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LG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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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전지 사업을 장착해 전기차 수혜주로 주목받았던 LG화학 주가가 좀처럼 오르지 못하고 있다. 지난 8월 제너럴 모터스(GM)의 쉐보레 볼트 전기차 추가 리콜 소식이 주가를 끌어내리면서 한때는 70만원을 밑돌기도 했다.

시장에선 반복된 완성차 2차전지 리콜이 고객사의 LG 배터리 품질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럼에도 증권가 눈높이는 여전하다. 지난달 증권사 1곳만이 LG화학에 대한 목표주가를 내렸지만 증권가의 평균 목표가는 100만원을 웃돌고 있기 때문이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G화학은 지난 1월14일 장중 105만원까지 치솟으면서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지 8개월 만에 연중 최저치 기준(9월3일) 33% 넘게 급락했다. GM의 리콜 이슈뿐만 아니라 폭스바겐의 전기차 ID.3의 화재,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 지연 가능성이 나오면서 주가를 끌어내렸다. 현재는 76만4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LG화학의 이같은 주가 하락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도하고 있다. 8월2일부터 이달 7일까지 외국인은 1889억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웠다. 반면 개인은 1311억원 사들이면서 외국인 매도 물량을 대부분 받아내고 있다. 기관은 500억원 매수하는데 그쳤다.

지난 8월 LG화학이 공급한 GM 볼트EV 화재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리콜 비용만 계속 늘어나자 GM과 LG화학간 파트너십이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론이 외국인들의 투심을 위축시킨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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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LG화학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GM에 리콜용 배터리 공급을 재개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가가 일부 회복세를 보였다. 하지만 GM과 LG 측은 리콜 비용 분담 비율 등을 협의 중이어서, 당초 목표로 했던 LG에너지솔루션의 3분기 상장은 물 건너간 상황이다.

지난 2분기 LG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은 2분기 볼트 EV 리콜 충당금으로 총 3256억원을 반영했다. 1차 리콜 비용 8억달러(9410억원) 중 LG전자가 2346억원, LG에너지솔루션이 910억원을 각각 반영했다. 1차 리콜 비용 중 35%인 3256억원을 LG가 충당금으로 쌓은 것으로 미루어, 2차 비용(1조1835억원)도 같은 비율로 부담하게 될 경우 LG는 4142억원을 또 쌓아야 한다.

박한샘 SK증권 연구원은 "LG화학이 중국발 카바이드 급등의 여파로 4분기 폴리염화비닐(PVC)을 중심으로 한 케미칼 스프레드 반등이 기대된다"면서도 "배터리 부문의 실적은 GM 리콜비용에 대한 반영이 가능한 점은 리스크"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LG화학에 대한 증권가가 전망은 긍정적이다.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GM 볼트EV 대량 리콜 사태에 대해선 추가 주가 하락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봤으며, LG화학의 바이오플라스틱 사업 추진과 배터리 소재 사업 확장이 주가를 끌어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목표주가와 시장가와 차이가 크다보니, 개인들은 주식을 사모으면서도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최근 한달간 한국투자증권(106만원), 이베스트투자증권(93만9000원), 현대차증권(110만원), 키움증권(110만원), SK증권(110만원) 5곳 증권사가 LG화학에 대한 목표주가를 내놨다. 이중 한국투자증권만이 목표주가를 기존 116만원에서 106만원으로 8.62% 하향 조정했으며, 나머지 증권사는 목표가를 유지했다.

5곳의 증권사들이 제시한 평균 목표주가는 105만9800원이다. 현재 주가인 76만4000원보다 39% 가량 상승여력이 있다는 진단이다.

이안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LG화학은 국내 바이오 플라스틱 사업에서 핵심적인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며 "본업인 PVC와 배터리 소재 확대를 통한 에너지솔루션과의 시너지 효과까지 의미 있는 성장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선도업체이기에 시행착오도 더 먼저 겪을 수 밖에 없다"며 "LG화학은 배터리 성장과 동행하는 첨단소재, 고부가 영역으로 체질개선 중인 화학 본업 등 다각화된 포트폴리오가 탄탄하다는 점에서 여전히 매력적인 성장주"라고 말했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