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용품 업계 '짝퉁과의 전쟁'…PXG 등 가품시장 1000억 상회
골프용품 관계자들 사이에서 ‘남대문 빅3’로 불리던 가짜 제품 생산·유통업자 A씨는 상표법 및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돼 지난달 징역 3년, 벌금 1000만원의 형에 처해졌다. 업계에 따르면 골프 브랜드의 가짜 생산·유통 혐의로 실형이 선고된 첫 사례다.

골프산업이 거대한 ‘짝퉁과의 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PXG어패럴에 따르면 지난해 세관이 단속한 이 브랜드의 가짜 제품 적발 건수는 3657건으로 전년(1996건) 대비 83.2% 늘었다. 지난해 PXG 클럽 가짜 적발 건수도 3650건으로 2019년(2560건)보다 42.5% 증가했다. ‘짝퉁’ 제품들의 정품 기준 가치는 60억원에 달한다. PXG는 “올해는 적발 건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타이틀리스트 어패럴을 전개하는 아쿠쉬네트에 따르면 지난해 세관에 적발된 타이틀리스트 가짜 제품은 218회에 걸쳐 1만7064점에 달한다. 2017년 70차례, 600점이 적발된 데 비해 4년 만에 수십 배 늘었다.

골프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관련 제품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 품귀현상이 일자 ‘짝퉁’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한 브랜드 관계자는 “예전에는 짝퉁 시장이 ‘거슬리는 존재’ 정도였지만 이제는 매출과 브랜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줄 정도로 커졌다”고 말했다. 이번에 적발된 A씨가 판매 또는 보관한 짝퉁은 8만3000여 점에 달했다. 정품 기준 118억원어치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업계는 짝퉁 골프의류 시장 규모가 이미 1000억원대를 훌쩍 넘긴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후속 조치만 취했던 브랜드들도 이젠 적극적으로 선제 대응에 나서고 있다. ‘뱅드라이버’ 상표권을 보유한 골프코리아는 최근 유사품 제조업체 T사 대표 H씨를 형사 고발했다.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최근 H씨를 상표권 도용 혐의로 기소했다. 골프코리아는 “한국 상표권자는 골프코리아로 T사가 상품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클럽 브랜드 핑(PING)의 국내 공식 수입원인 삼양인터내셔날도 모조품 판매 단속에 나섰다. 삼양인터내셔날은 지난달 자사의 모조품이 가장 많이 유통되고 있는 쿠팡의 신뢰관리센터에 모조품 판매자들에 대한 ‘지식재산권 침해’ 사실을 신고했다.

피해 업체들은 가짜 식별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소비자에게 안내하는 등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PXG는 가격과 소재 차이, 모자 안쪽 정품 케어라벨 등을 통해 가짜를 구별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핑의 경우 중국에서 구매대행으로 들어오는 대부분의 제품이 가짜로 신고된다고 했다. 핑 관계자는 “핑은 중국에 생산 공장이 없다”며 “국내에 정식으로 유통되는 핑 클럽에는 정품 라벨과 바코드가 부착돼 있다”고 설명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