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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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년 동안 ‘청약 전략’이라는 이름으로 당첨 확률을 높이는 비법이 공유돼 왔다. 특별공급을 공략하는 방법이나 비선호 주택형, 추첨 물량에 도전하는 방법 등 공략집 수준의 복잡한 서적이 불티나게 팔렸다. 하지만 청약시장이 과열되면서 전략적으로 당첨 확률을 높이는 방법은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 4인 가구 최대 가점을 채워도 당첨되기 어려울 정도다. 묘수가 없어 보인다.

청약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당첨 부적격 사례도 늘고 있다. 이른바 ‘줍줍’으로 불리는 무순위 청약이 나오는 이유는 부적격자와 계약 포기자의 미계약 물량 때문이다. 당첨 부적격 사례는 시세차익이 크게 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에서 쏟아져 나오는 경우가 많다. 가장 흔한 부적격 사례는 청약가점 오류다. 부적격 사유의 71.5%를 차지한다. 재당첨 제한, 세대원 중복청약, 특별공급 횟수 제한 등이 뒤를 잇는다.

청약가점의 경우 무주택기간, 부양가족수, 청약통장 가입기간이라는 각각의 요소 점수가 합산된다. 그러나 신청인이 직접 판단하기엔 내용이 복잡하고 어려운 경우가 많다. 청약홈에 입력한 내용이 사전검증 없이 접수되기 때문에 청약가점 오류 사례가 나오고 있다.

‘일단 당첨되고 나중에 고민하자’라는 뜻의 ‘선당후곰’은 청약을 준비하는 이들이라면 대부분 아는 유행어다. 그러나 먼저 당첨되고 고민하기에는 치러야 하는 대가가 너무 크다. 청약 당첨 후 부적격이나 계약포기의 경우 어떤 페널티가 있을까.

부적격으로 당첨이 취소되면 일정 기간 동안 청약자격이 제한된다.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따라 부적격 당첨자의 명단이 관리된다. 수도권 및 투기과열지구, 청약과열지역은 1년, 그 외 수도권 지역은 6개월, 청약위축지역은 3개월 동안 제한된다.

동호수가 마음에 안 들거나 분양가 등의 개인적 사유로 청약을 포기하는 경우엔 재당첨제한 적용 기간에 따라 당첨일로부터 최대 10년간 청약이 제한된다. 이 기간 동안 온가족의 청약통장의 효력 또한 상실된다.

애써 당첨된 분양 자격을 왜 포기하느냐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중도금 대출 강화, 의무거주기간 등 복잡해진 부동산 정책으로 충분한 사전 검토 없이 청약에 당첨된다면 계약 포기라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재당첨 제한은 당첨자 및 같은 세대에 속한 이들이 일정 기간 동안 다른 분양주택의 1~2순위 청약을 할 수 없는 제도다. 분양가상한제 적용 주택이나 공공임대주택, 이전기관 종사자 특별공급주택 당첨자, 투기과열지구나 청약과열지구, 투기과열지구 정비사업에 당첨된 사람이 투기과열지구와 청약과열지구에 청약하는 경우 재당첨제한이 적용된다. 당첨되더라도 부적격이란 의미다.

계약 포기의 경우 해당 아파트가 투기과열지구 내 재개발·재건축 일반분양이라면 더 곤란한 상황이 발생한다. 투기과열지구의 다른 재개발·재건축 조합원분양도 신청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묻지마 청약'하면 안 되는 이유
최근 청약제도는 가점과 세금, 대출, 전매제한, 거주의무까지 맞아떨어져야 하는 복합적인 시스템이다. 안전하게 청약하기 위해서는 가점 체계를 정확히 이해하고 공적 자료로 세부사항을 확인해야 한다. 분양가를 분석한 뒤 현실적인 자금계획도 필요하다. 전매제한으로 인한 이후의 제약사항까지 반드시 살펴봐야 한다. 잘못 이해한 내용 한 줄로 인해 분양 자격이 박탈되고, 재산상 큰 손실이 날 수도 있다. 청약을 올림픽 정신으로 하면 안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