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中 스파이가 美 AI기술을 훔치고 있다"
“미국은 인공지능(AI) 시대를 주도하거나 경쟁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

지난 3월 미국 인공지능국가안보위원회(NSCAI)가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의 진단이다. NSCAI는 에릭 슈밋 전 구글 회장이 위원장을 맡고 샤프라 캣츠 오라클 최고경영자(CEO), 에릭 호로비츠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과학책임자(CSO), 앤디 제시 아마존 CEO 등이 참여한 위원회로, 미국 정부의 AI 전략을 탐색했다.

《백악관 AI 리포트》는 이 보고서를 번역·편집한 책이다. 총 756쪽의 보고서 가운데 중복된 부분과 전문적인 군사 분야 내용을 빼고 약 300쪽 분량으로 추렸다. NSCAI가 2018년 의회 산하 기구로 설치된 건 그만큼 AI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AI는 인류를 이롭게 하는 데 활용되지만 경제와 국가안보에도 간과할 수 없는 요소가 되고 있다.

보고서는 백악관이 나서서 AI 전략을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턱없이 부족한 AI 인재 확보를 위해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교육을 대대적으로 확충하고, 고도로 숙련된 이민자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제안한다.

중국과의 경쟁에서 어떻게 승리할 수 있느냐도 중요하게 다뤄진다. 중국으로의 기술 유출을 막고, 필요하다면 일본 네덜란드 등 동맹국과 협의해 반도체 제조 장비 등의 중국 수출을 통제해야 한다고 했다. 보고서는 “중국인민해방군 엘리트들이 연구원으로 가장해 미국의 기술을 훔치고 있다”며 “이들에 대한 비자 심사를 강화해 유입을 걸러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위원회는 또 “지금은 국가 정책에 대한 추상적인 비판이나 적자 지출을 걱정할 때가 아니다”며 “1956년 재정적으로 보수적인 공화당의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주 경계 간 연결 고속도로 건설에 100억달러(현재 가치로 약 960억달러)를 투입했듯 AI에도 그와 같은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