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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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대 은행 JP모간체이스(JPM)에는 ‘와츠 넥스트(What’s next)?’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매번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며 성장해왔는데, 더 보여줄 게 있냐는 것이다. 실력은 실적으로 증명된다. 성장이 정체된 다른 은행주와 달리 실적과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은행주로선 불가능하다는 것을 해냈다는 평가다.

◆10년간 450% 오른 주가
JP모간체이스 주가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꾸준히 우상향하고 있다. 지난 10년(2011년 9월 30일~2021년 10월 5일)간 상승률이 450%에 달한다. 연초 이후에는 34% 오르며 최고가(6월 4일 166.44달러)를 경신했다. 최근 1년을 놓고 봐도 주가는 72% 올랐다. 박스권에 정체된 다른 금융주와 대비된다. 미국 2위 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는 2008년 금융위기 직전 주가를 아직도 회복하지 못했다. 3위인 씨티그룹은 금융위기 전 주가가 500달러를 넘었지만 현재는 70달러에서 거래되고 있다. 4위 웰스파고는 코로나19 전 고점도 넘지 못하고 있다.
“금융주 상승률이 450%”...넘사벽 경쟁력 JP모간체이스
우상향의 비결은 실적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21년 JP모간체이스는 순이익으로 399억9100만달러(약 47조원)를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전년 대비 37% 증가한 규모다. 10년 전인 2011년(189억7600만달러)과 비교하면 두배 넘게 커졌다.

벌어들이는 이익은 주주들에게 분배한다. 2021년 1분기부터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는데, 그 규모가 300억달러에 달한다. 2021년 벌어들인 순이익의 75%에 해당한다. 배당금도 꾸준히 늘리고 있다. 2018년 주당 2.48달러였던 배당금은 2019년 3.3달러, 2020년에는 3.6달러로 증가했다.

◆“넘볼 수 없는 경쟁력”
JP모간체이스는 다른 은행들이 범접할 수 없는 절대우위를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업부문이 크게 상업은행, 투자은행, 신용카드, 리테일은행, 자산운용으로 나뉘는데, 전 사업부가 독보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은행과 신용카드는 미국 1위이고, 투자은행도 세계적인 플레이어로 인정받고 있다.

리서치업체 모닝스타는 “규모 확대, 사업 다각화, 리스크 관리 등 3박자를 갖추는 것은 단순해 보이지만, 이런 전략으로 성공을 거둔 기업은 JP모간체이스가 거의 유일하다”고 평가했다. 사업부 간 시너지와 규모의 경제가 발생하면서 경쟁자들이 JP모간체이스를 따라잡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사진=JP모간체이스 제공
사진=JP모간체이스 제공
JP모간체이스 성공의 중심에는 뛰어난 경영자가 있다. JP모간체이스는 1996년 체이스맨해튼뱅크, JP모간 등 대형 은행들의 합병으로 탄생했다. 하지만 회사가 성장 궤도에 올라선 것은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가 수장을 맡은 2005년부터다. 그가 CEO를 맡은 2005년 JP모간체이스의 미국 은행 순위는 3위였다.

JP모간체이스가 1위로 도약한 것은 2008년이다. 1주일에 100번 이상 ‘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할 정도로 리스크 관리를 중요시하는 다이먼은 2006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발 금융위기를 예견했다.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다이먼은 매물로 나온 은행들을 차례대로 인수하며 미국 금융 네트워크를 장악했다.

2021년 6월 JP모간체이스 이사회는 다이먼에게 150만 주의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안건을 승인했다. 현재 가치로 5000만달러(약 576억원)에 달한다. 스톡옵션 행사 가능 기간인 2026년까지 CEO를 맡아달라는 이사회 뜻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다이먼은 2020년 3월 응급 심장수술을 받았지만 한 달 후 경영에 복귀했다.
“금융주 상승률이 450%”...넘사벽 경쟁력 JP모간체이스
◆오프라인 지점 확대 이유?

2018년 JP모간체이스는 향후 5년간 오프라인 지점을 400개 확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국 지역에서 빈틈없이 지점을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오프라인 지점을 줄여나가는 여타 은행들과 정반대 행보다. 이미 미국 전역에 5000개가 넘는 JP모간체이스 지점이 있다는 점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조치란 평가도 나왔다.

현재 목표치의 절반인 200여 개 매장을 개점한 상황에서 전략은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JP모간체이스가 신규로 오픈한 보스턴, 워싱턴DC, 필라델피아 지점은 지점별로 1조~2조원의 예탁금을 확보했다. 지점별 예탁금 연평균 증가율은 100% 수준이고, 일부 지점은 2000% 가까운 성장률을 기록했다.

핀테크 분야에서는 ‘패스트 팔로어(재빠른 추격자)’ 전략을 취하고 있다. 소상공인 대상 온라인 결제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이 시장을 개척한 것은 트위터 창업자 잭 도시가 설립한 스퀘어다. 하지만 2020년 10월 JP모간체이스는 자사 모바일 앱을 통해 가맹점(판매자)이 온라인 결제를 할 수 있는 ‘퀵어셉트(QuickAccept)’ 서비스를 출시했다.

출시는 늦었지만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웠다. 스퀘어는 결제 당일 자금을 계좌로 입금받으려면 1.5%의 수수료가 발생한다. 하지만 퀵어셉트는 수수료 없이 결제대금을 판매자에게 당일 입금한다. 미국 경제 매체 포브스는 “수수료를 아끼려는 수많은 소상공인이 JP모간체이스로 결제 서비스를 이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의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