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얼굴 앞에서' 주연으로 홍상수 작품 첫 출연

"사실 홍상수 감독에 대해 잘 몰랐어요.

영화를 만들면 세계가 주목하는 감독이란 건 알았지만, 저는 좋아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영화를 하기로 하고 찾아보니 참 놀라운 감독이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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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영 "홍상수 감독 대본 불친절하지만 자유 느껴"
홍상수 감독의 26번째 장편 '당신얼굴 앞에서'의 주연을 맡은 배우 이혜영은 7일 해운대구 CGV 센텀점에서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으로 영화가 처음 상영된 직후 가진 관객과의 대화(GV)에서 홍 감독에 대한 인상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혜영은 "TV에 (홍 감독의) 영화가 가끔 나오는 걸 오가며 봤는데, 별로 감동이 없었다"며 "나는 판타지를 좋아하고, 비현실을 현실로 믿고 사는 사람인데, (영화가) 너무 평범하고, 현실적이고 성의도 없어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왜 좋아하게 됐지?"라고 자문한 뒤 "어느 날 홍 감독에게 일어난 어떤 사건이 있었는데, 이후 홍 감독을 다시 보게 됐다.

그전에는 2% 부족한 사람 같았는데 그 사건을 계기로 그게 채워졌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그는 홍 감독에 대한 생각이 바뀌게 된 사건이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다만 이 사건 이후 홍 감독을 매력적인 예술가라고 생각하게 됐고, 그런 사람이 함께 영화를 하자고 해서 수락했다고 했다.

사실 두 사람의 인연은 부모 세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화인이었던 홍 감독의 모친 고(故) 전옥숙씨는 이혜영의 부친인 고(故) 이만희 감독의 작품 제작에 참여한 인물이다.

홍 감독과 이혜영이 처음 만난 것도 2015년 세상을 떠난 전씨의 빈소에서다.

이혜영 "홍상수 감독 대본 불친절하지만 자유 느껴"
이혜영은 "홍 감독의 대본을 처음에 받고 깜짝 놀랐다.

안톤 체호프가 생각났다"며 "어떤 연기를 하라 이런 게 하나도 없는데, 순서대로 촬영하면서 감정이 쌓이면서 연기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본이 매우 불친절해요.

그런데 그날그날 대본을 받고, 영화를 찍으면서 자유롭다고 생각했어요.

그건 억압에서 벗어난 자유도 아니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자유도 아니에요.

보호받지 못한다는 반대말도 아니고요.

내일 촬영을 염려하고, 화장은 잘됐는지 걱정하고 고민이 생겨나는데 감독님은 뭐가 남아야 하는지만 봐요.

없애도 되는 것들을 착착 지워가죠. (대본에) 대사와 배우만 남는데, 거기서 저는 자유를 느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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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얼굴 앞에서'는 배우로 활동하다 미국으로 훌쩍 떠난 상옥(이혜영)이 한국으로 돌아와 한동안 연락이 끊겼던 동생 정옥(조윤희) 집에서 지내는 일상을 그린다.

상옥이 영화감독 재원(권해효)을 만나 작업을 같이하자는 제안을 받기까지 하루 사이 벌어진 일들을 담았다.

이혜영의 상대역으로 출연한 권해효는 홍 감독의 작품에 여러 번 참여했지만, 이번 영화만큼은 이혜영과 다시 호흡을 맞출 수 있어 특별하다고 했다.

그의 스크린 데뷔작인 이장호 감독의 '명자 아끼고 쏘냐'(1992)에서 이혜영은 여주인공으로, 그는 조연으로 출연했다.

권해효는 "20대 시절 (이혜영과) 처음 만났다가 29년 만에 이 영화를 통해 다시 같이 연기하게 됐다"며 "홍 감독의 작품이기 이전에 나에게는 팬심이자, 그리워하던 사람과 함께 한 것이어서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영화는 오는 21일 정식 개봉하며,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는 두 번 상영을 남겨두고 있다.

이혜영 "홍상수 감독 대본 불친절하지만 자유 느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