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月 200만원 쓰는 조기은퇴, 얼마나 모아야 할까
파이어족을 꿈꾸는 직장인이 많다. 파이어족이란 경제적 자유(Financial Independence)와 조기 은퇴(Retire Early)의 앞글자를 딴 ‘파이어 운동(Fire Movement)’을 실천하는 사람들을 뜻한다. 월급에 매여 살지 않을 만큼의 경제적 독립을 이룬 뒤 직장에서 일찌감치 은퇴해 제2의 삶을 산다는 아이디어다.

《대한민국 파이어족 시나리오》의 저자는 삼성전자를 거쳐 구글에 다니는 직장인이다. 남들이 선망하는 직장에 다녔지만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일상의 행복과 건강은 요원했다. ‘신의 직장’도 결국 직장일 뿐이라는 결론을 내린 저자는 파이어족이 되기로 결심했다. 한국 최대 파이어족 카페 운영진이 된 그는 이미 파이어를 이룬 사람들을 인터뷰하며 ‘파이어 성공 비법’을 파헤친다.

건물주나 금수저만이 경제적 자유를 얻는 것이 아니라고 저자는 단언한다. 파이어족 대부분은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투자 수익과 소극적 소득으로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이다. 소극적 소득이란 출판 저작권료와 같이 자동으로 내 통장에 입금되는 돈이다. 부동산 투자에 성공해 갑작스럽게 자산을 늘린 사람도 많지만, 투자 대박 없이 저축을 통해 자산을 축적하고 부업으로 자산과 소득을 늘린 사람도 있다.

얼마 정도 모으면 파이어족이 될 수 있을까. 저자는 ‘4%룰’을 적용한다. 연간 생활비를 전체 은퇴 자금의 4% 이하로만 쓴다면 이 은퇴 자금은 영원히 손실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4%룰이다. 따라서 1인당 월 200만원, 연간 2400만원이 필요한 사람은 6억원이면 경제적 자유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파이어족이 되는 과정은 부자가 되는 과정과 비슷해 보이지만 최종 지향점은 분명히 다르다고 저자는 말한다. 부자는 더 큰 부자가 되기를 갈망하지만 파이어족은 자신에게 맞는 수준의 부에 만족하는 사람들이다. 파이어족이 되려면 더 큰 부자가 되기 위해 인생을 낭비하지 않고 욕망을 과감히 포기하는 용기도 필요하다는 얘기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