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150척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카타르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발주가 시작됐다. 이미 카타르와 100척이 넘는 슬롯(건조공간) 예약 계약을 체결한 한국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최근 LNG 가격 폭등으로 LNG 운반선 수요가 늘고 있어 업계에선 내년 이후 수주 ‘서프라이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카타르, 中 후둥조선에 첫 발주

들뜬 조선 빅3 "카타르 수주 100척 넘을 수도"
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카타르 국영 석유회사 카타르페트롤리엄(QP)은 중국 국유기업 중국선박공업그룹(CSSC) 산하 후둥중화조선에 17만4000㎥급 LNG 운반선 4척을 발주했다. 지난해 4월 QP가 후둥조선과 약 16척의 LNG 운반선 슬롯 예약 계약을 체결한 뒤 1년 반 만에 이뤄진 첫 발주다.

QP는 후둥조선에 이어 지난해 6월에는 국내 조선 3사와도 예약 계약을 체결해 건조 공간을 확보했다. 슬롯 계약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는 QP와 조선 3사가 2027년까지 45척씩 총 135척 규모의 슬롯 예약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고 있다. 후둥조선까지 포함해 최대 발주 규모 150여 척, 금액으론 700억리얄(약 23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조선업계는 이번 발주를 카타르 프로젝트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가장 먼저 슬롯 계약을 체결한 업체인 후둥조선에 발주가 이뤄지면서 이보다 더 많은 슬롯을 예약한 국내 조선 3사에 대한 발주도 본격화할 것이란 분석이다.

카타르는 노스필드 등 자국 대형 가스전에서 생산하는 가스를 수출하기 위해 작년부터 대규모 LNG선 발주를 준비해왔다. 세계 최대 LNG 생산국인 카타르는 연간 LNG 생산량을 기존 7700만t에서 2027년까지 1억2600만t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LNG價 폭등…“내년 추가 수주 기대”

카타르의 발주가 시작되면서 국내 조선업계는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업계는 카타르가 올해 총 20척가량의 발주를 시작으로 매년 20~30척 수준의 발주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발주분의 90%가량을 국내 3사가 가져간다고 가정하면 향후 5년간 업체당 7~9척, 2조원가량의 매출을 확보하는 셈이다.

수주 환경도 긍정적이다.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LNG 운반선 선가는 지난 9월 6년 만에 척당 2억달러를 돌파한 뒤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조선 3사는 올해 수주 호황으로 이미 2년~2년6개월치 일감을 확보한 상황이다.

최근 에너지 대란으로 국제 LNG 가격이 폭등하면서 카타르 외 러시아 등 주요 LNG 생산국에서의 수주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에너지·원자재 정보업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글로벌플래츠에 따르면 일본과 한국이 수입하는 LNG 11월 선적분 현물 가격은 지난 6일 기준 1MMBtu(열량단위)당 56.33달러를 기록하며 연초 대비 75%가량 급등했다.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석탄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은 LNG를 연료로 활용하려는 국가·기업의 수요가 늘면서 가격이 치솟았다.

LNG 가격 상승이 단기적 수급 이슈 때문이 아닌 만큼 기존 예상을 뛰어넘는 추가 수주를 기대할 만하다는 전망도 업계에서 나온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대형 LNG선은 한국 기업이 현재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춘 영역”이라며 “LNG 가격 상승이 장기화될 경우 전 세계적인 LNG 채굴 프로젝트 증가로 이어지며 기대 이상의 수주를 따낼 수 있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