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앞줄 오른쪽)은 8일 서울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경제단체장들과 만나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해 경제계의 협력을 당부했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SK그룹 회장·앞줄 왼쪽)은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고 기업 혼자 힘으로 할 수 없는 영역”이라며 정부 지원을 요청했다. 홍 부총리가 최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둘째줄 왼쪽),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오른쪽) 등과 간담회장으로 걸어들어가고 있다. /뉴스1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앞줄 오른쪽)은 8일 서울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경제단체장들과 만나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해 경제계의 협력을 당부했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SK그룹 회장·앞줄 왼쪽)은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고 기업 혼자 힘으로 할 수 없는 영역”이라며 정부 지원을 요청했다. 홍 부총리가 최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둘째줄 왼쪽),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오른쪽) 등과 간담회장으로 걸어들어가고 있다. /뉴스1
정부가 마련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가 이후에도 이어지면 2050년 탄소 순배출량은 제로(0)가 된다. 정부가 지난 8월 공개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세 가지 초안(2018년 대비 96.3~100% 감축) 중 가장 강력한 3안을 사실상 채택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산업계와 전문가들은 정부의 NDC 상향안이 지나치게 과도한 목표를 담고 있어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더군다나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탄소중립의 역설’로 액화천연가스(LNG) 등 원자재 가격이 치솟는 상황을 정부가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탄소중립 위해선 원전 활용해야”

부문별로 살펴보면 발전 등 에너지공급 부문은 2018년 배출량 대비 감축량이 1억1970만t(44.4%)으로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줄여야 한다. 정부는 2030년까지 석탄발전을 축소하고 신재생에너지발전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전문가들은 가격이 비싸고 한국의 기후여건상 어려운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2050탄소중립위원회가 내놓은 NDC 상향안에 따르면 2030년엔 612.4TWh의 발전량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됐다. 2018년 570.6TWh 대비 7.3%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경제성장과 전기차 확대 등이 감안됐다. 2030년 발전량을 전원별로 보면 신재생에너지 184.9TWh(비중 30.2%), 원자력 146.4TWh(23.9%), 석탄 133.5TWh(21.8%), LNG 119.4TWh(19.5%) 등이다. 이 외에 암모니아 22TWh(3.6%), 양수·기타 6.1TWh(1.0%) 등이다.

신재생에너지의 경우 2018년 비중이 6.2%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다섯 배 늘린다는 목표다. 원자력은 2018년 23.4%와 큰 차이가 없지만 2050년이 되면 6.1%로 줄어든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최근 중국과 러시아 일본 등 인접 국가가 탄소중립 수단으로 원전을 활용하겠다고 선언했다”며 “이런 상황을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산업과 수송 분야도 큰 충격이 예상되고 있다. 2030년까지 산업에선 3790만t(14.5%), 수송 분야는 3710만t(37.8%)을 줄여야 한다. 특히 산업의 경우 기존 감축목표 1670만t(6.4%) 대비 두 배 이상 줄여야 한다.

2050탄소중립위원회는 2030년 NDC를 40%로 가정하면 국내총생산(GDP)이 0.07~0.09%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고용은 최대 0.02% 늘어날 것으로 봤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해 탄소가격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기존 3%였던 배출권 유상할당 비중을 2030년 33%까지 끌어올리고 2050년에는 100% 유상할당한다. 기업이 돈을 주고 사야 하는 배출권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는 기업이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지키지 못하면 페널티를 부과할 방침이다.

○“국민경제에 큰 부담”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목표 수립에만 쫓겨 충분한 의견 수렴과 분석 없이 일방적으로 목표를 발표한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며 “산업 부문 감축목표는 기존보다 두 배 이상 높아져 경쟁력 약화와 일자리 축소로 국민경제에 부담이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중앙회도 논평을 통해 “NDC의 급격한 상향은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상 큰 비용을 수반할 것”이라며 “전기요금 인상은 원자재 가격과 제조원가 상승으로 이어져 중소제조업의 경쟁력이 약화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부의 NDC 상향 방침에 따라 국내 산업경쟁력이 중국에 뒤처질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탄소중립 시점이 2060년”이라며 “탄소 절감을 위해 국내 기업들이 해외로 공장을 이전할 때 중국이 이를 고스란히 흡수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철강업계는 발전부문을 제외하고 국내에서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업종이다. 산업계는 발전과 철강 외에도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 한국의 주력산업이 과도한 탄소중립 목표로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김기문 중기중앙회 회장, 박원익 중견기업연합회 부회장 등 경제단체장과의 간담회를 통해 “탄소중립, NDC 이행은 어렵지만 함께 가야 할 길”이라며 “경제계의 각별한 협력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김소현/남정민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