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뜰수록 돈 버는 MSCI…주가도 1년 새 86% 급등
당신이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할 때 가만히 앉아서 돈을 쓸어 담는 기업이 있다. 바로 지수업계 점유율 1위 업체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다. 원리는 간단하다. ETF는 지수를 추종해 수익률을 결정한다. 그리고 이 지수를 사용한 데 따른 수수료를 지수를 만든 MSCI 같은 업체에 지불한다. ETF에 돈이 몰릴수록 지수업체가 돈을 쓸어 담는 구조인 것이다.

ETF 전성시대를 맞아 MSCI가 대표 수혜주로 떠오르고 있다. 2020년 전 세계 ETF 운용자산은 7조7360억달러(약 9916조원)로 2년 만에 70% 가까이 급증했다. MSCI 주가도 덩달아 지난 1년 새 약 86% 급등해 ETF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지수업계 점유율 1위


MSCI는 지수를 제공하는 업체다. 다우존스, S&P500과 같이 시황을 체크해 지수를 내놓는다. MSCI는 국가, 산업, 규모 등 다양한 기준으로 주가지수를 만든다. MSCI가 운용하는 지수만 해도 전 세계적으로 16만 개가 넘는다. 이 지수는 국제 금융펀드들의 투자 기준이 된다. MSCI 지수를 참조하는 자금 규모는 전 세계적으로 12조달러에 달한다.

MSCI 지수는 한 나라의 운명을 좌지우지하기도 한다. MSCI는 신흥국 지수와 선진국 지수를 따로 산출하는데, 현재 신흥국 지수에 들어가 있는 한국이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면 코스피 4000 시대를 열 수 있다고 할 정도로 경제적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시 국내 시장에 새로 유입되는 자금은 최소 18조원에서 최대 62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ETF 뜰수록 돈 버는 MSCI…주가도 1년 새 86% 급등
MSCI는 ETF 인기에 실적도 좋아지고 있다. 지수를 추종하는 ETF가 그 대가로 지수 업체에 수수료를 내고 있어서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버튼테일러 인터내셔널 컨설팅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수 업체들의 지난해(2020년) 매출은 전년보다 9.7% 증가한 41억달러(약 4조8318억원)로 사상 최대치를 찍었다. 지난 5년간 연평균 매출 증가율은 11%에 달했다. 업계 1위인 MSCI의 매출 점유율이 25%로 가장 많았고, S&P(24%)와 FTSE러셀(19%)이 그 뒤를 이었다.

ETF 성장에 힘입어 MSCI는 최근 두 자릿수 매출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2021년 2분기에는 작년 동기보다 21.6% 증가한 4억9818만달러(약 587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높은 영업이익률이다. MSCI의 지난 2분기 영업이익률은 51%에 달한다. 반짝 실적도 아니다. 최근 3년간 실적에서 영업이익률은 50%에 육박한다. 지수 시장을 선점한 효과다.

ESG 선점으로 날개 달아


MSCI는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시장에 일찍 진출해 미래 성장 동력도 갖췄다. 자체 ESG 평가 기준을 개발해 기업에 ESG 등급을 부여하고 있고, ESG 지수를 내놓아 시장을 선점했다.

ESG 시장은 빠르게 성장 중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블룸버그인텔리전스에 따르면 2025년까지 전체 ESG 자산은 50조달러에 달해 전 세계 금융 자산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연스레 ESG ETF에도 자금이 몰리고 있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는 “ESG ETF의 자산 규모는 연말까지 19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며 “앞으로 5년 동안 ESG ETF에 전 세계적으로 1조달러가 유입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정보업체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MSCI의 ESG 지수는 지난해 ESG ETF들이 가장 많이 추종한 지수다. 앤드루 위치먼 MSCI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올 1분기 MSCI의 ESG 지수를 추종하는 ETF에 250억달러에 달하는 투자금이 몰렸다”고 말했다.
ETF 뜰수록 돈 버는 MSCI…주가도 1년 새 86% 급등
MSCI의 올 1분기 매출 4억7800만달러 가운데 61.1%는 지수 부문, 28%는 금융분석 부문, 7.3%는 ESG 부문에서 발생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아직 크지 않지만 성장세는 가장 빠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 1분기 ESG 부문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42% 늘어난 1억4700만달러로, 2010년 이후 연평균 30%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시장 선도해 성장 궤도 안착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2025년까지 전 세계 ETF 운용자산이 지금보다 세 배가량 증가해 25조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우리 돈으로 2경9462조원에 육박하는 엄청난 규모다. ETF에 수수료를 받는 MSCI 역시 안정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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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지수업계는 후발주자가 쉽게 진입하기 어려워 선점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새로 지수를 개발하려면 엄청난 투자 비용이 들 뿐만 아니라 지수가 세계적으로 인정받으려면 오랜 기간 신뢰를 쌓아야 하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수업계는 빅3(MCSI, S&P, FTSE러셀)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며 “이들이 규모의 경제를 통해 수익을 내고 있다”고 했다.

여기에 신성장 동력인 ESG 사업까지 더해져 MSCI가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국 투자전문매체 모틀리풀은 “MSCI는 지난 10년간 지수 상품과 주식 분석 서비스를 통해 빠르게 성장했다”며 “ESG 사업에서의 혁신도 멈추지 않아 앞으로 10년의 전망이 밝다”고 분석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