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2위 부동산개발업체 헝다그룹이 파산 위기에 몰리면서 주가가 폭락하자 대규모 손실을 본 헝다의 2대주주 화런부동산이 자진 상장폐지를 추진하고 나섰다. 화런부동산의 주가도 연초 대비 반토막난 상태다.

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화런부동산(종목코드 00127)은 전날 홍콩거래소 공시를 통해 최대주주인 솔라브라이트 등이 주당 4홍콩달러에 주식을 공개매수한다고 밝혔다. 홍콩거래소는 앞서 지난달 29일 화런부동산의 요청에 따라 주식 거래를 중단시켰다. 중단 직전인 28일 주가는 2.18홍콩달러로, 공개매수 가격인 4홍콩달러는 이보다 83% 높다.

화런부동산의 28일 주가는 연초 대비 42% 떨어졌다. 29일 거래 정지 직전 주가는 33%가량 뛴 2.9홍콩달러였다.

화런부동산의 최대주주 측은 이미 화런부동산 지분 78.6%를 확보하고 있다. 이들은 이번 공개매수에 총 19억767만홍콩달러(약 2900억원)를 투입할 계획이다. 주당 4홍콩달러 기준 화런부동산의 시가총액은 76억3000만홍콩달러(약 1조6500억원)다.

솔라브라이트와 화런부동산 등의 기업들은 홍콩의 억만장자 조셉 라우(류루안숑·劉鑾雄)가 보유하고 있다. 라우는 가업인 선풍기 제조업체 솔라브라이트를 지주회사로 놓고 화런부동산과 각종 투자 사업을 벌여 왔다. 포브스에 따르면 9월말 기준 그의 자산은 133억달러(약 16조원)에 이른다.

조셉 라우는 헝다그룹의 창업자인 쉬자인 회장과 친분이 깊은 사람들로 구성된 '포커 그룹'의 일원이며, 이를 기반으로 헝다그룹에도 지속적으로 투자해 왔다. 하지만 최근 헝다그룹 부도 가능성이 고조되면서 헝다그룹 주식들을 손실을 보면서 처분하고 있다.

화런부동산은 지난 8월30일과 9월21일 사이에 헝다그룹 주식 1억890만주를 주당 평균 2.26홍콩달러, 총 2억4650만홍콩달러에 매각했다. 화런부동산의 매입 가격보다 86% 낮은 값에 팔았기 때문에 이를 통해 확정된 손실만 13억8000만홍콩달러(약 2100억원)에 달한다. 남은 헝다그룹과 계열사 주식 주가들을 감안한 평가손실은 100억홍콩달러(약 1조5000억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헝다그룹 주식을 앞으로도 매각할 계획이며, 이에 따라 확정 손실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화런부동산의 주가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어 이번 공개매수는 화런부동산 투자자들에게 불확실성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이번 화런부동산의 자진 상폐 추진이 조셉 라우 일가와 헝다그룹 간 관계에 중대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해석하고 있다. 화런부동산은 2009년 11월 헝다그룹이 상장할 당시부터 투자자로 참여했으며 이후에도 굵직한 거래마다 참가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