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기업 준조세 강요하는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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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국감장 소환해 기부 압박
허언된 文 '준조세 금지법' 약속
임도원 정치부 기자
허언된 文 '준조세 금지법' 약속
임도원 정치부 기자
![[취재수첩] 기업 준조세 강요하는 국회](https://img.hankyung.com/photo/202110/07.15084830.1.jpg)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2017년 1월 한 포럼에서 “기업을 권력의 횡포에서 벗어나도록 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대기업이 2015년 한 해에 납부한 준조세만 16조4000억원(법정 부담금 15조원, 비자발적 기부금 1조4000억원)에 이른다”며 없애려는 준조세의 구체적인 규모까지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은 기업들을 상대로 각종 기부금 납부를 압박하고 있다.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이 대표적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올해 국정감사에서 주요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불러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추가 출연을 요구하기로 했다.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권영수 LG 대표이사 부회장 등이 증인 명단에 오르내리고 있다. 농해수위 소속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농어촌상생협력기금 모금의 강제성을 부여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은 2015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 당시 농민들의 반발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도입됐다. 기업으로부터 매년 ‘자발적으로’ 1000억원씩 기부받아 농어촌 지원에 쓴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매년 모금액이 목표액의 20~30%에 그치자 농어촌에 지역구를 둔 여야 의원들이 국감 때만 되면 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준조세 금지법 도입은 고사하고 오히려 ‘강제 모금’ ‘기금 신설’ 등을 논의하고 있는 게 정치권의 현 상황이다. 20대 대선을 5개월 앞둔 시점이지만 준조세 금지법을 ‘립 서비스’하는 여야 대선 후보들도 눈에 띄지 않는다. 준조세 감사를 받아야 할 대상은 정부 부처와 지자체가 아니라 정치권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