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대결 실종…국정감사도 대장동 난타전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이 대선정국의 '블랙홀'로 떠올랐다.

대권주자들의 정책 대결은 실종됐고, 불과 한 달 전까지 정국을 달궜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사주 의혹도 여론의 관심권에서 비켜난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국정감사에서도 단연 '대장동'이 초점이다.

대장동 사업의 키맨으로 꼽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검찰에 구속되면서, 여야의 대치 전선은 한층 가팔라졌다.

일차적으로는 더불어민주당의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를 정면으로 압박하는 형국이지만, 아들의 '화천대유 50억원 퇴직금'으로 의원직을 내려놓은 곽상도 의원을 비롯해 국민의힘측 연결고리도 적지 않을 수 있다.

시계 제로의 정국 흐름 속에 이 지사와 국민의힘 모두 대장동 수사 향배에 따라 정치적 운명이 엇갈릴 수 있는 상황이다.

'키맨 구속' 판도라 열리나…대장동 블랙홀 빠지는 대선정국
민주당은 '유동규 구속'을 기점으로 역공의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당 유력주자를 겨냥한 야권의 공세를 적극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민주당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4일 서면브리핑에서 "국민의힘이 무리하게 특검을 요구하는 것은 화천대유를 내년 대선 국면까지 끌고 가 정쟁을 지속하려는 꼼수"라며 "특검 주장을 내려놓고 검찰 수사에 성실히 협조하라"고 촉구했다.

한준호 원내대변인도 "국민의힘이 이 지사의 사퇴를 촉구하며 적반하장식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이 지사가 어떻게 곽상도 의원의 50억, 박영수 전 특검, 신영수 전 의원, 원유철 전 의원 등 의혹의 몸통이 될 수 있단 말이냐"고 논평했다.

이재명 지사도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유동규 전 본부장에 대한 관리책임을 인정하면서도, 비위 연루 의혹엔 거리를 뒀다.

이 지사는 기자간담회에서 "과거 제가 지휘하던 직원이, 제가 소관하는 사무에 대해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된 점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야권의 사과 요구엔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의 이재명 책임론에 대해선 "화약을 발명한 노벨이 9·11 테러를 설계했다는 식의 황당한 소리"라고 받아치기도 했다.

'키맨 구속' 판도라 열리나…대장동 블랙홀 빠지는 대선정국
국민의힘은 그야말로 파상공세에 들어갔다.

이준석 대표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1번 플레이어'에 빗대어 이재명 지사를 대장동 사업의 '설계자'로 규정했다.

이 대표는 KBS 라디오에서 "금전적 이득이 이 지사에게 전달됐다면 거대한 부동산 비리극의 수혜자 되는 것"이라며 "이나땡(이재명 나오면 땡큐)의 상황이 오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이 대표는 이르면 오는 5일부터 국회에서 청와대까지 도보로 행진하며, 이 지사의 비리 의혹을 알리는 대국민 선전전을 벌이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모든 정황과 증거들이 몸통, 이 지사를 향해 집중되고 있다"며 "국민 앞에 진심으로 사죄하고, 모든 공직은 물론 대선 후보직에서 사퇴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지사 자택 등에 대한 검찰 압수수색을 촉구하는 한편, 대장동 의혹의 실체를 규명할 특검 도입을 거듭 주장했다.

'키맨 구속' 판도라 열리나…대장동 블랙홀 빠지는 대선정국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