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여성이 도시의 거리를 걸어간다. 세련된 차림의 그들은 어딘가를 가리키며 얘기하고 있다. 나부끼는 흰 머플러가 인물의 역동성을 돋보이게 한다.

여성들의 맞은편엔 두 남성이 마주보고 있다. 오른쪽 남성은 잔뜩 화난 얼굴로 교통경찰에게 무언가 말하고 있다. 두 여성과 두 남성 그리고 기울어진 앵글이 미묘한 대비를 이룬 이 장면은 재일 사진가 서영일이 일본 도쿄 긴자에서 찍은 작품으로, ‘스트리트 스냅 도쿄 1997-2003’ 연작의 하나다. 활기찬 젊은 여성들과 불편한 상황의 남성들 모습이 교차된 순간이 일본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듯하다.

길에서 만나는 피사체를 순간 포착하는 ‘스트리트포토그래피’는 우연성에 의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촬영자의 내면에 쌓인 미적 감각, 가치관, 성향 등에 좌우된다. 도쿄 사람들을 담은 서씨의 연작을 들여다보면 일본인들의 희로애락과 시대의 이야기를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작가는 생동감 넘치는 여성들의 모습을 통해 일본 사회의 희망적 변화를 담아내려 했다. (갤러리 아원 자료제공)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