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지 제작사 싸이더스스튜디오엑스의 김진수 이사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지금까지 로지는 주로 광고, 인스타그램 위주로 활동했지만 앞으로는 노래, 연기 등까지 활동 영역이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 최근 로지의 목소리 제작을 마쳤고 실시간 렌더링 엔진을 적용하는 작업도 하고 있다"고 했다.
로지는 싸이더스스튜디오엑스가 지난해 8월 선보인 가상인간이다. 평범한 사람인 것처럼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다가 그해 12월 3D 그래픽으로 구현한 가상인간이란 사실을 공개했다. 이후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최근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가 10만 명을 넘어섰다. 그가 찍은 신한라이프 광고는 2개월 만에 조회수 1100만 회를 돌파했다. 로지는 올해만 광고 전속 계약을 8건 맺었고, 협찬도 100건 이상에 이른다.
하지만 팬들 사이에선 로지의 목소리나 노래를 들을 수 없어 아쉽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김 이사는 "조만간 로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광고가 공개될 것"이라며 "로지를 가수로 데뷔시킬 계획은 없지만 일상 속에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 등도 연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연기와 관련해서는 넷플릭스를 포함한 여러 콘텐츠 제작사와 영화·드라마 출연을 논의 중이다. 내년께는 로지가 라이브쇼 진행 등을 통해 팬들과 소통하는 것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를 위해 실시간 3D(3차원) 렌더링 엔진 적용 등 기술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3D 렌더링은 컴퓨터 그래픽 기술로 입체감, 사실감 있는 3D 영상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실시간 렌더링은 이 과정을 매우 빠른 속도로 처리한다.
가령 가상 인간은 현재 가이드 모델의 움직임을 촬영한 것을 바탕으로 원하는 이미지를 합성하는 방식으로 제작된다. 실시간 렌더링이 되면 모델이 움직이는 즉시 합성이 이뤄진다. 음성 합성 작업이 돼 있으면 원하는 목소리로 실시간 대화하는 것도 가능하다. 활동 영역 확대를 꾀하는 로지가 실시간 렌더링 엔진 작업을 하는 이유다.
물론 지금도 김래아, 수아, 한유아 등 노래를 하는 다른 가상인간도 있긴 하다. 하지만 현재 가장 영향력이 큰 로지가 노래, 연기 등을 하게 되면 반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로지는 세계관의 확장 차원에서 시간 여행도 갈 예정이다. 김 이사는 "사람을 닮되 사람이 하지 못하는 일을 많이 하자는 게 로지의 모토"라며 "가령 15년 전으로 가서 HOT 멤버들과 어울려 놀면 재미있지 않겠냐"고 했다.
그는 "패션이나 화장품 등 분야에서 로지만의 브랜드를 만드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며 "친환경,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은 로지의 성향이 반영된 브랜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싸이더스스튜디오엑스는 연내 청년 남성 3명의 가상인간도 추가로 선보일 예정이다.
로지와 같은 가상인간은 가상세계의 확장을 뜻하는 메타버스의 부상과 함께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제작과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국내에는 로지 외에 LG전자의 김래아, 스마일게이트의 한유아, 롯데홈쇼핑의 루시, 온마인드의 수아, 자이언트스텝의 빈센트 등이 있다. SM엔터테인먼트의 걸그룹 '에스파'는 실존 멤버 4인조와 그들의 아바타 '아이(ae)'가 함께 활동 중이다.
미국에선 가상 가수 '릴 미켈라'가 인플루언서로 유명하다. 브라질의 가상 인간 '루'는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500만 명이 넘었다.
서민준 기자