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맨, 블랙위도우 등 쟁쟁한 히어로들을 탄생시킨 마블의 전무후무한 캐릭터 베놈이 돌아왔다.

나름의 공생 규칙 찾은 에디와 베놈…영화 '베놈 2'
첫 영화 '베놈'(2018)이 나온 지 3년 만에 관객들을 찾는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는 공생 관계에 있는 미지의 생명체인 베놈과 기자인 에디 브록(톰 하디)의 익살스러운 호흡과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으로 완성한 액션으로 즐길 거리와 볼거리를 제공한다.

베놈은 마블이 처음 내놓은 '빌런(악당) 히어로'다.

에디의 몸을 숙주 삼아 그의 몸과 정신을 공유하는 외계 생명체인 베놈은 그 자체만 보면 빌런과 히어로 어느 쪽에도 속해 있지 않은 것 같이 보인다.

에디의 몸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베놈의 모습은 기괴하기 그지없다.

검은색의 거대한 몸집에 눈은 눈동자 없이 탁한 하얀색으로 이뤄져 있고, 수십 개의 길쭉하고 뾰족한 이빨을 드러내고 있다.

전편에서 등장 당시 사람을 무자비하게 잡아먹어 치우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 베놈은 이제는 에디와 나름의 규칙들을 정한 채 살고 있다.

그중 하나는 '사람 잡아먹지 않기'다.

사람의 뇌를 주식으로 하는 베놈은 이제는 초콜릿과 치킨으로 배고픔을 채우고 있지만, 항상 고분고분한 것은 아니다.

시도 때도 없이 난폭한 성격을 드러내 에디를 곤란하게 하고, 값비싼 TV를 비롯한 온갖 물건을 때려 부숴 집을 풍비박산으로 만든다.

나름의 공생 규칙 찾은 에디와 베놈…영화 '베놈 2'
일상 속에서 베놈과 에디는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티키타카'를 보이며 유쾌한 웃음을 준다.

베놈은 소름 끼치는 외모와 달리 에디의 전 여자친구 앤에게 호감을 보이는 솔직함이나 닭을 애완동물로 키우는 엉뚱함으로 귀여운 매력을 보여준다.

여기에 더해 숙주의 몸에 갇혀있어야 하는 신세를 한탄하는 모습은 짠하기까지 하다.

그렇지만 사람의 능력을 초월하는 힘을 갖고 있고, 폭력에 무감각한 악당의 기질도 여전하다.

투덕거리던 에디와 베놈은 급기야 결별을 선언하지만, 절대 악의 태동에 다시 '합체'를 하게 된다.

이들이 대항해야 할 적은 바로 베놈의 일부가 사형이 예정된 연쇄살인마 클리스터 캐서디(우디 해럴슨)에게 튕겨 나가 그를 숙주로 만들어진 카니지다.

사이코패스 성향의 클리스터는 25년간 특수 감옥에 갇혀 있는 연인 슈리크를 되찾으러 가며, 자신들을 가둬뒀던 이들에게 무자비한 복수를 행한다.

베놈과 카니지, 두 기괴한 생명체는 성당에서 결투를 벌이는데 원작 만화의 그림이 스크린에 생생하게 컴퓨터 그래픽으로 살아난다.

액션은 시각적으로 화려하지만, 거대한 몸집의 베놈과 카니지가 모든 것을 때려 부수는 일이 반복되는 시퀀스는 다소 지루한 감이 있다.

초능력인 소리 공격을 할 수 있는 슈리크는 클리스터의 연인이란 설정 외에는 뚜렷한 역할이 없는 편이다.

시리즈물로서 세계관을 확장하기보다는 새로운 적의 출연과 이를 처단하는 수준에 머문다는 점도 아쉽다.

오는 13일 개봉. 상영시간 97분. 15세 이상 관람가.

나름의 공생 규칙 찾은 에디와 베놈…영화 '베놈 2'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