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제천시 바이오밸리로 엔지켐생명과학 중앙연구소에서 연구원들이 코로나19 치료제(EC-18)를 연구하고 있다. 사진=한국경제DB
충북 제천시 바이오밸리로 엔지켐생명과학 중앙연구소에서 연구원들이 코로나19 치료제(EC-18)를 연구하고 있다. 사진=한국경제DB
엔지켐생명과학이 이르면 연내 코로나19 디옥시리보핵산(DNA) 백신의 위탁생산(CMO)에 돌입한다. 협의체(컨소시엄) 형태로 인도의 ‘자이코브디(ZyCoV-D)’를 독점 생산할 계획이다. 컨소시엄은 이달 중 가동될 것으로 보고 있다.

8일 엔지켐생명과학 관계자는 “현재 자이더스 캐딜라가 인도 정부와 백신 가격을 협의 중”이라며 “협의가 끝나는 대로 자이더스와 본계약을 맺고 컨소시엄 운영을 시작, 연내 백신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엔지켐생명과학은 인도 제약사 자이더스 캐딜라와 투자의향서(LOI)를 체결하고, 자이더스의 코로나19 DNA 백신을 독점 위탁생산하기로 협의한 상태다. 자이코브디는 세계 최초로 승인받은 DNA 기반 코로나19 백신이다. 지난 8월 인도의약품관리국(DCGI)으로부터 긴급사용승인(EUA)을 받았다.

DNA 백신은 영상 2~8℃에서 보관이 가능해 영하 20℃에서 유통·보관해야 하는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보다 사용이 편리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자이코브디는 미국의 주사 기술 개발 기업 파마제트의 고속분사 시스템 ‘트로피스’를 활용해 주사 바늘 없이도 피부 내 투여가 가능하다. 통증도 없다는 것이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예방 효능도 확인했다. 자이더스가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임상 결과에 따르면, 자이코브디는 델타 변이를 상대로 66.6%의 예방 효능을 보였다. 중등도·중증 및 사망 예방률은 100%였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엔지켐생명과학은 컨소시엄을 꾸려 자이코브디를 생산할 계획이다. 엔지켐은 신약 및 원료의약품(API) 개발에 주력해 CMO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엔지켐생명과학은 주문 접수 및 원료 수급, 최종 완제품 공급을 담당한다. 백신 원액(DS) 생산과 충전, 완제품 포장은 컨소시엄 내 다른 기업들이 맡는다. 전체 총괄은 엔지켐생명과학이 한다.

컨소시엄은 4만㎡의 우수의약품제조및 품질관리기준(cGMP) 시설, 500명 이상의 전문인력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충북 오송에 건립을 추진 중인 자체 공장이 완성되면, 이곳에서도 자이코브디를 병행 생산할 계획이다. 내년 상반기 착공을 시작해 2024년 상반기 가동하는 게 목표다. 1만7500㎡ 규모의 이 공장에서 최대 5억도즈 분량의 백신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자이코브디의 연내 미국 출시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자이더스는 이달 중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한다. 현재 자이코브디는 인도에서만 판매 승인을 받은 상태다. 긴급사용승인의 경우 통상 신청 후 결과가 나오기까지 한 달이 걸리는 점을 감안해, 이르면 연내 자이코브디의 미국 진출이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자이코브디가 미국의 관문을 넘으면 이를 발판으로 자이더스는 해외 진출에 본격 시동을 건다. 엔지켐생명과학은 국내 출시도 맡는다. 자이더스로부터 백신 후보물질을 기술이전(라이선스인)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다만 아직 논의 중이다. 엔지켐생명과학 관계자는 “국내 출시 계획에 대해서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