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성과급은 평균임금 아냐"...중견 제조업체까지 확대되는 퇴직금 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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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지급해 온 특별성과상여금은 평균임금으로 볼 수 없으므로, 퇴직금을 계산할 때 포함시켜서는 안된다는 법원 판결이 또 나왔다. 성과급은 평균임금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판결이다. 최근 주요 대기업의 경영성과급이 임금에 해당하는 것인지에 대해 법원 판결이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논란이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이번 판결은 대기업·전자산업 위주로 진행되던 기존 '퇴직금 소송'과 달리 중견·제조업체까지 논란이 확대된 사례인데다, 퇴직자가 아닌 현직자 위주로 진행된 소송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구고등법원 제3민사부(재판장 진성철)는 지난 9월 29일 자동차 부품 업체인 발레오전장시스템코리아(발레오) 전현직 근로자 25명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퇴직연금 납입 이행의 소에서 이같이 판단하고 1심을 뒤집었다.
이 회사는 2014년에 기존 퇴직금 제도를 폐지하고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했다. 그런데 근로자들은 "그간 회사가 퇴직연금계정에 부담금을 적게 납입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회사가 '평균임금'을 바탕으로 퇴직연금 부담금을 직원들의 퇴직연금 계정에 납입해야 하는데, 이 평균임금을 계산하면서 특별성과상여금과 유류비, 개인연금을 포함시키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결국 특별성과상여금 등을 '평균임금'으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법원은 통상 '근로의 대가'로서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된 임금을 평균임금으로 인정한다.
법원은 먼저 특별성과상여금은 근로의 대가로 지급된 임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먼저 이 회사의 단체협약을 근거로 들었다. 이 회사는 단체협약 규정에 따라 당기순이익의 25% 이내에서 회사가 정한 기준에 따라 특별 성과상여금을 지급한다고 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특별성과상여금은 당기순이익이 발생하는 경우에만 지급되는 데다, 지급 여부도 회사 재량에 달려 있다"며 "개인별 평가에 따라 지급액수도 차등적이며 실제로 상여금을 받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고 지적했다. 계속적이거나 정기적으로 지급되지 않기 때문에 평균임금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또 "당기순이익은 회사의 경영판단, 관련 업계 동향 및 전체 시장 상황 등 근로자들이 통제할 수 없는 조건에 좌우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단체협약에서도 특별성과상여금은 근로의 대가인 임금으로 지급하는 게 아니므로 평균임금에 산입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이 같은 판단은 1심을 정면으로 부정한 것이다. 1심 재판부는 "특별성과상여금은 단체협약에 명시적 근거가 있고 지급 사유와 기준도 사전에 정해놨다"며 "매년 대략 1000만원이 넘는 금액으로 개별 근로자 전체 연봉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지급 여부를 회사가 임의로 정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예외 없이 매년 특별성과상여금을 지급해 왔다"며 "단체협약에서 평균임금에 포함시키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근로의 대가가 아니라고 볼 수 없다"고도 판시했다.
한편 2심 재판부는 마찬가지 이유에서 유류비도 평균임금에 포함시킬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유류비는 7년 이상 장기 근속자 중 운전면허와 차량을 보유하고 이를 이용해 출퇴근 하는 근로자들에게 지급됐다"며 "회사도 이 조건을 주기적으로 확인한만큼, 유류비가 차량 소유 여부와 무관하게 매월 일률적으로 지급된 근로의 대가라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다만 개인연금에 대해서는 평균임금에 포함시켜야 된다고 봤다. 법원은 "회사는 2008년 단체협약에 따라 5년 이상 근속 근로자에게 개인연금비로 매월 1만5000원을 지급했다"며 "이후 단체협약이 변경되면서 (해당 조항이 없어졌지만) 이후에도 계속 지급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런 사실을 바탕으로 "노동관행이 성립했으며 이에 따라 회사는 직원들에게 개인연금을 계속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따라서 개인연금은 근로의 대가로서 정기, 일률, 고정적으로 지급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해 평균임금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번 판결은 기존 '퇴직금 소송'이 성과급 비중이 높은 '대기업'에서 '퇴직자'를 위주로 진행되던 것과 다른 양상을 보인다. 발레오는 근로자 900명 규모의 자동차부품 제조업체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퇴직금 소송이 이제는 중견기업, 제조업체로도 확산됐다는 의미"라며 "특히 이번 소송은 퇴직연금을 추가 납입하라는 내용이라 재직자들 위주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기존 퇴직금 소송이 퇴직자 위주로 진행되던 것과 다른 의미"라고 설명했다. 퇴직금과 달리 퇴직연금은 재직자들을 대상으로 한다.
이번 판결을 승소로 이끈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법원은 경영성과급이 기업의 이윤 발생을 전제로 하며 본질적으로 근로자참여 제도 중의 하나인 이윤참가라는 점을 명확히 선언했다"며 "근로자들에게 '이윤 분배' 청구권이 당연히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밝힌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대구고등법원 제3민사부(재판장 진성철)는 지난 9월 29일 자동차 부품 업체인 발레오전장시스템코리아(발레오) 전현직 근로자 25명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퇴직연금 납입 이행의 소에서 이같이 판단하고 1심을 뒤집었다.
이 회사는 2014년에 기존 퇴직금 제도를 폐지하고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했다. 그런데 근로자들은 "그간 회사가 퇴직연금계정에 부담금을 적게 납입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회사가 '평균임금'을 바탕으로 퇴직연금 부담금을 직원들의 퇴직연금 계정에 납입해야 하는데, 이 평균임금을 계산하면서 특별성과상여금과 유류비, 개인연금을 포함시키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결국 특별성과상여금 등을 '평균임금'으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법원은 통상 '근로의 대가'로서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된 임금을 평균임금으로 인정한다.
법원은 먼저 특별성과상여금은 근로의 대가로 지급된 임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먼저 이 회사의 단체협약을 근거로 들었다. 이 회사는 단체협약 규정에 따라 당기순이익의 25% 이내에서 회사가 정한 기준에 따라 특별 성과상여금을 지급한다고 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특별성과상여금은 당기순이익이 발생하는 경우에만 지급되는 데다, 지급 여부도 회사 재량에 달려 있다"며 "개인별 평가에 따라 지급액수도 차등적이며 실제로 상여금을 받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고 지적했다. 계속적이거나 정기적으로 지급되지 않기 때문에 평균임금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또 "당기순이익은 회사의 경영판단, 관련 업계 동향 및 전체 시장 상황 등 근로자들이 통제할 수 없는 조건에 좌우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단체협약에서도 특별성과상여금은 근로의 대가인 임금으로 지급하는 게 아니므로 평균임금에 산입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이 같은 판단은 1심을 정면으로 부정한 것이다. 1심 재판부는 "특별성과상여금은 단체협약에 명시적 근거가 있고 지급 사유와 기준도 사전에 정해놨다"며 "매년 대략 1000만원이 넘는 금액으로 개별 근로자 전체 연봉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지급 여부를 회사가 임의로 정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예외 없이 매년 특별성과상여금을 지급해 왔다"며 "단체협약에서 평균임금에 포함시키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근로의 대가가 아니라고 볼 수 없다"고도 판시했다.
한편 2심 재판부는 마찬가지 이유에서 유류비도 평균임금에 포함시킬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유류비는 7년 이상 장기 근속자 중 운전면허와 차량을 보유하고 이를 이용해 출퇴근 하는 근로자들에게 지급됐다"며 "회사도 이 조건을 주기적으로 확인한만큼, 유류비가 차량 소유 여부와 무관하게 매월 일률적으로 지급된 근로의 대가라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다만 개인연금에 대해서는 평균임금에 포함시켜야 된다고 봤다. 법원은 "회사는 2008년 단체협약에 따라 5년 이상 근속 근로자에게 개인연금비로 매월 1만5000원을 지급했다"며 "이후 단체협약이 변경되면서 (해당 조항이 없어졌지만) 이후에도 계속 지급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런 사실을 바탕으로 "노동관행이 성립했으며 이에 따라 회사는 직원들에게 개인연금을 계속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따라서 개인연금은 근로의 대가로서 정기, 일률, 고정적으로 지급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해 평균임금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번 판결은 기존 '퇴직금 소송'이 성과급 비중이 높은 '대기업'에서 '퇴직자'를 위주로 진행되던 것과 다른 양상을 보인다. 발레오는 근로자 900명 규모의 자동차부품 제조업체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퇴직금 소송이 이제는 중견기업, 제조업체로도 확산됐다는 의미"라며 "특히 이번 소송은 퇴직연금을 추가 납입하라는 내용이라 재직자들 위주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기존 퇴직금 소송이 퇴직자 위주로 진행되던 것과 다른 의미"라고 설명했다. 퇴직금과 달리 퇴직연금은 재직자들을 대상으로 한다.
이번 판결을 승소로 이끈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법원은 경영성과급이 기업의 이윤 발생을 전제로 하며 본질적으로 근로자참여 제도 중의 하나인 이윤참가라는 점을 명확히 선언했다"며 "근로자들에게 '이윤 분배' 청구권이 당연히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밝힌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