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에 대한 차량 배분과 사용자의 공정대표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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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대표의무란 사용자와 단체교섭을 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게 된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단체교섭에 참여한 다른 노동조합에게 차별적인 불이익을 가해서는 안 된다는 의무입니다. 하나의 사업에서 단체교섭에 참여할 수 있는 노동조합이 여러 개 존재하는 경우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의무입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 제29조의4에 명시적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 주의할 것은 우리 노조법은 공정대표의무를 부담하는, 즉 단체교섭 과정이나 단체협약을 통해 다른 노동조합에 대해 차별적인 불이익을 가해서는 안된다는 의무를 단체교섭에 참여한 사용자, 즉 회사에도 부담시키고 있다는 점입니다.
단체교섭은 매우 다양한 기법을 동원하여 고도로 전략적으로 이루어지며, 업종과 사업의 전통, 관행 등에 따라 상당히 다양한 양상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설사 단체교섭에 참여한 어떤 노동조합에게 불이익이 발생하는 결과가 되더라도 그것이 그 사업 전체 조합원의 이익을 위한 전략적 판단이었는지 아니면 차별을 의도하고 그렇게 된 것인지 분명하게 판단하기가 매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2010년도에 노조법이 개정되면서 ‘공정대표의무’가 도입됐지만, 아직도 공정대표의무의 의미와 구체적 판단기준, 법적 성격 등에 대해서는 논란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회사가 노동조합들이 조합업무에 사용할 차량을 사용자가 교섭대표노동조합과 체결한 단체협약에 따라 조합원 수에 비례하여 분배한 것을 둘러싸고 공정대표의무 위반인지 아닌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 8월 19일 서울행정법원은 조합원 수에 따른 차량 배분은 사용자의 공정대표의무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2020구합69816). 그러나, 이에 대해 중앙노동위원회가 불복하여 항소하면서 이 쟁점이 다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21누58990).
대상 회사(이하 ‘A사’)에는 기업별 노조인 A사노조와 산별노조 산하 지회(이하 ‘지회’)가 조직되어 있었습니다. A사노조와 지회는 교섭창구단일화 절차에 참여했고, 2018년 12월 10일 A사노조가 교섭대표노조로 결정되어 A사와 단체협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단체협약에는, A사는 노조에 차량 3대를 20개월 동안 제공하되, 조합원 수에 따라 A사노조에는 3대(2대는 각 20개월 /1대는 15개월), 이 사건 지회에는 1대(5개월)를 배분하도록 규정되어 있었습니다. A사노조와 지회의 조합원 수는 매월 임금에서 조합비를 일괄공제하는 체크오프 대상 인원을 기준으로 각각 약 6500명과 약 600명이었습니다. 그러나 지회는 자신의 조합원이 약 3300명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단체협약에 지회가 1대를 5개월 동안 사용하도록 규정한 것은, 체크오프 대상 인원을 기준으로 할 때, 600명은 전체 7100명 중 약 8.45%에 불과하므로 3대의 차량 중 약 0.25대에 대해서만 권한을 갖게되기 때문입니다. 차량은 나눌 수 없으므로 지회가 1대를 사용한다면 20개월 중 5개월 동안만 사용할 수 있다고 계산한 것입니다.
이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은 A사가 조합원 수에 비례해서 차량을 배분한 것과 체크오프 대상 인원을 기준으로 조합원 수를 산정한 것은 합리적인 이유가 있기에 공정대표의무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지회는 종전에 근로시간 면제한도를 배분하는 데 조합원 수를 체크오프 방식으로 산정하는 것에 동의한 바 있었으며, A사는 차량 배분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한 것이라는 점도 고려가 됐습니다. 지회는 사측이 제공하는 차량이 총 3대임에도 자신에게 2대의 차량을 제공해달라고 무리한 요구를 했을 뿐 다른 대안을 제시하지 않았으며, 자신의 조합원 수가 약 3300명이라고 주장할 뿐 구체적인 증빙자료도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앙노동위원회는 이 사안이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외에도 법원은 A사노조와 이 사건 지회의 관계가 악화되어 현실적으로 차량 배분 방법에 대한 협의가 어려운 상황에서 체크오프 방식으로 산정된 조합원 수를 기준으로 차량을 배분한 것은 합리적인 것으로 보인다는 점, 노조사무실과 달리 차량 지원은 노조의 일상적 업무를 처리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라고 보기 어려우며, 필요한 경우 자체적으로 차량을 구입하거나 임차할 수 있다는 점, 지회가 차량을 활용할 수 없는 시기가 발생하더라도 그것만으로 노조활동에 질적인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판단의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노동조합에 대한 사용자의 차량 제공은 순수한 편의제공일 뿐, 노동조합의 존립과 활동에 필수적이라거나 사용자에게 부과되는 의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노동조합이 당연하게 사용자에게 요구할 수 있는 노동3권 보장을 위해 필수적인 권리도 아닙니다. 따라서 근로시간면제한도 배분에 관한 합의의 선례에 비추어 회사와 교섭대표노동조합과 체결한 단체협약의 내용에 따라 조합원수에 비례하여 차량 사용 기간과 대수를 지회에 배분한 것을 공정대표의무 위반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서울행정법원의 판단이 타당하다고 생각되는 이유입니다.
한편, 현장 노사관계 실태에 비추어보거나 법적 논리에 따를 때 전혀 이론의 여지가 없는 사안에 대하여 노동위원회가 법원의 판단에 불복해 항소한 것은, 노사간의 분쟁을 장기화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이 스스로 부담해야 할 비용을 사측에 전가하도록 조장하는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 매우 유감입니다. 노동위원회의 이러한 태도는 회사의 경영 및 노무관리 비용과 부담을 상승시키는 것은 물론, 전적으로 노사 간의 자유로운 합의에 따라 결정되어야 하는 사항에 공권력이 편향된 방향으로 개입하는 결과가 되어 장기적으로 합리적이고 자율적인 노사관계 형성에도 득이 될 것이 없습니다.
이준희 한국경영자총협회 노사관계법제팀장·법학박사
단체교섭은 매우 다양한 기법을 동원하여 고도로 전략적으로 이루어지며, 업종과 사업의 전통, 관행 등에 따라 상당히 다양한 양상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설사 단체교섭에 참여한 어떤 노동조합에게 불이익이 발생하는 결과가 되더라도 그것이 그 사업 전체 조합원의 이익을 위한 전략적 판단이었는지 아니면 차별을 의도하고 그렇게 된 것인지 분명하게 판단하기가 매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2010년도에 노조법이 개정되면서 ‘공정대표의무’가 도입됐지만, 아직도 공정대표의무의 의미와 구체적 판단기준, 법적 성격 등에 대해서는 논란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회사가 노동조합들이 조합업무에 사용할 차량을 사용자가 교섭대표노동조합과 체결한 단체협약에 따라 조합원 수에 비례하여 분배한 것을 둘러싸고 공정대표의무 위반인지 아닌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 8월 19일 서울행정법원은 조합원 수에 따른 차량 배분은 사용자의 공정대표의무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2020구합69816). 그러나, 이에 대해 중앙노동위원회가 불복하여 항소하면서 이 쟁점이 다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21누58990).
대상 회사(이하 ‘A사’)에는 기업별 노조인 A사노조와 산별노조 산하 지회(이하 ‘지회’)가 조직되어 있었습니다. A사노조와 지회는 교섭창구단일화 절차에 참여했고, 2018년 12월 10일 A사노조가 교섭대표노조로 결정되어 A사와 단체협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단체협약에는, A사는 노조에 차량 3대를 20개월 동안 제공하되, 조합원 수에 따라 A사노조에는 3대(2대는 각 20개월 /1대는 15개월), 이 사건 지회에는 1대(5개월)를 배분하도록 규정되어 있었습니다. A사노조와 지회의 조합원 수는 매월 임금에서 조합비를 일괄공제하는 체크오프 대상 인원을 기준으로 각각 약 6500명과 약 600명이었습니다. 그러나 지회는 자신의 조합원이 약 3300명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단체협약에 지회가 1대를 5개월 동안 사용하도록 규정한 것은, 체크오프 대상 인원을 기준으로 할 때, 600명은 전체 7100명 중 약 8.45%에 불과하므로 3대의 차량 중 약 0.25대에 대해서만 권한을 갖게되기 때문입니다. 차량은 나눌 수 없으므로 지회가 1대를 사용한다면 20개월 중 5개월 동안만 사용할 수 있다고 계산한 것입니다.
이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은 A사가 조합원 수에 비례해서 차량을 배분한 것과 체크오프 대상 인원을 기준으로 조합원 수를 산정한 것은 합리적인 이유가 있기에 공정대표의무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지회는 종전에 근로시간 면제한도를 배분하는 데 조합원 수를 체크오프 방식으로 산정하는 것에 동의한 바 있었으며, A사는 차량 배분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한 것이라는 점도 고려가 됐습니다. 지회는 사측이 제공하는 차량이 총 3대임에도 자신에게 2대의 차량을 제공해달라고 무리한 요구를 했을 뿐 다른 대안을 제시하지 않았으며, 자신의 조합원 수가 약 3300명이라고 주장할 뿐 구체적인 증빙자료도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앙노동위원회는 이 사안이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외에도 법원은 A사노조와 이 사건 지회의 관계가 악화되어 현실적으로 차량 배분 방법에 대한 협의가 어려운 상황에서 체크오프 방식으로 산정된 조합원 수를 기준으로 차량을 배분한 것은 합리적인 것으로 보인다는 점, 노조사무실과 달리 차량 지원은 노조의 일상적 업무를 처리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라고 보기 어려우며, 필요한 경우 자체적으로 차량을 구입하거나 임차할 수 있다는 점, 지회가 차량을 활용할 수 없는 시기가 발생하더라도 그것만으로 노조활동에 질적인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판단의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노동조합에 대한 사용자의 차량 제공은 순수한 편의제공일 뿐, 노동조합의 존립과 활동에 필수적이라거나 사용자에게 부과되는 의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노동조합이 당연하게 사용자에게 요구할 수 있는 노동3권 보장을 위해 필수적인 권리도 아닙니다. 따라서 근로시간면제한도 배분에 관한 합의의 선례에 비추어 회사와 교섭대표노동조합과 체결한 단체협약의 내용에 따라 조합원수에 비례하여 차량 사용 기간과 대수를 지회에 배분한 것을 공정대표의무 위반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서울행정법원의 판단이 타당하다고 생각되는 이유입니다.
한편, 현장 노사관계 실태에 비추어보거나 법적 논리에 따를 때 전혀 이론의 여지가 없는 사안에 대하여 노동위원회가 법원의 판단에 불복해 항소한 것은, 노사간의 분쟁을 장기화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이 스스로 부담해야 할 비용을 사측에 전가하도록 조장하는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 매우 유감입니다. 노동위원회의 이러한 태도는 회사의 경영 및 노무관리 비용과 부담을 상승시키는 것은 물론, 전적으로 노사 간의 자유로운 합의에 따라 결정되어야 하는 사항에 공권력이 편향된 방향으로 개입하는 결과가 되어 장기적으로 합리적이고 자율적인 노사관계 형성에도 득이 될 것이 없습니다.
이준희 한국경영자총협회 노사관계법제팀장·법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