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 구멍은 중국?…유엔 보고서에 드러난 노골적 北 편들기[송영찬의 디플로마티크]
“학술 교류는 유엔이 금지한 사안이 아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가 4일(현지시간) 발표한 전문가패널 보고서에 적시된 중국 입장입니다. 전문가패널이 북한 대학과의 합동 연구에 대해 ‘연구의 성격을 알려달라’고 요구하자 이같이 답한 것입니다. 북한과 우호관계에 있는 쿠바, 시리아, 베트남의 경우 자국 대학과 북한 대학의 교류는 언어와 교육 등에 한정됐다고 적극적으로 해명한 것과 극명한 차이를 보인 것입니다.

유엔 대북제재위 전문가패널 보고서는 연 2회 발간됩니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 2~8월 안보리의 대북제재 이행 현황 조사가 담겼습니다.

중국 대학들은 2019년부터 북한 김일성대 및 김책공대 등과 모두 11개의 과학 분야 논문을 공동으로 발표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진동 분석 등 일부 분야 북·중 합동연구 논문의 경우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개발에도 사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자국 관련 의혹은 부인하기도 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에 연료를 수송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들이 중국 영해에 진입하거나 항구에 정박한 위성 사진이 존재함에도 관련 사실을 전면 부인하기도 했습니다. 전문가패널이 관련 사실을 문의하자 중국은 “조사에 따르면 북한에 연료를 수송한다는 선박들은 2020년 이후 중국의 항구에 들어온 적이 없다”고 답변합니다.

북한의 제재 위반 사실을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 ‘내부첩자’에 대해선 영화가 “불법적 수단으로 제작됐다”며 조사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밝힙니다. 이 영화에는 북한이 시리아에 무기를 수출하고 우간다 현지에 무기 생산 공장 건설을 추진하는 등의 장면이 담겼습니다. 중국은 동영상에 담긴 내용에 대해서도 “영화가 불법적 수단으로 제작된 것으로 의심되는 만큼 내용의 신뢰성에도 의심이 간다”며 “전문가패널 조사를 위한 정보로 사용되어선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 보고서 초안을 입수해 중국이 대북제재위 활동을 방해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대북제재와 관련없는 대만 표기를 문제 삼으며 어깃장을 놓기도 합니다.

자신들에 대한 중국의 적극적인 옹호에 대한 화답인지 북한은 이날 홍콩 사태에 대해 중국을 두둔합니다. 북한 외무성은 5일 홈페이지에 글을 공개하고 홍콩 국가보안법(홍콩 보안법) 시행 이후 진행된 첫 선거에 대해 “홍콩의 민주주의적 발전을 위한 담보”라며 “홍콩의 미래가 더욱 아름다워질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이 제재 위반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히며 제재 완화를 둘러싼 한·미 간 엇박자가 더욱 커질 전망이 나옵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북중 관계와 대비되는 모습입니다.

북한은 이날 대외선전매체 ‘통일의 메아리’를 통해 “(한국이) 민족 내부 문제에 대한 외세의 간섭을 허용하면 오히려 복잡성만 조성된다”며 사실상 한국이 미국의 눈치를 보지말고 대북 제재 완화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했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이날 “안보리 결의안의 완전한 준수와 기존의 모든 유엔 제재의 완전한 이행은 모두 중요하다”며 제재 완화 주장을 일축합니다. 앞서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22일 미국외교협회(CFR) 대담회와 지난 1일 국정감사에서 연이어 “제재 완화나 해제를 검토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는데, 이를 정면 반박한 셈입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