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다나와 첫 페이지. 한경DB
2005년 다나와 첫 페이지. 한경DB
1990년대부터 생기기 시작한 1세대 전자상거래 플랫폼들이 사업을 접고 매각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전자상거래 플랫폼 시장의 활황으로 자본시장에서 기업가치가 뛰기 시작하자 사업을 매각하고 있는 겁니다.

언뜻 보면 경사라 할 수도 있지만, 그 기저에는 새로운 플랫폼들과의 경쟁에서 더 이상 사업을 운영할 수 없다는 계산이 깔려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1세대 전자상거래 플랫폼들의 몰락과 새로운 플랫폼들의 시대가 왔다고 분석합니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다나와는 NH투자증권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예비입찰을 마감했습니다. 약 10곳의 잠재 투자자들이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습니다. 매각 대상은 최대주주인 성장현 이사회 의장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 총 51.35%입니다.

다나와는 2000년에 설립된 1세대 이커머스입니다. 컴퓨터 주요 부품의 가격 비교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이트로 플랫폼을 열었습니다. 현재는 컴퓨터 부품 외의 품목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종합 가격 비교 사이트로 변신했습니다. 다나와는 조립 PC 오픈마켓, 샵다나와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인터파크도 NH투자증권을 매각 자문사로 삼고 인수 후보를 물색 중입니다. 매각 대상은 최대 주주인 이기형 대표와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 28.4%입니다.

인터파크는 지난 1997년 설립된 전자상거래 플랫폼입니다. 2008년 이베이코리아에 매각한 G마켓을 설립하는 등 국내 전자상거래 플랫폼 업계에서의 상징적인 존재로 알려져 있습니다.

인터파크 인수전에는 여행·숙박 플랫폼 여기어때와 글로벌 2위 온라인여행 플랫폼 트립닷컴이 참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인터파크가 패키지 여행, 티켓 분야에서 높은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어 인수 이후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올해 G마켓, 옥션을 보유하고 있는 이베이코리아도 매각됐습니다. 신세계그룹의 이마트가 특수목적회사(SPC) 에메랄드에스피브이를 설립해 이베이코리아 지분 80.01%를 3조4000억원에 인수했습니다.

전문가들은 1세대 전자상거래가 더 이상 생존을 도모할 수 없는 새로운 시대가 개막했다고 분석합니다. 1세대 전자상거래 플랫폼들의 강점은 가격비교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플랫폼에 입점한 공급자들의 최저가를 비교해줘서 이용자들이 최저가 상품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기능입니다.

하지만 이는 데이터가 넘쳐나는 플랫폼으로서 새로운 효용을 창출하지 못합니다. 플랫폼으로서의 존재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반면 새로운 전자상거래 플랫폼은 새로운 가치를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방대한 검색 데이터를 토대로 인공지능(AI) 개인화 추천 기능을 고도화하고 있습니다. 쿠팡은 전자상거래 업체로서 가격비교만을 도와주는 게 아니라 직접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빠른 배송에서 강점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던 찰나, 자본시장에서 코로나19로 전자상거래 플랫폼에 대한 호의적인 흐름이 생겼다”며 “급격히 매물로 1세대 전자상거래 플랫폼들이 나왔다는 것은 1세대 전자상거래 사업자들도 물러날 때라 인식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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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