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절연 선언하고 '개별단체 등록' 요구하자 결정
50년 역사 홍콩중문대 학생회도 정치적 압박에 자진해산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 이후 홍콩 민주진영 시민단체와 노조들이 잇따라 자진해산한 가운데 대학 학생회마저 해산을 발표했다.

7일 홍콩프리프레스(HKFP)에 따르면 홍콩 8개 공립대학 중 하나인 홍콩중문대의 학생회(CUSU)는 이날 페이스북에 발표한 성명을 통해 자진 해산을 발표했다.

학생회는 "지난 50년간 홍콩중문대 학생회는 민주적 절차를 통해 선출된 대표들로 구성된 독립된 학생 조직이었다"며 "학생회가 이제 역사가 돼버린 것이 심히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학생회는 앞서 지난달 10일 총회에서 모든 학생 대표들이 사임하고 학생회를 해산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1971년 출범한 홍콩중문대 학생회는 50년간 학생들의 이익을 대변해왔다.

그러나 지난 2월 학교 측은 홍콩보안법에 근거해 학생회와 관계를 끊겠다고 발표하고 학생회의 교내 활동을 금지했다.

학생회가 경찰의 학생 체포를 학교 측이 도왔다고 비판하는 80쪽 분량의 성명서를 발표한 데 따른 조치였다.

지난해 12월 홍콩 경찰 내 홍콩보안법 담당부서인 국가안전처 경찰은 홍콩중문대 캠퍼스에서 평화시위를 펼친 학생과 동문 8명을 체포했다.

이후 학교 측은 학생회에 정부 산하 개별단체로 별도 등록해 스스로 법적 책임을 지라고 요구했다.

학생회는 "학교 측의 요구와 이를 따를 필요가 없다는 법률적 조언 사이에서 우리는 분열됐다"고 말했다.

홍콩의 각 대학 학생회는 2019년 6개월여 이어진 대규모 반정부 시위 당시 민주진영과 함께 정치·사회적 문제 제기의 선봉에 섰고, 이후에도 사회적으로 목소리를 내왔다.

이에 친중 진영에서는 이들 학생회가 홍콩보안법을 위반했다고 비판해왔고, 각 대학은 잇따라 학생회와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홍콩중문대가 가장 먼저 학생회와의 절연을 선언했고, 이어 지난 7월에는 홍콩대가 학생회와 관계를 끊고 학교 건물에서 학생회 사무실을 빼라고 통보했다.

두 대학을 포함해 홍콩 공립대학들은 잇따라 학생회비 수납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지난주에는 홍콩 링난대가 민주진영 단체와 관련이 있는 두 명의 겸임교수를 해임하기도 했다.

HKFP는 "홍콩중문대 학생회의 해산은 홍콩보안법 시행 이후 여러 시민단체가 작금의 정치 환경에서 전진할 방법을 찾는 게 불가능하다며 해산한 데 이은 것"이라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