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주요 경제정책으로 성장을 중시하던 아베노믹스의 수정을 전면에 내세웠다. 주식의 시세 차익과 배당에 대한 세금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로 일본 증시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일본 주요 언론들은 기시다 내각이 ‘새로운 자본주의 실현회의’를 신설한다고 5일 일제히 보도했다. 기시다 총리의 공약인 ‘성장과 분배가 선순환 구조를 이루는 새로운 일본형 자본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구체적인 대책을 논의하는 협의체다.

기시다 총리는 전날 취임 기자회견에서 “‘1억엔의 벽’을 허물기 위해 금융소득과세를 개편하는 것도 선택지”라고 밝혔다. 1억엔의 벽이란 세금 부담이 소득 1억엔(약 10억6426만원)까지는 점점 커지다가 1억엔을 넘으면 되레 줄어드는 것을 말한다. 부유층일수록 누진세가 적용되는 급여소득보다 세율이 일률적으로 20%인 금융소득 비중이 크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기시다 내각은 금융소득이 일정 수준 이상인 부유층으로부터 세금을 더 걷으면 중산층 지원을 늘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아베 신조와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 내각은 주식시장에 충격을 준다는 이유로 추진하지 않았던 정책이다. 지지율이 급락할 때마다 주가를 집중 부양해 위기를 모면한 정권이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요미우리신문은 “기시다 내각이 아베노믹스의 수정을 위한 시동을 걸었다”고 평가했다. 이로 인해 이날 닛케이225지수는 전날보다 2.19% 내린 27,922.12로 마감했다.

기시다 총리는 임금과 같이 근로자에게 돌아가는 몫을 늘리는 기업에 세금 부담을 낮춰주는 ‘노동분배율 세제 우대’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차례로 전화 통화를 하는 것으로 본격적인 취임 외교도 시작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오전 8시부터 약 20분간 바이든 대통령과 전화로 회담했다. 취임 후 첫 외국 정상과의 통화였다. 그는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 요청을 바이든 대통령이 받아들였다”고 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