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나생명의 본사 미국 시그나 그룹이 보험 사업 분야를 미국 처브그룹에 매각한다. 이에 따라 외국계 1호 생보사였던 라이나생명이 새 주인을 맞게 됐다.

시그나 그룹은 헬스케어 서비스에 집중하기 위해 한국을 비롯해 대만, 뉴질랜드, 태국, 인도네시아, 홍콩 사업부(헬스케어 부문 제외)와 터키합작 회사를 처브 그룹에 매각한다고 8일 발표했다. 거래 가격은 총 57억5000만달러(약 6조9000억원)로 알려졌다. 협상이 차질 없이 진행되면 내년께 매각이 완료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라이나생명도 국내에 진출한지 30여년만에 모회사가 바뀌게 됐다. 라이나생명은 1987년 외국계 생보사 최초로 국내에 진출했다. 시그나그룹은 국내에서만 '라이나생명'이라는 브랜드를 사용해 왔다.

이 회사는 텔레마케팅(TM) 채널 등을 통해 치아 보험 등 간판 상품을 꾸준히 판매하면서 높은 순이익을 올려 왔다. 지난 7월 기준 누적 순이익은 1651억원이다. 삼성생명, 교보생명, 한화생명에 이어 네 번째로 높다.

처브그룹은 세계 최대 상장 손해보험사다. 미국에서는 기험 보험을 전문으로 하고 있다. 전 세계 54개국에서 생명보험 개인보험 건강보험 재보험 등 다양한 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에이스손해보험과 처브라이프를 계열사로 두고 있다.

처브그룹이 시그나그룹의 보험 부문을 품게 되면서 라이나생명과 처브라이프가 합병될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처브라이프는 방카슈랑스(은행에서 파는 보험)를 주력으로 해 왔지만, 라이나생명이 강점을 가져온 TM 채널을 통해 영업 채널을 확장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상호는 그대로 '라이나생명'을 사용할 가능성도 있다. 처브그룹은 에이스손해보험도 인수뒤 기존 상호를 그래도 사용해 오고 있다.

시그나그룹이 추진해 왔던 국내 디지털 손해보험사 설립에는 빨간 불이 켜졌다. 시그나그룹은 당초 올해 말에서 내년을 목표로 디지털 손보사 설립 신청을 준비해 왔다. 한 라이나생명 관계자는 "합병이 완료될 때 까지 지켜봐야겠지만, 우선 직원들이 크게 반발하지는 않고 있다"며 "손보사 설립은 처브의 손으로 넘어갔기 때문에 향방을 알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