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인근 택시 승강장에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들이 줄지어 서있다. 사진=허문찬 기자
서울역 인근 택시 승강장에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들이 줄지어 서있다. 사진=허문찬 기자
뺑소니 혐의를 부인하던 60대 택시 기사가 법정에서 유죄를 선고 받았다. 블랙박스 영상에 담긴 혼잣말이 증거가 됐다.

인천지법 형사21단독 정우영 판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택시 기사 A(67·남)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고 8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1월 20일 오전 6시 48분께 인천시 부평구 한 골목길에서 택시를 몰다가 행인 B(65·여)씨를 치고 도주한 혐의로 기소됐다. B씨는 택시 앞 범퍼에 치여 쓰러졌고, 이어 택시 바퀴에 왼쪽 발이 깔려 뼈가 부러지는 등 전치 16주의 부상을 입었다.

A씨는 법정에서 "사고가 난 사실을 알지 못했다. 도주의 고의가 없었다"며 뺑소니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법원은 차량 블랙박스 영상에 담긴 A씨의 혼잣말과 충격음 등을 토대로 유죄를 인정했다.

정 판사는 "피해자가 운전자의 시야 범위에 있는 조수석 앞쪽 범퍼 부분에 치여 '욱' 소리를 내며 쓰러졌고, 피고인은 '어휴 깜짝이야'라고 혼잣말을 한 뒤 계속 택시를 운전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쓰러진 피해자 왼쪽 발을 차량으로 깔아 '쿵'하는 소리와 함께 택시가 잠시 흔들리기도 했다. 피고인이 사고를 인식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정 판사는 이어 "피고인은 피해자와 합의를 하지 못했다"면서도 "향후 피해자와 합의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기 위해 법정에서 구속하지는 않는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