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가 와인 판매량 큰 폭으로 신장
유통업계, 와인 매장 확대하는 추세
8일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와인 수입액은 2억3688만 달러(2735억원)로 지난해 동기 대비 110.0% 증가했다. 상반기 기준 역대 최고치다. 이미 지난해 연간 수입액 2억7530만달러(3179억원)의 86.0%에 달해 올해 연간 수입액도 최고 기록인 작년 기록을 갈아치울 것으로 보인다.
와인 소비량 증가에는 코로나19로 인한 홈술 트렌드가 영향을 미쳤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어지며 저녁 시간 외부 술 모임이 사실상 사라지면서 집에서 홀로, 혹은 가족 단위로 마시기 좋은 와인이 주목받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코로나19 초기 저가 와인에 입문한 소비자들이 눈을 높여 중저가 와인을 소비하는 경향까지 나타나며 3만~5만원대 와인 판매량이 눈에 띄게 신장했다. 이마트에 따르면 올해 1~9월 와인 전체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7.6% 성장했다. 특히 3~5만원대 중저가 와인의 판매량은 53.3% 증가해 1만원 이하(32.1%), 2만~3만원(34.2%)대 와인보다 증가폭이 더 컸다.
온라인 와인 전문 콘텐츠에서도 중저가 와인이 적극적으로 소개되고 있다. 최근 KBS엔터테인먼트 유튜브 채널 '조세호의 와인바'는 '셀럽들이 사랑한 와인'이라는 콘셉트로 여러 와인을 소개했는데 걸그룹 블랙핑크 멤버 제니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즐겨 마신다는 중저가 와인도 소개됐다.
제니가 즐겨 마신다는 '루이라뚜르 샤블리'는 4만원대다. 프랑스 부르고뉴 샤블리 지역에서 생산되는 화이트 와인으로 산뜻한 감귤 향을 풍기며 오크 숙성을 하지 않아 맛이 깔끔하다는 평을 받는다. 정용진 부회장이 즐겨 마신다는 와인으로는 '카멜로드 몬테레이 피노 누아'가 소개됐다. 정 부회장은 과거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 제품을 '가장 가성비 좋은 피노 누아 (정통 최고급 적포도주를 만드는 포도 품종)'라고 소개한 바 있다. 가격은 3만원대다.
유통업계도 자체 브랜드(PB) 와인 상품을 선보이고 관련 멤버십 제도를 만드는 등 와인 시장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편의점 CU는 지난 1월 업계 최초로 자체 와인 브랜드 '음!(mmm)'을 론칭했다. 가격 1만원도 안 되는 초저가 와인으로 데일리와인을 선호하는 소비자를 공략했다. 6900원에 판매되는 '음!레드와인'은 출시 40일 만에 1차 수입 물량인 11만 병이 완판됐다.
이마트는 2019년 멤버십 서비스 '와인스타클럽'을 도입해 일찌감치 와인 소비자 공략에 나섰다. 이마트 어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와인스타클럽에 가입하면 구매액에 따라 등급별로 와인 할인 쿠폰, 이마트 할인 쿠폰 등을 받을 수 있다.
롯데마트도 지난 4월 와인전문클럽인 '뱅뱅뱅(Vin Vin Vin) 클럽'을 론칭했다. 오는 12월 서울 잠실 롯데마트 1층에 국내 최대 와인 매장을 표방하는 '메가 와인숍'을 열 예정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와인에 입문했던 소비자들이 보다 다양한 와인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며 판매되는 상품군도 확대되고 있다. 앞으로 국내 와인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