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토론토의 이니스프리 매장. 지난 5월 진출 2년 만에 폐점했다./ 자료=한경DB
캐나다 토론토의 이니스프리 매장. 지난 5월 진출 2년 만에 폐점했다./ 자료=한경DB
국내 화장품 대장주인 아모레퍼시픽이 증권가에서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지난 10거래일간 발표된 리포트 9개 전부 아모레퍼시픽의 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다만 투자의견에 대해서는 두 곳만 빼고 모두 '매수'를 추천했다.

9일 아모레퍼시픽은 전 거래일 대비 500원(0.27%) 내린 18만1500원에 장을 마쳤다. 이날 개인 홀로 74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90억원 가까이 순매도했다. 주가는 이달 들어 하루 걸러 등락을 반복하며 좀처럼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있다.

올 3분기 화장품주 실적 악화를 전망한 증권사 리포트들이 쏟아진 것이 주가 하락을 불렀다. 중국 등 아시아 전역의 화장품 소비가 둔화하는 가운데 현지에서 중저가 브랜드의 부진이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며 애널리스트들이 목표가를 낮춰잡은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오프라인 매장 정리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이니스프리가 50% 안팎의 큰 폭으로 역성장하면서 발목을 잡았다. 증권가 분석에 따르면 중국 내 이니스프리의 비중은 내년까지 20%까지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영향으로 주가는 최근 지난달 8일부터 이달 8일까지 약 한달간 20% 넘게 빠졌다.

최근 10거래일 동안 증권사 9곳은 저마다 적정가에 차이는 뒀지만 모두 주가 하락을 점쳤다. 이 가운데 메리츠증권, KTB투자증권, 현대차증권 등 3곳이 가장 낮은 20만원을 제시했다. 8일 종가 대비 상승 여력이 약 10%에 불과하다고 본 셈이다.

DB금융투자도 기존 목표가에서 29% 내렸지만 24만원으로 제시한 금액이 가장 높았다. 그 밖에는 현대차증권(21만원), 교보증권(22만원), 신영증권(23만원), NH투자증권(23만원), 이베스트투자증권(23만원)이 목표가를 하향했다.
국내 화장품 대장주인 아모레퍼시픽이 증권가에서 목표주가 줄하향이 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용산에 위치한 아모레퍼시픽 본사 전경 모습. 사진=김범준기자
국내 화장품 대장주인 아모레퍼시픽이 증권가에서 목표주가 줄하향이 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용산에 위치한 아모레퍼시픽 본사 전경 모습. 사진=김범준기자
하지만 투자의견은 '매수'가 훨씬 우세했다. 메리츠증권과 KTB투자증권만이 추세적인 모멘텀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투자의견 '중립'을 냈다. 매수를 유지한 증권사들은 중국 시장의 경쟁 심화와 소비 둔화 우려가 부각되고 있지만 고가 브랜드인 설화수의 선방이 기대된다는 입장이다. 중국과 면세점 채널에서 설화수의 매출 비중이 유의미한 만큼 꾸준한 고성장이 예상된다고 짚었다.

신수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설화수는 작년 4분기 처음으로 중국에서 이니스프리 매출을 역전하며 오랜기간 추진해온 고가 브랜드 매출비중 확대 전략의 성과를 가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며 "올해도 설화수는 중국 산업 성장률을 웃도는 고성장을 이어갔고 3분기에도 3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성과는 높이 평가 받을 만한 일인데 이니스프리의 매출 역신장에 가려졌다"며 "설화수를 중심에 두고 본다면 4분기 이후 중국 성장성 회복과 국내 수익성 개선을 통한 밸류에이션 부담 완화를 기대해 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조미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니스프리의 부진을 감안하더라도 주가가 과도하게 낮아진 상태라고 봤다.

조 연구원은 "내년부터는 중국에서 설화수의 비중이 40%까지 확대되며 세컨드 브랜드의 부진을 만회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니스프리도 올해 300개까지 점포를 줄이기 때문에 내년은 올해 만큼 하락세가 크지 않을 전망"이라며 "무엇보다 3분기 실적 둔화 우려는 이미 주가에 충분히 반영됐다고 판단해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