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이미지는 관련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과 이미지는 관련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 음식점의 업주가 배달 고객들의 강압적인 요구사항과 악성 리뷰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토로했다.

지난 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점점 장사하기 싫어진다"는 요식업자 A 씨의 글이 게재됐다. A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매출액이 대폭 감소해 위기에 놓인 데다 일부 갑질 손님들로부터 피해를 입고 있다고 토로했다.

A 씨는 "코로나19로 홀 장사를 접고 배달로 넘어오게 됐다. 장사를 하면 소도 보고, 개도 본다고 하는데 요즘은 그 정점을 찍어버린 것 같다"며 "장사하는 사람들을 봉으로 아는 손님 솔직히 너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요청사항은 진짜 요청사항일 뿐이지 '뭐 더 달라'고 요청하는 란이 아니다. 조금 덜 맵게 해 달라, 반찬 더 달라, 수저 하나 더 챙겨달라는 요청은 당연히 더 들어드릴 수 있다. 그런데 강압적으로 메인 요리를 더 달라고 한다"며 분노했다.

A 씨는 "고기 200g 더 주세요. 리뷰 잘 쓸게요"라고 말하고 고기를 더 주지 않으면 리뷰 테러를 하는 고객도 있다며 비난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번에 너무 맛있게 잘 먹었다. 두 번째 주문이니 양 두 배로 부탁한다"와 같은 요청사항도 있었다고.

그는 "요청사항대로 안 주면 바로 리뷰를 통해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는다. 머리카락이 나왔다거나, 음식이 기름지다거나, 배달원이 불친절하고, 심지어는 '그거 얼마나 한다고, 많이 벌어서 부자 되세요' 등 리뷰를 받았다. 좋은 손님도 많지만 요즘은 점점 이런 손님들도 늘어난다"고 했다.

이어 "부자 되고 싶어서 하루 4시간만 자며 밑 준비하고 새벽에 장 보러 다니고 그러고 있다. 땅 파서 장사하는 거 아니지 않나. 리뷰 이벤트도 10명이 서비스를 받아가면 1명이 쓸까 말까다. 점점 장사하기 힘들어진다"고 한탄했다.

네티즌들은 "같은 자영업자로서 정말 난감한 경우가 많다. 리뷰 때문에 스트레스 엄청 받는다", "글만 읽어도 속이 썩는다다", "서비스 못 받았다고 리뷰로 악플 다는 인간들 극혐이다" 등 반응을 보였다.

앞서 이 커뮤니티에는 메뉴에 없는 음식을 아이를 위해 만들어 달라고 한 부모의 이야기가 공개돼 공분을 일으켰다.

식당을 운영하는 B 씨는 "아르바이트생이 주방에서 안절부절못하며 뭔가를 부탁하길래 물어보니 아이 2명을 동반한 부부가 2인 메뉴를 주문하며 서비스로 스크램블을 해달라고 주문했다"고 설명했다. 아르바이트생은 "키즈 메뉴가 준비돼 있다"고 안내했으나, 여성 손님은 "아이 먹게 스크램블 해주는 게 어렵냐"고 핀잔을 줬다고.

서비스 제공이 어렵다고 양해를 구하자 여성은 "이 집 선 넘는다"고 불만을 제기했고, 옆에 있던 남편은 그걸 지켜만 보고 있었다"고 B 씨는 전했다.

B 씨는 "테이블 위 자동차 열쇠 보니 좋은 차 타시는 것 같은데 무료 서비스 요구하는 사모님과 그걸 지켜만 보는 사장님 인성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권익위원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블랙컨슈머 관련 민원 현황은 1306건으로, 연평균 130건이 신고됐다.

임 의원은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소비의 성장으로 배달 앱 사용량이 폭증했지만 '리뷰 갑질' 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이 증가하고 있다"며 "블랙컨슈머와 같은 불공정 소비행위를 근절하고, 건전한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민단체는 앱의 리뷰, 별점 제도가 블랙컨슈머를 양산하고 있으며 배달 앱 측이 점주의 방어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부 배달앱 측은 점주 보호를 위한 전담 조직을 신설, 악성 리뷰 차단을 위해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점주나 배달앱 업체뿐 아니라 이용자들도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