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점수 900점' 공기업 직원, 대출 받으려다 '멘붕'온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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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금융권, 고신용자 비중 절반 가까이 '확대'
저신용자들은 올해 카드론 사용 늘려
금융당국, 저축은행에도 가계대출 관리 당부
저신용자들은 올해 카드론 사용 늘려
금융당국, 저축은행에도 가계대출 관리 당부
#. 공기업에 재직 중인 A씨(신용점수 900점대)는 은행권에서 전세반환대출을 알아보다 '멘붕'에 빠졌다. 대구은행에선 금리 3%대, 원금균등으로 대출을 내주기로 했지만, 문제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조건에 맞춰 기존에 갖고 있던 마이너스 통장의 한도도 반으로 줄이라고 했다. 마통 한도를 채우기 위한 몫돈이 없는 A씨는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먹기'로 상호금융과 보험사까지 알아보고 있다.
정부의 '가계대출 조이기'에 1금융권인 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고신용자들이 2금융권으로 몰리고 있다. 이에 2금융권 대출이 필요한 저신용자들은 금리 부담이 큰 카드론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5일 국회 정무위원회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농협·수협·신협 등 상호금융업권에서 나간 가계대출(37조7165억 원) 중 1·2등급 고신용자 비중이 46.53%(17조5499억 원)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26.75%)와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준이다.
이는 주요 은행들이 대출을 축소하면서 상호금융권에서 대출을 받는 움직임이 확대된 영향이다. NH농협은행이 신규 주택담보대출 취급을 중단한 데 이어 KB국민은행은 전세자금대출 한도를 보증금 증액분으로 제한했다.
또 KB국민은행과 하나·기업은행은 주택담보대출에서 모기지신용보험(MCI), 모기지신용보증(MCG) 가입을 제한했다. 이를 중단할 경우 차주가 받을 수 있는 대출 한도가 줄어들게 된다. 추가로 우대금리 축소와 가산금리 인상으로 대출 수요를 줄이고 있다.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9월말 기준 주담대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연동)는 2.981~4.53%로 8월말(2.62~4.190%)로 0.3%포인트 이상 확대됐다. 이미 신용대출에 대해선 주요 시중은행들이 한도를 차주의 연소득 이내로 제한하고, 마이너스 통장 대출 한도도 5000만원으로 조인 상황이다.
문제는 고신용자들의 2금융권 대출 비중이 늘어나면서 중·저신용자들이 밀려나고 있다는 점이다. 7등급 이하 저신용자들의 대출금액은 전체 상호금융 신규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상반기 10.5%를 기록했다. 2019년(16.72%)과 2020년(13.8%)과 비교하면 대폭 줄어든 셈이다.
이렇게 밀려난 저신용자들은 카드론 사용을 확대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신금융협회 공시에 따르면 7개 국내 카드사의 카드론 평균 금리(8월말 기준)는 12.54~15.55% 수준이다. 직전달보다 최대 1.5%포인트 이상 확대된 수준이다. 이처럼 카드론 금리가 가파르게 오른 데에는 저신용자 차주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통상 13%가 넘는 카드론은 저신용자가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마지막 수단이기 때문이다.
추가로 젊은층의 2금융권 대출도 늘고 있는 추세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체 저축은행 신용대출 잔액(24조6178억원) 중 2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2조532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2조840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6개월 만에 4187억원이 증가했다. 2020년엔 2019년 대비 4248억원이 늘어났던 점을 감안하면, 이전 1년 동안 증가했던 대출 잔액이 반년 새 늘어난 셈이다. 장혜영 의원은 "자산 가격의 상승으로 불안과 체념에 빠진 청년들이 높은 금리에도 제2금융권과 불법 사금융에 손을 뻗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2금융권의 대출문 조차 좁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KB저축은행과 SBI저축은행 등 3곳을 각각 따로 불러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를 당부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전국 79개 저축은행 중 17곳이 이미 올해 증가율 목표치인 21.1%를 넘었다. 이달엔 산림조합중앙회 여신담당자를 불러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 준수를 당부했다. 올해 전국 130개 산림조합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5%로, 연초 당국과는 평균 4%로 협의한 바 있다.
시중은행보다 상대적으로 대출 여력이 높았던 인터넷은행들도 대출을 축소하고 있다.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도 지난 2일부터 신용대출 한도를 2억5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낮췄다. 마이너스통장과 신용대출 플러스의 한도도 1억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추가로 케이뱅크는 이들 3개 상품에 대한 개인 한도를 연소득 100% 이내로 제한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카카오뱅크는 올 연말까지 고신용자 대상 마이너스통장 신규대출을 잠정 중단을 결정했다. 금융당국으로부터 높은 가계대출 증가세를 지적받은 데 따른 대응책으로, 국내 1금융권 중 마이너스통장을 잠정 중단한 것은 카카오뱅크가 처음이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정부의 '가계대출 조이기'에 1금융권인 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고신용자들이 2금융권으로 몰리고 있다. 이에 2금융권 대출이 필요한 저신용자들은 금리 부담이 큰 카드론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5일 국회 정무위원회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농협·수협·신협 등 상호금융업권에서 나간 가계대출(37조7165억 원) 중 1·2등급 고신용자 비중이 46.53%(17조5499억 원)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26.75%)와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준이다.
이는 주요 은행들이 대출을 축소하면서 상호금융권에서 대출을 받는 움직임이 확대된 영향이다. NH농협은행이 신규 주택담보대출 취급을 중단한 데 이어 KB국민은행은 전세자금대출 한도를 보증금 증액분으로 제한했다.
또 KB국민은행과 하나·기업은행은 주택담보대출에서 모기지신용보험(MCI), 모기지신용보증(MCG) 가입을 제한했다. 이를 중단할 경우 차주가 받을 수 있는 대출 한도가 줄어들게 된다. 추가로 우대금리 축소와 가산금리 인상으로 대출 수요를 줄이고 있다.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9월말 기준 주담대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연동)는 2.981~4.53%로 8월말(2.62~4.190%)로 0.3%포인트 이상 확대됐다. 이미 신용대출에 대해선 주요 시중은행들이 한도를 차주의 연소득 이내로 제한하고, 마이너스 통장 대출 한도도 5000만원으로 조인 상황이다.
문제는 고신용자들의 2금융권 대출 비중이 늘어나면서 중·저신용자들이 밀려나고 있다는 점이다. 7등급 이하 저신용자들의 대출금액은 전체 상호금융 신규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상반기 10.5%를 기록했다. 2019년(16.72%)과 2020년(13.8%)과 비교하면 대폭 줄어든 셈이다.
이렇게 밀려난 저신용자들은 카드론 사용을 확대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신금융협회 공시에 따르면 7개 국내 카드사의 카드론 평균 금리(8월말 기준)는 12.54~15.55% 수준이다. 직전달보다 최대 1.5%포인트 이상 확대된 수준이다. 이처럼 카드론 금리가 가파르게 오른 데에는 저신용자 차주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통상 13%가 넘는 카드론은 저신용자가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마지막 수단이기 때문이다.
추가로 젊은층의 2금융권 대출도 늘고 있는 추세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체 저축은행 신용대출 잔액(24조6178억원) 중 2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2조532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2조840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6개월 만에 4187억원이 증가했다. 2020년엔 2019년 대비 4248억원이 늘어났던 점을 감안하면, 이전 1년 동안 증가했던 대출 잔액이 반년 새 늘어난 셈이다. 장혜영 의원은 "자산 가격의 상승으로 불안과 체념에 빠진 청년들이 높은 금리에도 제2금융권과 불법 사금융에 손을 뻗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2금융권의 대출문 조차 좁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KB저축은행과 SBI저축은행 등 3곳을 각각 따로 불러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를 당부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전국 79개 저축은행 중 17곳이 이미 올해 증가율 목표치인 21.1%를 넘었다. 이달엔 산림조합중앙회 여신담당자를 불러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 준수를 당부했다. 올해 전국 130개 산림조합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5%로, 연초 당국과는 평균 4%로 협의한 바 있다.
시중은행보다 상대적으로 대출 여력이 높았던 인터넷은행들도 대출을 축소하고 있다.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도 지난 2일부터 신용대출 한도를 2억5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낮췄다. 마이너스통장과 신용대출 플러스의 한도도 1억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추가로 케이뱅크는 이들 3개 상품에 대한 개인 한도를 연소득 100% 이내로 제한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카카오뱅크는 올 연말까지 고신용자 대상 마이너스통장 신규대출을 잠정 중단을 결정했다. 금융당국으로부터 높은 가계대출 증가세를 지적받은 데 따른 대응책으로, 국내 1금융권 중 마이너스통장을 잠정 중단한 것은 카카오뱅크가 처음이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