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 [사진=연합뉴스]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 [사진=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국내외 유명 인사들의 역외 탈세 정황을 폭로한 '판도라 페이퍼스'를 공개했다. 여기에는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와 전두환 전 대통령의 동생 전경환 전 새마을운동본부 중앙본부 명예회장을 비롯해 한국인 이름 275명도 포함됐다.

ICIJ와 공동으로 작업에 참여한 국내 매체 뉴스타파는 한국시간으로 4일 한국인 명단과 관련해 상세히 보도했다. 보도에서는 이 총괄 프로듀서가 역외 탈세에 이용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홍콩 페이퍼컴퍼니를 다수 운영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뉴스타파는 이 총괄 프로듀서가 홍콩의 페이퍼컴퍼니 5곳을 실소유하고 있으며, 이 중 폴렉스 디벨롭먼트를 이용해 미국 말리부의 부동산을 취득·매도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SM 측은 7년 전 관련 의혹이 처음 불거졌을 당시 폴렉스 디벨롭먼트와 SM의 연관성을 전면 부인한 바 있다. 하지만 뉴스타파는 유출된 내부 문서를 분석한 결과 폴렉스의 수익소유자는 이 총괄 프로듀서로 등재돼 있고 계좌운영권도 이 총괄 프로듀서에게 있는 것으로 명시돼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ICIJ 홈페이지 캡처]
[사진=ICIJ 홈페이지 캡처]
뉴스타파는 또다른 차명 계좌인 '스카이 크리에이티브'와 관련해서는 이곳 법인 이사가 홍콩인 청혼컹과 미국계 한국인 손모 씨로 기록돼 있지만 실소유주는 이 총괄 프로듀서이고 스카이 크리에이티브의 주식 700여만 주 가운데 500여만 주의 실소유주도 이 총괄 프로듀서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SM 측은 보도자료를 내고 폴렉스 등은 이 총괄 프로듀서의 부친인 이희재(2010년 사망)씨가 2006년 국내 예금 40억원을 홍콩으로 반출해 설립한 회사라고 반박했다. 이 법인의 재산권은 2010년 고인이 사망한 이후 부인에게 상속됐으며 이 총괄 프로듀서와 SM은 해당 법인의 운영과 자산관리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뉴스타파는 오는 5일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동생 전경환 씨가 미국령 사모아에 유령회사를 설립한 사실 등을 보도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한편 파나파 페이퍼스 명단에는 전 세계 유력 인사들의 이름이 다수 포함됐다. 요르단 국왕 압둘라 2세는 조세회피처를 통해 영국과 미국에 7000만 파운드(약 1122억원)에 상당하는 부동산을 소유한 것으로 파악됐다.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는 부동산을 거래하며 편법으로 31만2000파운드(약 5억 48만원)의 인지세를 절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아이를 출산한 한 러시아 여성이 급작스럽게 재산이 불어난 정황도 포착됐다. 그 밖에 안드레이 바비시 체코 총리, 우후루 케냐타 케냐 대통령, 기예르모 라소 에콰도르 대통령도 명단에 등장했다.

ICIJ는 전 세계 금융회사 14곳에서 유출된 1190만여 건의 문서를 토대로 이번 문건을 공개했다. 작업에는 워싱턴포스트(WP), BBC 등 전 세계 117개국 언론인 600여명이 참여했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