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제약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구용 항바이러스제의 임상 시험 참여 자격으로 '성관계 금지'를 내걸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약은 머크사가 미 식품의약청(FDA)에 긴급사용 승인을 신청한 '몰누피라비르'다.

블룸버그 통신의 5일(현지시간) 미국 국립보건원(NIH) 임상시험 정보를 공개했다. 지난 1일 공개된 보고서에서 머크사는 임상 시험에 참여한 남성의 경우 약 투여 기관과 마지막 투여 뒤 최소 4일간 '금욕적인 생활 유지와 피임을 하는 것에 동의해야 한다'는 주의사항을 명시했다. 여성은 '임신이나 모유 수유 중이 아니어야 하고, 임신했을 가능성이 없어야 한다'는 게 주의사항이었다.

머크사는 이뿐만 아니라 △신장병이 있는 일부 경우 △HIV 감염자의 경우 항바이러스요법에서 안정적인 반응을 보였을 경우 △간 경변, 말기간질환, 간세포암, B형간염·C형간염 일부 이력이 있는 경우 △5일 내 혈소판 수치가 10만/μL(마이크로리터) 이하이거나 혈소판 수혈을 받았을 경우 등의 제한사항도 제시했다.

이를 두고 사이먼 클라크 영국 리딩대 교수는 "임상 참여자들에게 성관계를 금지하거나 피임을 지시받았다는 점은 주목할 가치가 있다"며 "암 화학요법 등 일부 다른 의약품의 일상적인 관행이지만, 임신하게 되면 약물이 선천적 기형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치료에 대해서는 "환자의 50%가 중증으로 악화하는 걸 막으면 좋겠지만, 약을 먹었음에도 여전히 입원율이 높다"고 지적한 뒤 "누가 (회복과 악화 중) 어떤 쪽으로 흐를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머크사는 코로나19 경·중증 환자 중 감염된 지 5일이 지나지 않은 775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몰누피라비르를 복용하고 29일이 지난 뒤 환자 중 7.3%만이 병원에 입원했고 사망자는 없었다.

다만 부작용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 블룸버그 측은 "몰누피라비르를 복용한 참가자의 1.3%가 부작용으로 인해 치료를 중단했다"며 "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평가를 진행해야 몰누피라비르의 안전성을 적절하게 파악할 수 있다"라고 보도했다.

한편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경구용 치료제 물량 추가 확보 논의를 하고 있다"며 "물량을 최대한 확보하겠다. 예산은 국회가 도와달라"고 말했다.

정부는 경구용 치료제 구매를 위해 올해 추가경정예산으로 168억원을 배정했다. 내년도 예산안에는 194억원 등 총 362억원을 편성해 둔 상황이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bigze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