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의 메타버스 플랫폼 '호라이즌 워크룸' /페이스북 제공
페이스북의 메타버스 플랫폼 '호라이즌 워크룸' /페이스북 제공
독일 함부르크의 평범한 소녀 테사의 열여섯 살 맞이 생일파티에 느닷없이 1000명 넘는 손님이 몰려들었다. 거대한 인파에 놀란 생일 주인공은 집을 빠져나와 할아버지 집으로 피신했다. 질서 유지를 위해 경찰 100여 명과 소방차까지 출동했다. 이 소동은 테사가 페이스북에 ‘친구 공개’로 올리려던 생일파티 초대장을 ‘전체 공개’로 전 세계 이용자들이 볼 수 있게 게시하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2011년의 일이다. 10년 새 페이스북의 영향력은 더욱 커졌다. 당시 페이스북 월 활성 이용자 수는 10억 명을 넘기지 못했다. 2021년 페이스북은 세계 인구 78억 명 중 약 30억 명이 사용하는 세계 최대 SNS로 자리매김했다. 지구인의 절반가량이 페이스북이 구축한 세상에서 친구를 만나고, 연애하고, 정보를 공유하고, 물건을 사는 셈이다. 2012년 인수한 인스타그램까지 합치면 그 규모는 더 커진다.

이용자 수 확대는 곧 실적과 주가를 끌어올렸다. 페이스북은 2012년 5월 18일 상장 이후 약 9년 만인 2021년 6월 미국 기업 중 다섯 번째로 ‘시가총액 1조달러 클럽’에 입성했다. 독점 규제 리스크 등으로 중간중간 부침을 겪으면서도 페이스북 주가는 상장일부터 2021년 9월까지 약 800% 치솟았다. 명실상부 1위 소셜미디어 그룹을 넘어 메타버스 대장주 자리를 노리고 있는 페이스북의 질주는 어디까지일까.

美 증시 이끈 ‘FAANG’ 중 하나

페이스북은 2010년대 초부터 미국 나스닥의 상승세를 주도해온 ‘FAANG(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 중 하나다. ‘서학개미’가 사랑하는 종목이기도 하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2021년 9월 말 기준 페이스북은 국내 해외주식 투자자들이 열다섯 번째로 많이 보유한 미국 주식으로, 규모는 4억5402만1216달러(약 5377억원)에 달한다.

2012년 나스닥 입성 초반 성적은 초라했다. 미국 주식 역사상 두 번째로 큰 규모의 기업공개(IPO)로 세계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상장했지만 3개월 동안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상장 시점에 거래소 전산 오류로 거래에 차질을 빚은 데다 ‘거품 논란’까지 불거졌다. 그해 9월 초에는 공모가 대비 절반으로 추락했을 정도다.

상황이 반전된 건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무대에 오르면서부터다. 저커버그는 2012년 9월 11일 미국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테크크런치가 개최한 온라인 창업 콘퍼런스에서 독설가로 악명이 높았던 마이클 애링턴 테크크런치 CEO와 대담했다.

“나는 차라리 저평가받겠다. 그러면 일탈의 자유를 누리며 재밌게 일할 수 있다.” 저커버그의 단호함과 자신감에 시장이 다시 반응하기 시작했다. 데스크톱에서 모바일로 넘어가던 시기, 페이스북을 스마트폰 환경에 최적화시키기 위해 벌이고 있는 각종 노력이 비용이 아니라 투자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다음날 하루에만 주가가 7% 넘게 뛰었다. 이후 페이스북 주가는 우상향 그래프를 그렸다. 물론 매출 증가율이 2012년 2분기 32%에서 2014년 1분기 72%로 뛸 정도로 실적이 받쳐줬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5년내 메타버스 기업 되겠다"는 글로벌 SNS 1위 '페이스북'

‘너드의 신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의 모든 것은 마크 저커버그와 함께 시작됐다.”

페이스북 개발자 출신 마이크 회플링거가 쓴 책 비커밍 페이스북 서두에 나오는 말이다. 저자는 페이스북의 시작, 그리고 반등을 설명하려면 창업자이자 CEO인 저커버그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단언한다.

저커버그는 IT업계 ‘너드(nerd·괴짜)’ 신화 그 자체다. 18세에 인공지능(AI) 기반 음악 다운로드 프로그램을 개발해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매각 제안을 받았는데 거절한 일은 실리콘밸리에서 전설처럼 전해진다.

페이스북의 전신 ‘페이스매시(Facemash)’는 하버드대 기숙사 방, 저커버그의 손끝에서 탄생했다. 그는 장난삼아 하버드대 재학생 사진과 개인정보를 해킹해 여성 두 명의 사진을 나란히 붙여놓은 뒤 더 매력적인 외모의 학생에게 투표하도록 해 순위를 매겼다. 쉽게 말해 ‘외모 평가 사이트’다. 페이스매시는 하버드대에서 화제를 끌며 개설 하루 만에 방문자 수 450명, 총 투표 2만2000건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당연히 개인정보 침해, 여성 비하 논란에 휩싸였고 저커버그는 교내 징계를 받았다.

이 사건 이후 저커버그는 2004년 ‘자발적 참여’와 ‘공개 범위 설정’을 핵심으로 한 소셜네트워크 사이트 ‘페이스북’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하버드대 학생 중심으로 퍼져나갔지만 점차 미국 모든 대학, 전 세계 대학생, 나아가 세계인으로 영역을 넓혔다. 저커버그는 2008년 세계 최연소 억만장자에 등극했다. 2010년에는 26세의 나이로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의 인물’에 뽑혔다. 이 극적인 창업 스토리는 일찌감치 할리우드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2010년 영화 ‘소셜 네트워크’로 제작됐다.

“제 목표는 페이스북을 ‘쿨’하게 만드는 게 아닙니다. 나는 멋진 사람이 못 됩니다. 우리의 관심은 어떻게 페이스북을 유용하게 만들 것인가 하는 겁니다.” 저커버그가 2014년 11월 첫 공개 간담회에서 한 말은 역설적으로 페이스북과 저커버그의 ‘쿨한’ 매력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저커버그는 공식석상에도 매일 똑같은 회색 티셔츠에 슬리퍼 차림을 고수해왔다. 회사를 가장 잘 운영할 방법을 고민하는 것 외에 마주쳐야 할 선택지의 수를 최대한 줄이고 싶어서다. 그는 동시에 2015년을 ‘책의 해’로 선언하고 2주에 한 권씩 책을 읽으며 경영 아이디어를 얻은 SNS CEO이기도 하다. 성공적인 페이스북 경영이라는 목표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페이스북도 마찬가지다. ‘연결’이라는 본질적 기능에 최대한 집중한다. 메신저, 커뮤니티, 뉴스 기사 등을 페이스북 안으로 끌어들였다. 경쟁자가 나타나면 공격적으로 흡수했다.

공격적 M&A로 1위 자리 고수

SNS업계라고 경쟁이 없을 리 없다. 2010년 말 혜성처럼 등장한 ‘인스타그램’은 SNS업계의 판도를 뒤흔들었다. 그간 페이스북, 트위터 등 글자를 기반으로 한 SNS와 달리 인스타그램은 사진 중심의 직관적 채널이라는 강점을 앞세웠다.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집중해서 읽거나 쓰지 않아도 누구나 일상을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다. 이용자들이 올린 사진을 한데 모아 보기 쉽도록 해시태그 기능을 도입한 것도 특징이다.

인스타그램을 따라 페이스북도 사진 기능을 강화할 것으로 사람들은 예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페이스북은 페이스북대로 뒀다. 그 대신 2012년 인스타그램을 10억달러에 인수했다. 막대한 돈을 지불하고 직원 13명에 불과한 창업 16개월차 스타트업을 인수하자 거품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2021년 현재 인스타그램의 기업가치는 1000억달러가 넘는다. 페이스북의 인스타그램 인수는 2006년 구글의 유튜브 인수와 함께 실리콘밸리 인수합병(M&A) 성공 사례로 꼽힌다.

이후 페이스북은 무료 인터넷 전화·메신저 앱 와츠앱을 포함해 90개 이상의 기업을 인수했다.

2014년 인수한 오큘러스는 가상현실(VR)·확장현실(XR) 디바이스를 넘어서 메타버스 생태계로의 도약을 의미했다. 메타버스는 초월·가상을 뜻하는 메타(meta)와 현실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을 초월한 가상의 세계를 말한다. 메타버스산업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몰입도를 좌우할 관련 디바이스 시장도 지속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오큘러스는 XR 기기 글로벌 시장 점유율 75%에 달한다.

메타버스 올라탄 페이스북

‘사람들에게 공동체를 꾸리고 세계를 더 가깝게 할 수 있는 힘을 주자(Give people the power to build community and bring the world closer together).’

페이스북이 2017년 새로 채택한 사훈은 메타버스를 겨냥한 문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페이스북은 2010년대 중반부터 메타버스를 미래 사업으로 꼽고 투자해왔다. 저커버그 CEO는 2021년 7월 아예 “페이스북은 5년 내 메타버스 기업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8월 공개된 ‘호라이즌 워크룸’은 페이스북이 구상하고 있는 메타버스 밸류체인을 가능하게 했다. 페이스북이 2년6개월간 개발한 호라이즌 워크룸은 가상 협업 플랫폼이다. 페이스북의 VR 기기 ‘오큘러스 퀘스트2’를 착용하면 자신의 아바타를 통해 가상회의 테이블에 앉아 화상회의에 참여할 수 있다.

페이스북은 이어 9월엔 향후 2년간 세계 학술기관의 메타버스 관련 연구를 지원하기 위해 5000만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에서는 서울대가 포함됐다. 페이스북의 이 같은 투자에는 세계 메타버스 인재와 특허를 빨아들이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5년내 메타버스 기업 되겠다"는 글로벌 SNS 1위 '페이스북'

중독·독점 논란은 리스크

물론 페이스북의 미래가 마냥 밝은 것은 아니다. 틱톡, 스냅챗, 핀터레스트, 트위터 등 경쟁자들이 SNS 점유율 1위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CNBC에 따르면 바이트댄스의 영상 기반 SNS 틱톡의 월간 이용자 수는 2018년 1월 5500만 명에 불과했는데 최근 10억 명을 넘어섰다.

중독, 청소년 유해성 논란도 있다. 2021년 3월 페이스북은 어린이용 인스타그램 출시 계획을 밝혔는데 이후 9월 월스트리트저널이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의 청소년 해악성을 인지하고도 이를 방관했다”고 폭로해 사업을 잠정 중단해야 했다. 최근에는 내부 고발 이슈가 다시 터졌다.

독점 논란은 페이스북을 비롯한 빅테크(대형 IT 기업)를 위협하고 있다. 미국의 반독점 규제 당국인 연방거래위원회(FTC)는 “페이스북이 독점적 시장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경쟁 업체 또는 신생 기업을 ‘사들이거나 묻어버리는(buy or bury)’ 전략을 사용했다”며 반독점법 위반 소송을 진행 중이다.

개인정보 침해 우려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전 세계 이용자들의 데이터를 쥐고 있는 페이스북은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광고 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보안을 강점으로 내세우는 애플과 페이스북이 충돌하는 이유다. 페이스북 매출의 90% 이상이 광고 수익에서 나온다. 애플이 앱 개발사가 이용자 동의 없이는 데이터를 수집할 수 없도록 아이폰 보안정책을 강화하자 페이스북 광고 효과가 감소했다. 2021년 2분기 실적 발표에서 데이브 웨너 페이스북 최고재무책임자(CFO)가 “규제 및 플랫폼 변화로 매출 성장이 둔화될 수 있다”고 하자 시간 외 거래에서 페이스북 주가는 5%대 급락했다.

이 같은 고비만 넘긴다면 페이스북의 확장성은 무한하다. 장기적으로는 메타버스가, 단기적으로는 광고와 커머스 수익이 페이스북의 실적을 끌어올릴 전망이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와츠앱 등 주요 SNS에 커머스 기능이 이제 막 추가된 단계로 2021~2022년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2021년 8월 블룸버그에 따르면 페이스북 영업이익은 2020년 약 320억달러였는데 2021년 450억달러 이상, 2022년 500억달러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시총 1조달러가 넘는데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21배 수준이다(2021년 9월 기준).

‘두렵지 않다면 무엇을 하겠는가?’ 페이스북 사옥 곳곳에 저커버그가 붙여놓은 문구다. 두려움과 가능성. 이 질문은 페이스북의 미래를 고스란히 함축하고 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