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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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바이오 계열사 출신 인력들이 제약바이오 최고경영자(CEO)로 속속 변신하고 있다. 유망 바이오벤처에 합류하는 젊은 직원도 늘고 있다. 과거 LG화학과 한미약품이 도맡다시피 한 ‘바이오 인재 양성소’ 역할에 변화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국내 산업계에 삼성그룹 제조 계열사 출신이 퍼져 있는 것처럼 제약바이오업계에도 이런 현상이 빠르게 확산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 출신 바이오벤처 속속 설립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에피스 개발본부장을 지낸 최창훈 전 부사장이 최근 메신저 리보핵산(mRNA) 기반의 항체 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벤처 드노보바이오테라퓨틱스를 설립했다. 최 전 부사장은 지난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퇴직했다. 회사를 차린 지 한 달여 만에 펀딩(투자금 모집)에 성공했고 현재 전문인력을 뽑고 있다. 최 전 부사장은 “항체 신약 분야에서 쌓은 경험과 전문성을 바이오벤처에서 발휘해볼 생각”이라고 했다.
LG서 삼성으로…'바이오 등용문' 바통터치
임상전문가인 김종란 전 삼성바이오에피스 상무도 이그나이트클리닉컬디밸롭먼트라는 임상 컨설팅 회사를 설립했다. 김 전 상무는 삼성바이오에피스 임상팀에서 근무했으며 현재 큐로셀 비상근 부사장을 맡고 있다. 항체치료제 개발 바이오벤처인 니오테스바이오도 삼성 출신들이 작년에 세운 회사다. 삼성종합기술원에서 바이오 신약 개발을 담당했던 김용인 대표와 웰에이징센터장(부사장)을 지낸 박상철 고문이 공동 창업자다. 니오테스바이오는 고형암과 노인성 황반변성 파이프라인(후보물질)으로 동물실험을 하고 있다. 면역진단 업체인 프리시젼바이오의 김한신 대표도 삼성바이오에피스 출신이다. 김 대표와 함께하는 박종면 최고기술책임자(CTO)와 이승훈 최고재무책임자(CFO) 모두 삼성 출신이다. 김철 프로지니어 사장은 삼성바이오에피스 창립 초기 멤버로, 임상의학본부장(전무)를 지냈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역시 지난 4월 최고의학책임자(CMO)로 삼성바이오에피스 근무 경험이 있는 이상윤 전 인터파크바이오컨버전스 연구소장을 영입했다. 에이프로젠은 삼성 출신을 임상개발본부장으로 선임했다. 롯데그룹은 신사업으로 낙점한 바이오사업을 이끌 적임자로 삼성바이오로직스 출신을 임원급으로 영입했다.

젊은 직원 이동도 활발

젊은 직원들의 바이오벤처 이동도 눈에 띈다. 마이크로바이옴으로 면역항암제를 개발하는 지놈앤컴퍼니의 사업개발(BD) 부문에만 삼성바이오에피스 출신이 3명이다. 파이프라인 기술이전 전략 등 핵심 업무를 맡고 있다. 이 밖에 티움바이오 등 유망 바이오벤처에도 삼성 출신이 포진해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LG화학과 한미약품 출신이 바이오벤처에서 각광받았다면 최근에는 젊은 직원들을 중심으로 삼성 출신의 몸값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 출신들이 투자업계로 이동해 주목받기도 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삼성바이오에피스에서 근무하던 박사급 인력을 투자은행(IB) 부문 바이오산업 분석 인력으로 영입했고, 제약바이오 담당 애널리스트도 삼성 출신을 뽑았다.

바이오업계 인력 이동 더 활발해질 듯

제약바이오업계는 삼성 출신의 업계 진출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출범 10년도 안 돼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파이프라인을 10개 확보하고, 세계 최대 위탁생산(CMO) 업체로 부상한 ‘삼성바이오 DNA’를 활용하려는 수요가 꾸준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주요 대기업 곳곳에 삼성 출신이 있는 것처럼 바이오업계에도 삼성 출신을 중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