 준비를 않고 있었는데 이 사람 쪽에선 이미 진도가 막 나가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장인어른이 물리학 교수신데 서울에 출몰하셔서 저를 취조하셨다. 저희 형제들이 집이 가난해서 학력이 들쭉날쭉했다. 질문받을 때마다 상처를 받았다. 한참 듣다가 결혼 언제 하냐고 물었다. (저희는) 그런 상태가 아니었다. 어른이 물으시니 아무 준비 없이 이렇게 말했다. 아버지가 농사짓는데 추수를 해서 돈이 생기려면 11월은 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다 8월에 결혼했다. 굉장히 진도가 빨리 나갔다"고 했다.
아내 김 씨는 "프러포즈는 없었다. 그런데 한방에 녹이는 멘트가 있다. 어느 날 말하지 않고 TV를 바꿨는데 아무 말 안 하더라. 집에 뭐 달라진 거 없냐고 물으니 '뭐가 달라졌는데?' 이러더라. '난 집에 오면 당신만 보니까'라고 말하더라"라며 웃었다. 멤버들은 이낙연 전 총리에 대해 '아재 개그'의 달인이라고 언급했다. 이 전 총리는 "유머 욕심이 있다. 사람들의 마음을 늘 얻고 싶기 때문이다. 개그맨들도 그런 게 있을 거다. 웃겼다는 건 마음을 얻은 것"이라고 밝혔다.
이승기는 이 전 후보의 스펙에 대해 "정치인으로서 끝판왕"이라며 "국회의원 5선, 도지사, 국무총리, 당 대표까지 다 하셨다. 이제 마지막 대한민국의 딱 한자리 남았다"고 말했다.
대선 출마 계기에 대해 이 전 총리는 "책임 때문이다. 총리를 하고 국가적으로 많은 일을 경험하다 보니 이런 일이라면 해본 사람이 하는 게 낫겠구나 생각했다. 또 국민들도 기대를 많이 표시해주셨다"고 강조했다.
이 전 총리는 랩에 인터뷰를 접목한 '랩터뷰'에도 적극 참여하며 웃음을 자아냈다. 스냅백 모자를 쓴 채 랩으로 자기소개를 하기도 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한 질문에 "윤석열은 저와 문재인 정부에 큰 숙제를 주신 분이다. 이재명은 미래의 숙제를 계속 주는 분이다. 윤석열은 검찰 개혁이란 숙제, 이재명은 기본 소득이라는 미래의 숙제를 주고 계신다"고 밝혔다.
이 전 총리는 지지율에 일희일비한다고 솔직 고백했다. 그는 "표현은 하지 않지만 속으로 앓는다. 아주 안 좋을 때는 아내에게 상의한다. 보좌진들의 힘이 빠질까 봐 기분을 살피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이낙연 전 총리의 별명은 '역전의 명수'다. 그는 "전라남도 지사 선거 때 밀리고 있었는데 경선 아슬아슬하게 역전했고, 본선 가서는 전국 최고 득표율이었다"며 이번에도 대역전을 꿈꾼다고 밝혔다.
국회의원을 사퇴한 것에 대해 "돌아갈 곳이 없다는 절박한 마음을 국민께 알리고 싶었다. 한 번 더 생각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배수의 진이라는 심정으로 임했다. 국민께 제 정치 인생을 맡기겠다는 절절한 호소"라고 속내를 드러냈다.
'20대 대통령은 나다'라는 질문에 이 전 총리는 세 번의 "예스"(YES)를 외쳤다. 그는 "대한민국에 필요한 지도자의 요건에 가장 가깝다. 대한민국은 올해 선진국으로 편입됐다. 우리 이제 선진국으로서의 과제를 풀어야 한다. 노련한 리더십이 있어야 한다. 한국 경제의 80%를 무역에 의존한다. 경제를 위해 외교를 해야 하는데 외교를 해본 사람은 저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 전 총리는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국민에게 상처를 주는 말은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막말을 한다거나 대통령으로서 인격을 의심받을 정도의 턱없는 망발, 그런 것이 국민으로서는 상처다. 우리나라의 얼굴이 저 정도일까, 실망했다, 이런 일은 없을 거다"라고 말했다.
이날 민주당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한 민주당 경선 누적 투표 결과에 따르면 경선 전체 투표자 수는 102만2055명이다. 이 중 이재명 후보는 54.90%의 득표율로(54만5537표) 과반을 차지하며 1위를 지켰다. 이낙연 후보는 누적 득표율 34.33%(34만1076표)로 2위에 그쳤다.
이재명 후보가 남은 일정에서 17만여표를 추가 득표할 경우 결선 없이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다. 반대로 이낙연 후보 입장에서는 이재명 후보의 득표를 40% 선까지만 잡아 놓을 수 있다면 결선 투표의 불씨도 되살릴 수 있다.
이에 이낙연 후보와 캠프는 희망을 놓지 않고 막판 격차 좁히기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전략이다. 남은 일주일 동안 서울과 경기지역 당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3차 선거인단 투표율 제고를 위해 노력하는 한편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수사 과정을 지켜볼 계획이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