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윌리오 로고/사진제공=트윌리오 홈페이지
트윌리오 로고/사진제공=트윌리오 홈페이지
“일시적 서비스 중단으로 차량 탑승 요청에 대한 답변을 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2011년 차량호출업체 우버는 고객에게 이 같은 내용의 안내 메일을 급히 보냈다. 우버의 자동 문자 메시지 서비스가 ‘먹통’이 된 데 따른 것이었다. 클라우드 기반으로 고객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을 제공하는 트윌리오(TWLO)엔 ‘기회’였다. 우버의 메일을 받은 제프 로슨 트윌리오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곧바로 당시 우버 CEO였던 트래비스 캘러닉을 찾아갔다. 2008년 문을 연 신생 기업 트윌리오가 우버와 계약을 맺은 계기다.

이로써 우버 이용객은 트윌리오를 통해 운전자 도착 시간이 담긴 문자를 안정적으로 전달받을 수 있게 됐다. 트윌리오는 우버에 이어 에어비앤비, 나이키, JP모간 등 굴지의 글로벌 기업으로 고객사를 넓혀 나가며 클라우드 기반 커뮤니케이션 플랫폼(CPaaS) 시장에서 독보적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고객사와 소비자의 연결고리


트윌리오는 우버처럼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를 하는 고객사에 소통에 필요한 애플리케이션 인터페이스(API)를 제공하는 회사다. 고객사 대신 문자, 전화, 영상 등 클라우드 기반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을 구축하면 고객사는 별도의 소프트웨어 개발 없이 소비자와 연결된다. 소비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트윌리오와 소통하고 있는 것이다.

트윌리오의 강점은 다수의 글로벌 통신사와 협력하는 네트워크를 통해 안정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시너지리서치그룹에 따르면 2021년 2분기 기준 CPaaS 시장에서 트윌리오의 점유율은 38%에 달한다. 경쟁업체 보나지(Vonage)는 11.8%, 신치(Sinch)는 8.1%에 불과하다.

트윌리오는 아마존웹서비스(AWS) 출신인 로슨 CEO와 그의 동료 두 명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세운 회사다. 2004년부터 약 2년간 AWS에서 근무한 로슨 CEO는 ‘고객’에 집중한다는 아마존의 경영 원칙을 트윌리오에 그대로 적용했다. 고객 중심형 서비스에 힘입어 트윌리오는 ‘FAANG(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보다 빠르게 성장하는 차세대 클라우드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캐시 우드 CEO가 이끄는 아크인베스트먼트의 투자를 받기도 했다.
나이키, 우버도 사용하는 고객 소통 플랫폼 '트윌리오'
지난 5년간 트윌리오 매출은 매년 40% 이상 증가했다. 코로나19가 덮친 지난해 매출은 2019년 대비 55% 급등한 17억6000만달러(약 2조742억원)를 기록했다. 코로나19로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을 활용하는 기업이 늘어난 덕분이다. 올 2분기 매출은 6억6893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67% 증가했다. 활성 사용자 계정 수는 2019년 17만9000명에서 지난해 22만1000명으로 23.4% 늘었다.

좋은 실적 덕분에 주가는 5년간 450% 뛰었다. 트윌리오 주가의 지난 1년간 상승폭은 56%를 넘는다. 현재 시가총액은 625억달러에 달한다. 다만 이익은 거두지 못하고 있다. 2019년 트윌리오의 순손실은 3억700만달러였으나 지난해엔 4억9100만달러로 늘었다. 올 상반기 순손실(4억3440만달러)도 지난해 같은 기간(1억9470만달러)보다 두 배가량 증가했다.

M&A 통한 시너지 효과


미국 투자자문사 잭스에쿼티리서치에 따르면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트윌리오의 올해 매출은 26억6000만달러다. 지난해보다 51% 증가한 규모다. 내년 매출 예상치는 올해보다 30% 많은 34억4000만달러다.

인수합병(M&A)에 따른 시너지 효과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트윌리오는 지난해 고객 데이터 플랫폼 기업 세그먼트를 32억달러에 인수했다. 문자, 전화 등 트윌리오의 서비스를 경험하는 소비자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로슨 CEO는 “데이터 사일로(단절)로 인해 무분별한 마케팅 문자 메시지가 전달된다면 고객 관계가 파괴된다”며 “트윌리오와 세그먼트는 데이터 사일로를 해체해 고객사가 소비자와 훌륭한 관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 2분기 트윌리오 전체 매출 가운데 세그먼트 부문이 차지한 비중은 약 7%(4660만달러)였다.
사진제공=트윌리오 홈페이지
사진제공=트윌리오 홈페이지
트윌리오는 최근 수신자 부담 문자 플랫폼 집윕을 8억5000만달러에 인수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집윕은 미국, 캐나다를 넘어 유럽에도 영업망을 갖추고 있다. 이번 인수로 3만 명 이상의 소비자 기반을 확보해 트윌리오의 메시지 사업 부문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집윕 인수는 올해 마무리될 전망이다. 미 투자은행 제프리스의 애널리스트 사마드 사마나는 “장기적 관점에서 이번 인수는 트윌리오의 고객 관계를 강화해 핵심 사업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다. 코로나 특수가 끝난 후에도 성장할 수 있을지에 대한 물음에 트윌리오는 “그렇다”고 확신한다. 로슨 CEO는 “소비자들이 은행 영업 지점으로 돌아가려고 할까요?”라고 반문하며 “이젠 디지털 경험 시대”라고 강조했다. 기업과 소비자 간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이 ‘뉴노멀’로 굳어졌다는 얘기다. 그는 “소비자들은 점점 더 개인화된 콘텐츠를 바라고 있다”며 “기업들은 이런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디지털 전환 노력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식정보사이트 팁랭크에 따르면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 15명 가운데 14명이 매수 의견을 제시했다. 12개월 목표주가 평균은 462.15달러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