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에 이사가 예정돼 있는데 제 전세자금대출엔 이상이 없나요?”

7일 서울 신한은행 한 지점에는 오전부터 이런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이 지점 창구에는 평소 대비 두 배 이상 많은 대기 손님이 몰렸고, 신한은행과 거래가 없던 금융 소비자들의 대출 상담도 크게 늘었다.

농협은행을 시작으로 국민·하나·우리은행까지 대출 문턱을 높이자 신한은행 지점으로 대출 수요가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신한은행은 가계대출 총량 규제 이후 비교적 엄격하게 대출을 관리해와 다른 은행 대비 여유가 있는 편이었지만, 다른 은행의 가계대출 수요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처지가 돼 긴장하고 있다. 이사철을 맞아 서울 강동구와 양천구 등 ‘베드타운’에 있는 신한은행 지점들엔 대출 상담이 평소의 두 배 이상인 지점당 20~30건씩 몰렸고, ‘신한은행도 타행처럼 대출 문턱을 높이느냐’는 문의도 적지 않았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의 전년 대비 가계대출 증가율은 이달 초 5%를 넘어섰다. 우리은행도 4%를 웃돌고 있다. 농협은행은 일찌감치 7%를 넘어 신규 가계대출을 사실상 중단했다.

신한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6일 기준 130조2413억원으로 지난 연말 대비 3.15% 증가했다. 당국의 목표치(6%)엔 아직 여유가 있지만 최근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국민·우리은행이 ‘월별·지점별 총량’을 제한하면서 신한은행의 걱정은 더 커졌다. 다른 은행에서 막힌 대출 수요가 신한은행으로 몰리는 ‘풍선효과’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5대 은행에선 연말까지 단 2조5000억원의 대출 여력이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연초 대비 9월 말까지 5대 은행에서 불어난 가계대출 잔액 32조7339억원의 7.64%로 가계 자금 수요를 충족하기엔 턱없이 모자라는 수준이다. 은행의 고위 관계자는 “5대 은행 모두가 총량규제 한도까지 차오르면 다음달부터 은행의 가계 유동성 공급이 끊어지는 사태가 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박진우/빈난새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