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실태조사
"서울대 생협 노동자 80% 근골격계 질환…인력 부족"
서울대 생활협동조합(생협) 단체급식실 노동자 10명 중 8명이 근골격계 질환을 호소하는 등 노동 환경이 열악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지난 4∼6월 진행한 생협 단체급식 조리실 노동 환경 및 건강 영향 실태조사 결과를 8일 발표했다.

설문조사는 노동자 84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이 가운데 여성이 76.2%였고, 연령대는 50대가 65.9%로 가장 많았다.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81.0%가 신체 부위별 근골격계 증상을 호소했다.

통증 빈도가 월 1회 이상이거나 통증 기간이 1주일 이상 지속된 경우로, 이는 미국 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원(NIOSH)이 규정하는 근골격계 증상 기준이다.

또 응답자의 91.5%는 '거의 항상 서 있는 자세를 취한다'고 답했고, 83.0%는 '소음에 거의 항상 또는 자주 노출된다'고 했다.

최근 1년간 근무 중 사고로 병원 치료를 받은 응답자는 26.9%였으며, 이 가운데 75%는 본인이 비용을 부담한다고 했다.

특히 근골격계 질환으로 치료받은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74.4%였고, 이 중 98.4%는 치료비를 본인이 냈다.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해 중요한 과제(복수 응답)로는 '인력 충원'(33.3%)이 가장 많이 꼽혔다.

심층 면접에 응한 노동자 8명도 가장 피로를 크게 느끼는 요인으로 인력 부족을 지목했다.

연구소는 "최근 생협 측이 계약직으로 채용돼 2년간 근무한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아 이들이 퇴사하면서 인력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며 "신규 노동자가 들어와도 충분히 교육할 시간을 확보하지 못해 적응이 어렵고 금세 그만두게 돼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대 학생회관 식당 등 생협 식당 4곳에서 진행된 현장 조사 결과, 전 처리와 조리·청소·배식·세척 등 업무가 동시에 이뤄졌고, 일부 식당은 노동자 간 업무 분장이 없었다.

또 식당이 지하에 있거나 환기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초미세먼지 등 유해 물질에 노출될 위험이 컸고, 세제 등 유해화학물질에 대비한 보호구가 지급되지 않기도 했다.

연구소는 "부족한 인력을 충원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며 "근골격계 부담을 가져오는 중량물 무게를 줄이고 노후한 급식실 노동환경 역시 현대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대 생협 노동자들은 지난 6일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하루 동안 부분 파업을 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