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저지주 머크 사옥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뉴저지주 머크 사옥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면역관문억제제 시장 1위 제품은 MSD(머크·티커 MRK)의 키트루다다. 키트루다는 암 환자들의 생존율을 높인 것은 물론 MSD의 운명도 바꿨다. '블록버스터 신약' 키트루다는 MSD에 고민거리도 안겼다. 매출이 늘면서 제품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2028년께 특허 만료가 예상되는 것도 MSD엔 부담이다. 이런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해 MSD가 인수합병(M&A)에 나섰다. 미 제약사 엑셀레론을 115억달러(13조6800억원)에 인수키로 한 것이 첫 움직임이다.

롭 데이비스 MSD 최고경영자(CEO)는 "엑셀레론 인수가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는데 기여할 것"이라며 "특허절벽과 싸우는데 도움이 될 다른 타깃을 찾고 있다"고 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적극적 M&A를 통해 키트루다 특허절벽을 깨겠다는 의미다.

앞서 데이비스 CEO는 기업의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것을 감수하고라도 파이프라인 확보를 위해 비용을 지출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파이프라인을 늘리기 위한) 화력, 능력, 집중력은 물론 긴급성도 갖고 있다"며 "10년 간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어갈 수 있도록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기 위한 첫 단계"라고 했다. 그는 "대차대조표에 연연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임상시험에 들어간 초기 신약 후보물질 8개 중 실제 승인 받아 시장에 판매되는 제품은 한개 정도다. 신약을 출시하기까지 26억달러를 투입해 10년 정도 기다려야 한다. 키트루다 특허 만료가 예상되는 2028년까지 남은 시간은 7년. MSD의 대응 속도가 빨라지는 이유다.

MSD의 지난해 매출 480억달러 중 키트루다가 차지하는 비율은 3분의1 정도다. 2028년께 MSD 전체 매출의 절반을 키트루다가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허가 만료되면 이런 매출 규모는 급격히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캐나다 바이오기업 플랜트폼과 뉴클론파마슈티컬은 브라질 인도 등의 파트너사와 함께 키트루다의 바이오시밀러 출시 준비에 들어갔다.

다만 실제 특허 만료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업계서는 평가한다. 다른 약물과 키트루다를 결합해 특허를 연장하려는 시도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어서다. 비영리단체 '의료 접근권을 위한 이니셔티브(I-MAK)'에 따르면 MSD는 키트루다 관련 특허를 129개 출원했다. 이를 통해 특허 독점권을 2036년 이후까지 연장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8년 간 키트루다 처방으로 미국 의료 시스템에서 지출할 비용은 1370억달러로 예상된다.

이런 전망에도 여전히 투자자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달 모건스탠리는 MSD 목표 주가를 90달러에서 85달러로 낮췄다.

MSD는 코로나19 치료제, 엑셀레론 인수 등을 통해 파이프라인을 확대할 방침이다. 지난 1일 먹는 항바이러스제 몰누피라비르 임상 결과를 공개한 뒤 주가는 9% 상승했다. 투자은행인 SVB리린크는 2025년말까지 몰누피라비르 누적 매출이 12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에 인수 계획을 발표한 엑셀레론은 폐동맥고혈압 치료제 후보물질인 소타터셉트를 개발하고 있다. 2024~2025년께 정식 허가를 받아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MSD가 적극적 M&A 전략을 펼치겠다고 선언하면서 시장에선 후보군을 추리는 작업이 한창이다. 생명공학회사인 미라티 테라퓨틱스가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기업가치는 80억 달러로 폐암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암 치료를 위한 메신저리보핵산(mRNA) 치료제를 개발하는 스트랜드테라퓨틱스도 후보군이다. mRNA를 활용해 낭포성 섬유증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아크튜러스테라퓨틱스도 언급됐다.

초기 후보물질을 보유한 기업을 인수하면 개발 성공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수익을 빠르게 올릴 수 있는 덩치 큰 바이오 기업 인수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MSD가 바이오젠 인수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한다. 올해 6월 알츠하이머치료제 애듀헬름을 내놓은 바이오젠은 시가총액만 410억달러에 이른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