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플랫폼→AR 회사로…끊임없이 성장하는 애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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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시총 1위 기업
아이폰에 이어 웨어러블, 콘텐츠·서비스 사업으로 외연 넓혀
신작 아이폰13, 中서 흥행 돌풍
미국의 반독점 규제 여부는 변수
아이폰에 이어 웨어러블, 콘텐츠·서비스 사업으로 외연 넓혀
신작 아이폰13, 中서 흥행 돌풍
미국의 반독점 규제 여부는 변수
2021년 8월 30일 애플 시가총액이 사상 처음으로 2조5000억달러를 넘어섰다. 미국 증시에서 ‘꿈의 고지’로 불려온 시총 2조달러를 돌파한 지 1년여 만이었다. 한국 국내총생산(GDP, 1조6382억달러)의 1.52배다. 애플 시가총액은 이탈리아나 캐나다 GDP보다도 높다. 애플이 국가라면 GDP 순으로 세계 8번째 나라인 셈이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사망한 이후 “애플은 이제 끝났다”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지만 오히려 10년 전 대비 애플의 몸집은 여덟 배로 커졌다. 스마트폰 시장 성장세에 대한 우려를 딛고 플랫폼 회사로 체질을 개선한 덕분이다. 최근 애플은 증강현실(AR) 기기의 대중화를 이끌겠다고 선포하며 다시 한 번 몸집을 키울 채비를 하고 있다.
◆잡스가 이룬 ‘아이폰 신화’
“오늘 세 가지 혁명적인 제품을 소개합니다.” 2007년 6월 29일 첫 아이폰 제품을 선보일 때 잡스가 꺼냈던 말이다. 전화기와 아이팟, 인터넷 기기를 한데 모았다는 의미였다. 잡스는 휴대폰에 달려 있던 키보드를 없애고 대신 전면 디스플레이를 달았다. 펜 대신 손으로 모든 걸 조작할 수 있도록 직관적인 사용자환경(UI)을 재창조했다. 3세대(3G) 통신 시대와 함께 맞물린 아이폰의 등장은 사람들의 생활 방식을 송두리째 바꿔놨다. 어디에 있건 작은 휴대폰으로 인터넷 서핑, 글쓰기, 사진 찍기, 메일 확인, 게임이 모두 가능했다. ‘손 안의 컴퓨터’나 다름없었다. 아이폰은 휴대폰 시장을 빠르게 침투했다. 기존 휴대폰 시장의 강자 노키아, 블랙베리 등은 몰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아이폰은 출시 후 10년간 세계에서 13억 대가 팔려나갔다. 초기 스마트폰 시장을 창조했고, 지배했다.
◆웨어러블로 저변 넓힌 애플
잡스 사망 후 애플에 두 번째 위기가 찾아왔다. 2017년을 정점으로 스마트폰 시장 성장세가 꺾이기 시작했다. 레드오션화된 것이다. 경쟁자들의 스마트폰 하드웨어 간 차별성도 부족해졌다. 회사마다 스마트폰 관련 기술력이 높아질 대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애플이 신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언론은 “혁신이 없다”며 비판하기 시작했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중저가 시장 공략에 나섰다. 미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 아이폰 매출은 하락하기 시작했다. 2016년 아이폰 판매량은 처음으로 감소세를 기록했다.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는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난 화웨이, 오포, 비보 같은 현지 업체에 밀려 5위까지 떨어졌다.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된 이후에도 애플은 2007년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던 아이폰만큼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진 못했다. 대신 아이폰을 지렛대 삼아 선보인 새로운 제품들이 큰 호응을 얻었다. 대표적인 제품군이 애플워치, 에어팟 등 웨어러블(착용형) 기기다. 2014년 최초로 공개한 애플워치는 잡스 없는 애플이 처음으로 내놓은 주요 제품이었다. 스마트워치를 먼저 출시한 건 삼성전자였지만 애플워치는 단숨에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에어팟도 출시되자마자 히트작이 됐다. 2020년에만 6000만 대 넘게 팔렸다. 이듬해 2분기(4~6월·애플 회계연도 3분기) 웨어러블 기기 매출은 전년 대비 36% 증가한 87억7500만달러를 기록했다. 데스크톱, 노트북 사업부인 맥 부문 매출(82억3500만달러)을 뛰어넘었다. 웨어러블 부문이 애플의 새로운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다.
◆플랫폼 회사로 변신
애플 실적을 지탱하는 또 다른 한 축은 콘텐츠·서비스 부문이다. 2분기 콘텐츠·서비스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32.9% 늘어난 174억8600만달러를 기록했다. 서비스 매출에는 앱 관련 판매 수수료를 받는 앱스토어를 비롯해 음악과 동영상을 유통하는 아이튠즈, 결제 서비스인 애플페이 등이 포함돼 있다. 앱스토어에 등록돼 있는 앱은 200만 개가 넘는다. 여기에 구독형 서비스인 아이클라우드, 애플 뮤직, 애플 아케이드, 애플 TV+, 애플뉴스+ 등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애플은 ‘애플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 애플TV 등 모든 기기가 애플 운영체제(OS)인 iOS에 연동돼 돌아가는 애플 생태계에 한 번 발을 들인 소비자는 쉽게 빠져나오기 힘들다.
실제 애플의 충성 고객은 안드로이드 사용자에 비해 모바일 앱이나 서비스 가입에 더 많은 돈을 쓰고 있다. iOS의 글로벌 점유율은 10% 수준이지만 매출 기준 점유율은 60% 수준이다. 강력한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수립된 애플의 iOS 생태계는 다시 하드웨어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선순환 효과도 일으키고 있다. 콘텐츠 및 구독 서비스 모델이 점점 중요한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아가면서 서비스 매출 비중이 커질수록 애플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도 상향될 것으로 증권가는 분석하고 있다.
앱스토어뿐 아니라 아이클라우드, 뮤직, TV+ 등도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2015년 8.5%에 불과했던 콘텐츠·서비스 매출 비중은 올 2분기 20.7%까지 늘어났다. 독과점 규제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앱스토어에서 구독경제 중심으로 매출처가 옮겨가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2021년 기준 애플의 유료 구독자 수는 7억 명 수준으로 전년 대비 27% 늘었다.
◆여전히 잘나가는 아이폰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된 지는 오래지만 아이폰은 여전히 애플 전체 매출에서 45%를 차지하고 있다. 아이폰 신제품이 잘 팔리면 애플 주가도 따라 올라가기 때문에 투자자에게도 아이폰 판매 실적은 여전히 중요한 요소다.
매번 ‘혁신이 없다’는 비판 속에서도 아이폰은 새로운 모델이 출시될 때마다 흥행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2021년 2분기 아이폰 매출은 총 390억57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9.8% 증가했다. 2020년 10월 출시된 아이폰12는 이듬해 2분기까지 누적 판매량 1억3000만 대를 돌파했다. 역대 최고 판매량을 기록한 아이폰6 시리즈를 뛰어넘는 수치다.
2021년 9월 17일 사전예약을 시작한 아이폰13 역시 출시되자마자 흥행에 성공했다. 아이폰13의 출시 첫날 사전예약 대기일수는 13일로 전작 대비 3일 늘어났다. 사전예약 첫 주의 평균 대기일수 역시 9일에서 15일로 늘었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큰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 매출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2분기 중국 매출은 148억달러로 전년 대비 58% 늘었다. 아이폰의 중국 매출 비중은 18%에 달한다. 미·중 무역분쟁 이후 2019년부터 화웨이 스마트폰의 경쟁력이 약화된 반사이익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중국 시장의 화웨이 고가 스마트폰 점유율이 애플로 옮겨간 것이다.
신제품 아이폰13 역시 중국 시장에서 흥행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에서만 사전예약 첫날 500만 대 이상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애플 중국 온라인 스토어에서 받은 선주문은 포함되지 않은 수치다. 역대급 흥행을 기록한 아이폰12의 강점을 극대화하고 가격은 낮춘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애플은 지금까지 아이폰 신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가격을 올리는 고가 전략을 고수해왔지만 이번엔 중국 판매 가격을 전작 대비 300~800위안(약 5만~14만원)가량 낮췄다. 화웨이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중국 브랜드와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5G 스마트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내놓은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2021년 9월 보고서에서 연간 아이폰 생산량이 전년 대비 15.6% 증가한 2억295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 중 아이폰13이 차지하는 비중은 37~39%로 예상했다. 2021년에만 아이폰13이 8500만~8900만 대가량 생산된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출시 7개월 만에 1억 대가 팔린 아이폰12의 기록을 아이폰13가 깰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AR 기기 대중화 이끈다
애플의 미래 주가 동력 중 하나는 AR 기기다. 메타버스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이을 차세대 정보기술(IT)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 중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페이스북 텐센트 등 다섯 곳이 이미 참전을 선언했다. 애플은 메타버스 밸류체인 내 대표적인 하드웨어 수혜주로 꼽힌다. AR 기술을 도입한 AR헤드셋, AR글래스를 통해 AR 기기의 대중화를 이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스마트폰과 에어팟, 애플워치가 그랬던 것처럼 완성도 높은 제품을 내놓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애플이 내놓을 AR글래스는 단순한 AR 디스플레이가 아니다. 업계에서는 애플 AR글래스에 애플이 자체 개발한 시스템 온 칩(SoC)인 M1 프로세서, 라이다(가상의 물체를 사용자 주변 실제 세계에 투영하는 기능) 기술이 포함된 12개의 카메라 센서, 8K 디스플레이, 시선 추적 기능 등 첨단 기술이 적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안경을 쓰는 것만으로 눈앞에 홀로그램을 띄워 영화를 보거나 화상회의를 하고,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목적지까지 도달하는 최적의 길도 알려준다.
2025년까지 AR 기술이 창출할 수 있는 시장 규모는 약 800억달러로 추정된다. 이 중 하드웨어는 450억달러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2020년 기업들의 AR 관련 지출은 188억달러였다. 2023년까지 관련 지출이 연평균 77% 성장할 것으로 IDC는 예상했다. NH투자증권은 애플이 AR글래스로 창출할 수 있는 매출 규모를 110억달러로 예상했다. 애플 앱스토어에서 AR 관련 앱이 창출하고 있는 매출(10억달러)의 10배다. AR 사업이 향후 애플 주가 상승의 핵심 재료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반독점 규제는 변수
애플 주가에 악재로 작용할 변수로 등장한 건 반독점 규제의 칼날이다. 애플은 2011년부터 모든 콘텐츠에 인앱결제를 강제하고 있다. iOS에 입점한 앱이 디지털 상품·서비스를 판매할 때 애플이 개발한 결제 시스템만 사용하도록 강제한 것이다. 애플은 결제액의 최대 30%를 수수료로 받아간다. 유료 앱 시장 점유율이 60% 이상인 애플은 인앱 결제를 통해 연간 20조원 넘는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는 시장 지배적 지위를 이용한 ‘갑질’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2021년 9월 10일 미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연방법원은 게임 포트나이트 개발사 에픽게임즈가 애플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90일 안에 외부결제를 허용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앱 개발사들은 자체 결제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게 됐다. 애플의 인앱결제 매출도 타격을 입게 됐다.
이 소송의 가장 큰 쟁점이었던 “애플의 앱스토어 운영방식이 반독점법 위반”이라는 에픽게임즈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를 두고 워싱턴포스트는 “애플의 거대한 승리”라고 평가했지만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 이 판결을 맡은 이본 곤잘레스 로저스 판사는 “애플이 독점기업이라고 결론 내릴 수 없지만 이 같은 판단이 불가능하다고 보진 않는다”며 “에픽이 애플이 독점기업임을 입증하는 데 실패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애플의 반독점법 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이 뒤집힐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것이다.
미 정치권에서는 애플, 구글 등 플랫폼 기업을 겨냥한 반독점법 입법도 추진되고 있다. 미 하원 법제사법위원회는 6월 반독점 패키지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패키지는 △플랫폼의 자사 제품 우대 및 차별적 취급 등 금지법 △잠재적 경쟁자 인수합병(M&A) 규제법 △플랫폼 사업자의 자사 제품 판매 제한법 △소셜미디어 이용자의 데이터 권익 보호법 등으로 구성됐다. 이 법안대로라면 페이스북의 인스타그램 인수 같은 M&A는 더 이상 나올 수 없다.
미국 행정부 역시 플랫폼 업체를 대상으로 규제의 칼을 갈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법무부 반독점국 국장으로 ‘구글의 적’이라 불리는 조너선 캔터 변호사를 지명했다. 반독점 규제를 강하게 주장해온 인물이다. 한국 공정거래위원회 역할을 하는 연방거래위원회 수장으로는 리나 칸 컬럼비아대 로스쿨 교수를 임명했다. 그는 플랫폼 기업의 독점적 지배력을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미 정부가 애플을 비롯한 플랫폼 기업에 ‘독점 프레임’을 씌우는 데 성공하면 애플의 주가 하락은 불가피하다.
심성미 기자
◆잡스가 이룬 ‘아이폰 신화’
“오늘 세 가지 혁명적인 제품을 소개합니다.” 2007년 6월 29일 첫 아이폰 제품을 선보일 때 잡스가 꺼냈던 말이다. 전화기와 아이팟, 인터넷 기기를 한데 모았다는 의미였다. 잡스는 휴대폰에 달려 있던 키보드를 없애고 대신 전면 디스플레이를 달았다. 펜 대신 손으로 모든 걸 조작할 수 있도록 직관적인 사용자환경(UI)을 재창조했다. 3세대(3G) 통신 시대와 함께 맞물린 아이폰의 등장은 사람들의 생활 방식을 송두리째 바꿔놨다. 어디에 있건 작은 휴대폰으로 인터넷 서핑, 글쓰기, 사진 찍기, 메일 확인, 게임이 모두 가능했다. ‘손 안의 컴퓨터’나 다름없었다. 아이폰은 휴대폰 시장을 빠르게 침투했다. 기존 휴대폰 시장의 강자 노키아, 블랙베리 등은 몰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아이폰은 출시 후 10년간 세계에서 13억 대가 팔려나갔다. 초기 스마트폰 시장을 창조했고, 지배했다.
◆웨어러블로 저변 넓힌 애플
잡스 사망 후 애플에 두 번째 위기가 찾아왔다. 2017년을 정점으로 스마트폰 시장 성장세가 꺾이기 시작했다. 레드오션화된 것이다. 경쟁자들의 스마트폰 하드웨어 간 차별성도 부족해졌다. 회사마다 스마트폰 관련 기술력이 높아질 대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애플이 신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언론은 “혁신이 없다”며 비판하기 시작했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중저가 시장 공략에 나섰다. 미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 아이폰 매출은 하락하기 시작했다. 2016년 아이폰 판매량은 처음으로 감소세를 기록했다.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는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난 화웨이, 오포, 비보 같은 현지 업체에 밀려 5위까지 떨어졌다.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된 이후에도 애플은 2007년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던 아이폰만큼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진 못했다. 대신 아이폰을 지렛대 삼아 선보인 새로운 제품들이 큰 호응을 얻었다. 대표적인 제품군이 애플워치, 에어팟 등 웨어러블(착용형) 기기다. 2014년 최초로 공개한 애플워치는 잡스 없는 애플이 처음으로 내놓은 주요 제품이었다. 스마트워치를 먼저 출시한 건 삼성전자였지만 애플워치는 단숨에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에어팟도 출시되자마자 히트작이 됐다. 2020년에만 6000만 대 넘게 팔렸다. 이듬해 2분기(4~6월·애플 회계연도 3분기) 웨어러블 기기 매출은 전년 대비 36% 증가한 87억7500만달러를 기록했다. 데스크톱, 노트북 사업부인 맥 부문 매출(82억3500만달러)을 뛰어넘었다. 웨어러블 부문이 애플의 새로운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다.
◆플랫폼 회사로 변신
애플 실적을 지탱하는 또 다른 한 축은 콘텐츠·서비스 부문이다. 2분기 콘텐츠·서비스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32.9% 늘어난 174억8600만달러를 기록했다. 서비스 매출에는 앱 관련 판매 수수료를 받는 앱스토어를 비롯해 음악과 동영상을 유통하는 아이튠즈, 결제 서비스인 애플페이 등이 포함돼 있다. 앱스토어에 등록돼 있는 앱은 200만 개가 넘는다. 여기에 구독형 서비스인 아이클라우드, 애플 뮤직, 애플 아케이드, 애플 TV+, 애플뉴스+ 등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애플은 ‘애플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 애플TV 등 모든 기기가 애플 운영체제(OS)인 iOS에 연동돼 돌아가는 애플 생태계에 한 번 발을 들인 소비자는 쉽게 빠져나오기 힘들다.
실제 애플의 충성 고객은 안드로이드 사용자에 비해 모바일 앱이나 서비스 가입에 더 많은 돈을 쓰고 있다. iOS의 글로벌 점유율은 10% 수준이지만 매출 기준 점유율은 60% 수준이다. 강력한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수립된 애플의 iOS 생태계는 다시 하드웨어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선순환 효과도 일으키고 있다. 콘텐츠 및 구독 서비스 모델이 점점 중요한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아가면서 서비스 매출 비중이 커질수록 애플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도 상향될 것으로 증권가는 분석하고 있다.
앱스토어뿐 아니라 아이클라우드, 뮤직, TV+ 등도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2015년 8.5%에 불과했던 콘텐츠·서비스 매출 비중은 올 2분기 20.7%까지 늘어났다. 독과점 규제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앱스토어에서 구독경제 중심으로 매출처가 옮겨가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2021년 기준 애플의 유료 구독자 수는 7억 명 수준으로 전년 대비 27% 늘었다.
◆여전히 잘나가는 아이폰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된 지는 오래지만 아이폰은 여전히 애플 전체 매출에서 45%를 차지하고 있다. 아이폰 신제품이 잘 팔리면 애플 주가도 따라 올라가기 때문에 투자자에게도 아이폰 판매 실적은 여전히 중요한 요소다.
매번 ‘혁신이 없다’는 비판 속에서도 아이폰은 새로운 모델이 출시될 때마다 흥행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2021년 2분기 아이폰 매출은 총 390억57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9.8% 증가했다. 2020년 10월 출시된 아이폰12는 이듬해 2분기까지 누적 판매량 1억3000만 대를 돌파했다. 역대 최고 판매량을 기록한 아이폰6 시리즈를 뛰어넘는 수치다.
2021년 9월 17일 사전예약을 시작한 아이폰13 역시 출시되자마자 흥행에 성공했다. 아이폰13의 출시 첫날 사전예약 대기일수는 13일로 전작 대비 3일 늘어났다. 사전예약 첫 주의 평균 대기일수 역시 9일에서 15일로 늘었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큰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 매출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2분기 중국 매출은 148억달러로 전년 대비 58% 늘었다. 아이폰의 중국 매출 비중은 18%에 달한다. 미·중 무역분쟁 이후 2019년부터 화웨이 스마트폰의 경쟁력이 약화된 반사이익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중국 시장의 화웨이 고가 스마트폰 점유율이 애플로 옮겨간 것이다.
신제품 아이폰13 역시 중국 시장에서 흥행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에서만 사전예약 첫날 500만 대 이상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애플 중국 온라인 스토어에서 받은 선주문은 포함되지 않은 수치다. 역대급 흥행을 기록한 아이폰12의 강점을 극대화하고 가격은 낮춘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애플은 지금까지 아이폰 신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가격을 올리는 고가 전략을 고수해왔지만 이번엔 중국 판매 가격을 전작 대비 300~800위안(약 5만~14만원)가량 낮췄다. 화웨이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중국 브랜드와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5G 스마트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내놓은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2021년 9월 보고서에서 연간 아이폰 생산량이 전년 대비 15.6% 증가한 2억295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 중 아이폰13이 차지하는 비중은 37~39%로 예상했다. 2021년에만 아이폰13이 8500만~8900만 대가량 생산된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출시 7개월 만에 1억 대가 팔린 아이폰12의 기록을 아이폰13가 깰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AR 기기 대중화 이끈다
애플의 미래 주가 동력 중 하나는 AR 기기다. 메타버스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이을 차세대 정보기술(IT)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 중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페이스북 텐센트 등 다섯 곳이 이미 참전을 선언했다. 애플은 메타버스 밸류체인 내 대표적인 하드웨어 수혜주로 꼽힌다. AR 기술을 도입한 AR헤드셋, AR글래스를 통해 AR 기기의 대중화를 이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스마트폰과 에어팟, 애플워치가 그랬던 것처럼 완성도 높은 제품을 내놓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애플이 내놓을 AR글래스는 단순한 AR 디스플레이가 아니다. 업계에서는 애플 AR글래스에 애플이 자체 개발한 시스템 온 칩(SoC)인 M1 프로세서, 라이다(가상의 물체를 사용자 주변 실제 세계에 투영하는 기능) 기술이 포함된 12개의 카메라 센서, 8K 디스플레이, 시선 추적 기능 등 첨단 기술이 적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안경을 쓰는 것만으로 눈앞에 홀로그램을 띄워 영화를 보거나 화상회의를 하고,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목적지까지 도달하는 최적의 길도 알려준다.
2025년까지 AR 기술이 창출할 수 있는 시장 규모는 약 800억달러로 추정된다. 이 중 하드웨어는 450억달러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2020년 기업들의 AR 관련 지출은 188억달러였다. 2023년까지 관련 지출이 연평균 77% 성장할 것으로 IDC는 예상했다. NH투자증권은 애플이 AR글래스로 창출할 수 있는 매출 규모를 110억달러로 예상했다. 애플 앱스토어에서 AR 관련 앱이 창출하고 있는 매출(10억달러)의 10배다. AR 사업이 향후 애플 주가 상승의 핵심 재료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반독점 규제는 변수
애플 주가에 악재로 작용할 변수로 등장한 건 반독점 규제의 칼날이다. 애플은 2011년부터 모든 콘텐츠에 인앱결제를 강제하고 있다. iOS에 입점한 앱이 디지털 상품·서비스를 판매할 때 애플이 개발한 결제 시스템만 사용하도록 강제한 것이다. 애플은 결제액의 최대 30%를 수수료로 받아간다. 유료 앱 시장 점유율이 60% 이상인 애플은 인앱 결제를 통해 연간 20조원 넘는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는 시장 지배적 지위를 이용한 ‘갑질’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2021년 9월 10일 미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연방법원은 게임 포트나이트 개발사 에픽게임즈가 애플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90일 안에 외부결제를 허용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앱 개발사들은 자체 결제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게 됐다. 애플의 인앱결제 매출도 타격을 입게 됐다.
이 소송의 가장 큰 쟁점이었던 “애플의 앱스토어 운영방식이 반독점법 위반”이라는 에픽게임즈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를 두고 워싱턴포스트는 “애플의 거대한 승리”라고 평가했지만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 이 판결을 맡은 이본 곤잘레스 로저스 판사는 “애플이 독점기업이라고 결론 내릴 수 없지만 이 같은 판단이 불가능하다고 보진 않는다”며 “에픽이 애플이 독점기업임을 입증하는 데 실패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애플의 반독점법 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이 뒤집힐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것이다.
미 정치권에서는 애플, 구글 등 플랫폼 기업을 겨냥한 반독점법 입법도 추진되고 있다. 미 하원 법제사법위원회는 6월 반독점 패키지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패키지는 △플랫폼의 자사 제품 우대 및 차별적 취급 등 금지법 △잠재적 경쟁자 인수합병(M&A) 규제법 △플랫폼 사업자의 자사 제품 판매 제한법 △소셜미디어 이용자의 데이터 권익 보호법 등으로 구성됐다. 이 법안대로라면 페이스북의 인스타그램 인수 같은 M&A는 더 이상 나올 수 없다.
미국 행정부 역시 플랫폼 업체를 대상으로 규제의 칼을 갈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법무부 반독점국 국장으로 ‘구글의 적’이라 불리는 조너선 캔터 변호사를 지명했다. 반독점 규제를 강하게 주장해온 인물이다. 한국 공정거래위원회 역할을 하는 연방거래위원회 수장으로는 리나 칸 컬럼비아대 로스쿨 교수를 임명했다. 그는 플랫폼 기업의 독점적 지배력을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미 정부가 애플을 비롯한 플랫폼 기업에 ‘독점 프레임’을 씌우는 데 성공하면 애플의 주가 하락은 불가피하다.
심성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