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아해운이 보유한 컨테이너선이 화물을 가득 싣고 항해하고 있다. /사진=흥아해운
흥아해운이 보유한 컨테이너선이 화물을 가득 싣고 항해하고 있다. /사진=흥아해운
수출 중소기업의 85.1%가 해운업계의 폭넓은 담합(공동행위)을 인정하는 내용의 해운업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해운 운임이 더 오르고 담합에 따른 분쟁시 구제할 방법이 없을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수출입 중소기업 174곳을 대상으로 긴급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6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해운사의 공동행위에 대한 공정거래법 전면 배제를 골자로 하는 '해운법 일부개정법률안(위성곤 의원 대표발의)'에 대한 중소기업계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진행됐다. 해운법 개정안 관련, ‘개정안 반대(현행 유지)’로 응답한 기업은 85.1%에 달했으며, ‘개정안 찬성’으로 응답한 기업은 14.9%에 불과했다.

개정안 통과 시 예상되는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부당 공동행위로 인한 운임 상승(46.0%)’이 꼽혔다. 현 해운 운임도 역사적으로 높은 상태인데, 담합까지 광범위하게 허용하면 화주의 불이익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실제 중기중앙회가 최근 수출입 중소기업의 물류 애로사항을 조사한 결과 '해운운임 상승'이 가장 많은 65.4%를 차지했고 '선복(선박의 화물적재공간) 부족'도 33.1%로 높게 나타났다. 개정안 통과에 따른 또 다른 문제점으론 ‘향후 부당행위로 인한 분쟁 발생 시 구제받을 방법이 없음'이 39.7%를 차지했고 ‘물류 운임 불안정성 확대로 수출입 감소'도 14.4%로 조사됐다.

선사로 받은 부당한 대우에 대한 조사에선 "갑작스런 운임인상 통보", "공표된 운임보다 더 높은 운임 징수", "선적 거부", "운송서 발생한 분쟁 해결에 비협조" 등의 의견이 나왔다. 현재 해운 물류 관련 애로에 대해선 "운임이 너무 올랐다", "배편 잡기가 어렵다", "중국, 유럽쪽 운송비가 지나치게 인상됐다", "부도 통관비용이 비싸다" 등 답변도 나왔다.

김태환 중기중앙회 국제통상부장은 "현행 해운법에선 선사가 운임을 결정할때 화주와 협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화주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 "중소화주 대부분은 화물적재를 위한 협상력이 부족해 부당한 공동행위가 발생하면 대응이 어렵다"며 "갑작스러운 운임 인상 등 부당한 요구를 받더라도 선적거부 등 보복조치가 두려워 신고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그는 "화주 의견이 실질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해운법 개정안에 화주단체와 선사간 협의 내용을 구체화해 담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해운협회 관계자는 "해운사간 공동행위를 어느정도 인정해야 중소선사가 존재할 수 있고, 운임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며 "유럽연합(EU)에서도 과거 선사간 담합을 강력하게 금지했더니 결국 대형 선사만 살아남아 결과적으로 운임이 크게 올랐다"고 설명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